요소수가 질문한다

2023년 12월 5일, explained

중국발 2차 요소수 대란이 우려된다. 진짜 우려해야 할 문제가 따로 있다.

홍콩 버스 회사 KMB의 직원이 버스에 요소수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 Dickson Lee, South China Morning Post, Getty Images
NOW THIS

지난 주말부터 ‘요소수 대란’에 대한 우려 섞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요소 수출을 막아선 것이다. 수출 심사까지 마치고 배에 싣기만 하면 되는 물량을 중국 정부 측이 강제로 취소시켰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정부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미 가을부터 대란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WHY NOW

요소수가 끊기면 물류가 끊긴다. 우리 집으로 와야 할 택배가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수출과 수입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그러나 요소는 희귀한 자원이 아니다. 요소수 생산에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요소수 대란’은 새삼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2년여 전, 같은 일을 겪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한국을, 탄소 중립의 미래를 말하면서 기후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외면하는 인류를 말이다.

요소란 무엇인가

1798년, 한 권의 책이 출간된다.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논리적인 계산으로 인류의 디스토피아를 예언했기 때문이다. 바로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인구론》에 실린 주장은 수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지만, 가장 현실적인 반박을 한 것은 그 어떤 학자도 아니었다. 맬서스가 걱정했던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식량 부족 사태를 일거에 해결한 존재는 화학 비료였다. 요소가 바로 화학 비료의 원료다.

과학의 구원

이 모든 것은 20세기의 과학적 성과에서 비롯됐다. 요소는 동물의 소변에서 발견된다. 즉, 살아 있는 생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질이었다. 1910년, 모든 것이 바뀐다.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질소 고정법’이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1922년,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요소 생산법’도 개발된다. 각각 독일 과학자 하버와 보슈가 각각 개발해 ‘하버-보슈 법’으로 불린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요소는 현대 농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소수

그런데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3차를 넘어 4차 산업 시대에 들어선 21세기의 대한민국이 요소에 목을 맨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대지만, 우리 경제가 여전히 경유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 쪽이 대부분 그렇다. 승용차의 경우 경유 차 등록 비중이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지만, 영업용 화물차의 경우 그 비중은 80퍼센트를 웃돈다. 경유 차가 달리려면 요소수가 필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유 차가 요소수 없이 달려서는 안 된다. 오염 물질 때문이다.

임시방편의 외주화

경유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 질소산화물은 유독하다. 1급 발암 물질이다. 그 폐해에 관해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인류는 경유차를 그만 만들 결심을 하지 못했다. 대신, 요소수라는 임시방편을 택한다. 요소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만들어진 오염 물질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기 전, 분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선진국’들은 그 임시방편조차 남에게 의존하곤 한다. 마치 한국이 요소 생산을 중국에 의존하듯 말이다.

2021년, 요소수를 막아선 것

그런데 중국이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호주와 날씨다. 당시 호주와의 정치적 갈등으로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중국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고 바람이 불지 않았다. 석탄 발전과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에 제동이 걸렸다. 암모니아와 요소 생산에 큰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에너지는 필요하다. 고온과 고압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요소수를 막아선 것

이번에는 호주가 아니라 러시아발 나비 효과다. 길어도 너무 길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러시아산 요소 및 비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암모니아 및 요소 생산국 중 하나다. 러시아에서 싼값에 천연가스를 끌어다 쓰던 유럽도 영향을 받았다. 일례로, 유럽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독일 최대의 암모니아 및 요소 생산 업체인 ‘스틱스토프베르케 피에스테리츠’는 지난해 겨울, 공장을 멈춰 세워야 했다. 독일의 물류 체인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전략 자원, 요소

여기에 중국 정부가 최근 농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은 식량 안보와 농촌 활성화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농촌을 떠받치는 중요한 주춧돌 중 하나인 비료, 그리고 그 비료의 원료가 되는 요소는 중국 입장에서 중요한 자원이 될 수밖에 없다. 비축량도 중요할뿐더러, 가격까지 신경 써 관리한다. 결국 지난 9월, 중국은 또다시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대상국은 인도였다. 비료 부족으로 인도의 농업 생산량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국 차례다.

IT MATTERS

인도가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한국에서도 요소수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괜찮다고 했다. 요소 가격은 안정화 추세이며 공급망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지금, 괜찮지 않다.

탄소 발자국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경유 차를 계속 만들어도 된다고 결정할 때도,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 경유 차에 요소수 넣을 탱크 크기를 줄이는 결정을 할 때도, 배출되는 오염 물질의 양을 조절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결심을 할 때도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하던 대로, 살던 대로 해야 앞으로도 결정권자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번 요소수 대란은 우리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대로 정말 괜찮을지 묻는다. 특정 품목을 가격이 저렴한 곳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화 시절의 공급망 전략을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은지 묻는다. 그리고 요소수 같은 임시방편에 기대 예정된 위험을 계속 못 본 채 해도 괜찮을지 묻는다.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끝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답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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