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세계적으로 큰 여파를 미칠까요? 별샛별 디렉터에 따르면 이것이 국내 갈등이면서 동시에 국제 갈등이기에 그렇습니다. 세계가 어떻게 이 전쟁에 연결되어 있는지, 한국이 반면교사 삼을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혜림 이 전쟁으로 세계 질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주목해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
별샛별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인 18~20퍼센트가 산다. 주로 동부 지역이다. 러시아에도 우크라이나인이 산다. 러시아 남쪽의 카자흐스탄에도 러시아인이 20퍼센트 가량 산다. 이렇게 민족이 흩어져 있는 이유는 소련에 포함된 국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흐릿한 경계 속에 살던 사람들에게 어느날 국경이 생긴 거다. 그래서 이게 국내 갈등이면서 국제 갈등이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러시아인이 당하는 핍박은 자신들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치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과거에 해결되지 않는 제국 간의 역사가 결국 전쟁으로 치달은 것이다. 유럽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그렇지 않나. 즉, 주목해야 할 것은 “19~20세기 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된다.
김혜림 결국 그 시절의 과거가 모습을 바꾸어 지금 전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중립국도 다시금
사라지고 있다.
이현구 냉전의 문법에 의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1세계, 소련을 중심으로 한 제2세계, 그리고 비동맹 노선의 제3세계가 있다. 유럽은 세계 정치의 축소판이고 북유럽이 이 중립 국가들에 속했는데, 이들이 나토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은 중요한 현상 변경이다. 이들 국가가 한쪽으로의 선택을 압박 받으며 자구책을 꾀하는 것도 중요한 현상이다.
김혜림 각국이 당장에 직면한 이해 관계도 다를 것이다.
이현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보자.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 심화의 핵심은 러시아다.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핵심은 이 가스관인데, 전쟁을 이어나갈수록 가스 공급은 불안해진다. 막상 땅을 뺏긴 쪽은 영토를 다시 수복할 때까지 전쟁을 이어나가고 싶겠지만 노르트스트림 의존도가 큰 다른 국가들은 전쟁을 멈췄으면 싶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자들과 한국의 과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 국제 관계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되고 싶은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제77회 유엔총회에서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대한 논의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일본입니다. 상임이사국의 자리를 노리고 있죠. 유엔 안보리의 ‘비토(Veto)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의 합의가 이 전쟁의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는 만큼,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혜림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봐야할까?
별샛별 일본은 2차 대전 패전으로 평화헌법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자위대를 가지고 있고 함부로 군대를 파견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91년도 걸프전 때 군대를 파견을 못 하니 지금 돈으로 카카오뱅크 시가 총액(11조 4600억 원)만한 돈을 냈다. 근데 그러고도 전쟁을 도운 국가에 감사를 표하는 광고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이 G2일 때의 얘기다. 일본에 회의론이 들어섰다. 그때부터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즉, 지금의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 의지는 단순한 허세나 그런게 아니라 그때부터의 전통이다. 우리가 보통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 것도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이런 설움을 달래며 172개국을 순방하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이현구 일본은 늘 국제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가 되고 싶어 했다. 미일 안전 보장 조약은 자위대를 파견하지 못하는 일본이 자위대를 파병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속내가 있다. 2차 대전 패전국으로서 그 이미지를 언젠가 지워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일본이 현재 경제·사회적으로 국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비토권이 있는 상임이사국에 가입할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굉장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일본 말고도 인도, 호주 등 쿼드 국가들이 상임이사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
김혜림 한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
별샛별 앞서 말한대로 이 전쟁은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연장선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상황이 지역적으로 좁혀 들어 올텐데 이럴 때일수록 어떤 것이 득이 되고 어떤 것이 실이 되는지, 어떤 것을 먼저 해결되야 장기적인 평화를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일본은 한국을 침략했으니 나쁘다, 북한은 핵이 있으니 위험하다는 식의 사고로는 한계가 있다.
이현구 한국은 동북아 외교에만 관심이 많다. 보통 외교에 대해 물어보면 주로 중국, 미국, 북한, 일본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더 거시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특히 외교에 있어 중국과 미국의 이분법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특출난 강점이 없다. 대만 같은 경우는
TSMC라도 있지 않나. 파운드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중국조차 대만을 함부로 못 한다. 그런데 그런 강점은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계산에 더 주도면밀 해야 한다.
글
이현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