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AD》가 태어났습니다

《THREAD》가 태어났습니다

2022년 6월, 북저널리즘의 특별한 종이 뉴스 잡지 《THREAD》가 시작됩니다. 이번주부터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는 월간 《THREAD》를 소개합니다.

종이 잡지 《THREAD》의 탄생 과정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잡지 한 권을 만들어 내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했는지 북저널리즘의 에디터 3인방이 유쾌한 수다로 풀어냈습니다. 《THREAD》를 읽기 전에 미리 들어 보신다면 이 특별한 종이 잡지를 더욱 알차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의 특별한 인터뷰도 준비했습니다. 바로 《THREAD》를 기획하고 디자인한 스리체어스 이연대 대표와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 권순문 디자이너와의 인터뷰입니다.
북저널리즘은 그동안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발행해 왔다. 종이 뉴스 잡지 《THREAD(스레드)》 역시 새로운 시도인데, 어떤 의미가 담겼나?

이연대: 독자들에게 뉴스를 다시 종이로 읽는 경험을 드리고 싶었다.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에 종이 뉴스 잡지라니 언뜻 뒤처져 보일 수 있겠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잘 만든 프린트 제품은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니라 혁신하는 것이다. 종이만 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잘 살린다면 ‘새로운 올드미디어(the new old media)’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종이만이 줄 수 있는 사용자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연대: 인쇄 매체에는 첫 페이지와 끝 페이지가 존재한다. 디지털의 무한성은 프린트의 유한성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유한성은 때로 장점이 된다. 끝이 있는 것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스레드》가 전하려는 건 단순 사실이 아니라 맥락이다. 돌아봐야 보이는 것들이다. 종이의 장점으로 물성도 빼놓을 수 없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촉감, 여백에 적는 메모, 페이지 구성과 디자인, 예기치 못한 콘텐츠를 만나는 기쁨. 종이니까 가능한 것들이 여전히 많다.

《스레드》가 다른 잡지, 다른 뉴스와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연대: 세상에 좋은 잡지, 좋은 뉴스는 많다. 게다가 대개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스레드》를 만든 까닭은 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이슈를 따라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스레드》는 뉴스를 해설한다. 단순 사실을 전하기보다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맥락, 의미와 전망을 제시한다.

김지연: 《스레드》는 친근하다. 일반적인 뉴스 매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까지 만들어 주진 못한다. 《스레드》에는 틈틈이 캐릭터가 등장해 뉴스에 대한 생각과 감상을 밝힌다. 풍부한 표정은 덤이다. 덕분에 혼자 읽는 게 아니라 함께 읽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제호가 결정되기까지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제호를 왜 ‘스레드’로 결정했나?

이연대: 창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가칭 ‘북저널리즘 페이퍼’였다. 그러다 창간에 임박하여 페이지 세부 구성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스레드’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니 ①댓글의 연속 ②이야기의 맥락이었다. 어감도 좋았지만 특히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①북저널리즘 팀이 독자에게 일방향으로 이슈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독자와 상호 작용하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②단순 사실이 아닌 맥락을 전하겠다는 《스레드》의 취지에 들어맞았다.

창간호의 키워드는 ‘FOOD’다.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이연대: 에디터들이 참여하는 콘텐츠팀 회의에서 결정됐다. 회의에 들어가지 않아 논의 과정은 모른다. 결과만 전해 들었는데, 주제를 잘 잡은 것 같다. 역대 모든 정부가 출범 초기에 가장 공들였던 분야가 민생이다. 다시 말해 먹고사는 문제다. 엊그제만 해도 기획재정부가 긴급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했는데,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돼지고기와 식용유 등 수입 식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게 골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식량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기후 위기 문제와도 직결된다. 2022년 6월에 발행되는 뉴스 잡지의 키워드로 먹고사는 문제만큼 시의적절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세대를 위한 잡지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독자층을 겨냥한 새로운 시도나 구성이 있었나?

이연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인쇄 매체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종이 신문과 잡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건 종이 탓이 아니다. 세대 탓도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인쇄 매체에 최적화한 표현 방식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이책의 물성을 넘어 작품성을 강조했다. 표지를 캔버스처럼 활용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일러스트 작품으로 표지를 채웠다. 미국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표지 일러스트를 액자에 넣어 판매한다. 이 정도는 돼야 경쟁력이 생긴다. 내지에는 밈 같은 디지털 문법을 곳곳에 배치했다. 하이퍼링크 기능을 수행하는 QR코드도 적절히 넣어 프린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를 낮췄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새로운 올드미디어’를 만들고 싶었다.

표지 일러스트에는 어떤 의도를 담았나?

김지연: 《스레드》의 시작이니 하루의 시작을 그리고 싶었다. 간결하면서도 키치한 콘셉트인 내지와 달리 표지 일러스트의 호텔이 너무 럭셔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웅장하고 멋진 법이다. 앞으로는 주제와 관련된 일러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지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을 쓴 요소는 무엇인가?

권순문: 오래 두고 보아도 유행을 타지 않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담백하면서 편안하게 읽힐 수 있도록 ‘빼는’ 작업에 집중했다. 또한 ‘스레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적인 요소를 사용해 내지 전체에 통일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디자이너로서 감행했던 실험이 있나?

권순문: 고화질의 예쁜 사진을 사용하는 보통 잡지와는 달리 저화질 이미지나 짤방을 사용했다. 흑백 저화질 사진이 오히려 담백한 종이 뉴스 잡지 《스레드》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 종이 뉴스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심플한 레이아웃을 선택한 것 역시 큰 실험이었다. 잡지와 신문에서는 화려함과 빽빽함이 느껴진다. 이런 과한 시각적 요소를 없애고 최대한 편안하게 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스레드》의 구성 중 카툰 같은 재미 요소가 눈에 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있나?

이연대: 간행물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장치였다. 잡지를 표방한다면 만화, 퀴즈, 독자 참여란처럼 잡지를 잡지답게 만드는 흥미 요소가 빠질 수 없다. 그럼, 왜 잡지를 표방했을까. 《스레드》에 담긴 내용은 진지하지만, 형식은 가볍기를 바랐다. 지식과 정보가 꼭 엄숙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매체가 되기를 바랐다. 책상에 꼿꼿이 앉아 읽는 책이 아니라 아무 데나 팽개쳐 놨다가 심심할 때 집어 들어 구기고 낙서하고 누워서 귤 까먹으며 읽는 책이 되기 위해선 잡지여야만 했다. 내지 용지로 만화 용지를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이 재질도, 내용도 만화의 느낌이 담겨 있다. 종이 뉴스 잡지인데 왜 만화의 요소를 차용했나?

김지연: 레트로에서 새로움을 찾았다. 2007년쯤 만화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초등학생에게 4절지를 주고 만화를 그리라고 했는데 세로로, 일렬로 만화를 그리더라. 그 또래에겐 웹툰이 기본 만화다. 이들에게 지면 만화는 올드한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이다. 뉴스도 같은 경험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면 만화를 차용함으로써 뉴스를 보는 방식을 새롭게, 또 우리만의 방식으로 정의하려 했다. 이왕이면 뉴스가 그들에게 친근하고 재밌게 다가오기를 바랐고, 누가 만드는 건지 궁금해하길 바랐고, 또 다음 호를 기대하도록 하고 싶었다.

독자가 《스레드》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으로 읽기를 생각하며 만들었나?

이연대: 《스레드》를 읽는 방식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도무지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꺼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예를 들면 양양 바다에서 서핑을 하다 잠시 모래사장에 누웠을 때, 북한산 정상에 올라 김밥을 먹으며, 백화점에서 친구가 옷을 입어 보는 사이,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작정하고 읽는 책이 아니라 틈날 때마다 꺼내 드는 잡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스레드》를 작고 가볍게 만든 이유다.

김지연: 우리가 과거에 뉴스와 잡지를 소비하던 방식대로 소비했으면 좋겠다. 나는 어렸을 적에 《좋은 생각》을 화장실 변기 옆에 꽂아 두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경험 때문에 아직도 몇 좋아하는 잡지를 화장실 앞에 디스플레이 해둔다. 《스레드》도 그렇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

《스레드》의 야심은 무엇인가?

이연대: 많이 팔리는 잡지로 만드는 것이다. 모두 어려운 시기지만 그래도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덜 팍팍한 직장인들에게, 기업과 단체에 많이 판매해서, 그 수익금으로 《스레드》를 더 많이 찍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무료 배포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겐 새로운 관점과 맥락, 그리고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스레드》가 하고 싶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글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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