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4일 소식

[프라임 멤버 인터뷰] 미래와 교육에 투자하는 커리어 멘토 한성은

북저널리즘 프라임 멤버들은 어떤 분들이고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북저널리즘 팀이 프라임 멤버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 인터뷰이는 북저널리즘 프린트 에디션 《미래 학교》의 저자이자 프라임 멤버인 한성은 씨프로그램 러닝 펀드 총괄입니다.
한성은 씨프로그램 러닝 펀드 총괄 ©북저널리즘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벤처 기부 펀드 씨프로그램에서 러닝 펀드를 총괄하고 있어요. 러닝 펀드는 교육 분야에서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필요하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좋은 학교’라고 하던 일명 ‘간판 좋은 학교’가 더 이상 의미 없는 것 같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학교가 달라지지 않으면 무의미한 시스템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당장은 학교라는 그릇에 담기 어렵지만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교육에 큰 뜻이 있었다거나, 교육을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이전에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 전략 기획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이었어요. 이미 성장한 회사가 더 커지도록 힘을 보태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평소에 하는 생각을 살펴보면 대부분 예전에 받았던 교육에서 비롯한 것들이 많아요. 만약 다른 교육을 받았다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이 많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느꼈고, 막연히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결심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이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인정받을 때 빨리 시도해 보고 아니면 다시 돌아오자’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웃음) 해보지 않으면 막연한 꿈으로만 남을 것 같았고, 그러다 나중에 잘하지도 못하는 새로운 일을 시도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막상 일을 해보니 재미있게 잘 해내며 벌써 5년 차가 됐습니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모드를 바꾸는 게 어려웠어요. 컨설턴트의 일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거든요. 정해진 기한 내에 만들어 내야 하는 아웃풋의 형태도 아주 명확하죠. 반면 투자는 일의 시작과 끝을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거든요. 프로젝트 열두 개를 동시에 관리하던 때가 있었는데, 예전에 일하던 단거리형 방식이 이 일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방식이더라고요. 일하는 모드를 바꾸는 데 시간이 꽤 걸렸죠.
씨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공간 ‘온더레코드’ ©북저널리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의 트렌드에 밝아야 할 것 같습니다.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영감을 얻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지식과 영감을 얻는 채널이 서로 달라요. 트렌드나 동향을 파악하는 건 어디를 통해서 본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 쉬듯 보는 것 같아요. 영감은 일과 관련이 없는 데서 많이 얻습니다. 예를 들어 특별한 날이라 오랜만에 파인 다이닝에 갔는데, ‘이날 정말 좋았다’라고 느끼기까지 그럴 만한 일련의 순간들이 있어요. 길은 찾기 쉬웠는지, 주차는 편리했는지, 테이블 서비스는 어땠는지, 이런 것들이죠. 이렇게 경험이 디자인되는 방식을 제가 하는 일에 접목해 봐요.

전혀 다른 영역인데 일에는 어떻게 적용되죠?

저희가 투자하고 있는 학교 ‘거꾸로캠퍼스’에 대입해 보는 거예요. 학생들이 거꾸로캠퍼스에 올 때 어떤 채널을 통해 정보를 찾아볼까?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는데 기사만 주르륵 나열되면 과연 확신을 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진지하고 클래식하게 학교를 소개한다면 과연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앞으로 계속 학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다른 문법을 쓰면 덜 지루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죠.

커뮤니티 프로그램에서 프라임 멤버들을 만나 보면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커리어를 선택하거나 전환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저에게는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일이 늘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면 ‘내가 이러한 이유로 선택한 일이다’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해요. 그걸 알고 있으면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씨프로그램에서 러닝 펀드를 총괄하면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 세일즈 피칭(sales pitching)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예요. 제가 그 업무를 잘하고 관심이 있으면 거기에 방점을 찍는 거죠. 그래야 다른 조직으로 옮길 때 세일즈라는 강점을 가지고 갈 수 있어요. 흘러가는 대로만 일하면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할에만 기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선 내가 이 일을 무엇 때문에,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해요.

오랫동안 꾸준히 일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장거리를 달린다는 마인드 셋이 필요해요. 커리어를 오래 지속하려면 매 순간 미친 듯이 몰입하기보다는 언제 얼마큼 몰입하고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사회 초년생이거나 뚜렷한 커리어가 없으면, 주변에서 “지금은 쏟아부을 때야”, “아직 쉴 때가 아니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그런 말도 때론 도움이 되지만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아요. 두 번째로는 체력을 꼽고 싶습니다. 원래 제가 소화하던 업무량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체력이 달려서 그만큼 못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해요.
북저널리즘 팀과 인터뷰 중인 한성은 씨프로그램 러닝 펀드 총괄 ©북저널리즘
업무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해소하나요?

그것 역시 운동이에요. 물리적으로 일과 확실하게 분리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제 일을 좋아하고 일과 삶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평소에도 일에 관한 생각을 계속해서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근육 쓰는 일에만 집중하니까 저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일터나 삶에서는 제가 누군가를 케어하거나, 일을 구상하고 분배하는 일들이 많아요. 그런 데서 오는 피로나 스트레스가 있는데, 운동은 힘들어도 코치가 시키는 것을 그냥 하면 되니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인생의 좌우명이나 키워드가 있다면.

일과 삶이 각각 달라요.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탁월함입니다. 사람의 시간만큼 비싼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쓰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 최적의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강도 높게 일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삶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죠. 삶에서는 여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탁월함과 여유가 서로 충돌하지는 않나요?

충돌하지는 않지만, 넘나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일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필요하고, 삶에도 어느 정도 탁월함이 필요하니까요. 둘이 섞였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잘 섞이지 않는다는 점이 어렵기는 하죠.
온더레코드에 비치된 교육 관련 문구들 ©북저널리즘
북저널리즘에 저자로 참여하기 전부터 북저널리즘을 구독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저널리즘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북저널리즘 프린트 에디션 《Why, YC》를 재밌게 읽고, 관련 이벤트에 참여해서 오프라인 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어요. 미국에서 와이콤비네이터(YC) 관계자분들이 와서 진행한 행사였는데, 굉장히 유익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북저널리즘이라는 서비스는 누가 만드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검색을 통해 스리체어스라는 회사에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고, 대표에게 만나 뵙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어요. 그렇게 얼토당토않은 미팅을 하게 됐죠. (웃음)

북저널리즘 콘텐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뭔가요?

미래의 교육, 올린》과 《Why, YC》가 제 관심사에 가장 잘 맞았어요. 저는 북저널리즘을 일에 직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린 공대는 설립된 지 꽤 오래된 학교인데도, 이 정도로 깊이 있게 풀어낸 콘텐츠가 기존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Why, YC》를 접했을 때는 당시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자리 잡기 전이었는데, 액셀러레이터를 주제로 선정해서 콘텐츠로 만든 것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콘텐츠가 좋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제가 모르는 분야를 보더라도 똑같이 좋을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주세요.

올해의 책으로 꼽고 싶은 건 《배움의 발견》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모두가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개인이 경험한 변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책입니다.

북저널리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건데요, 의무감을 가지고 좋은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독자의 태도가 건강할수록 콘텐츠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발행되어도 독자들의 반응과 태도가 적극적이거나 꾸준하지 않으면, 콘텐츠가 더 가볍거나 쉽고 유쾌한 방향으로 변형되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야 할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게 앞으로 계속 좋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