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브랜드
완결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브랜드

세계관으로 이야기하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아미(Army)로 대표되는 강력한 팬덤을 구축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앨범의 콘셉트와 캠페인을 결합한 세계관이다. BTS의 세계는 일곱 멤버의 소년 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공식 뮤직비디오나 공연 중의 퍼포먼스, 기타 콘텐츠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BTS는 이에 관한 부연 설명이나 해설을 하지 않는다.[1] 팬들은 단서를 모아 참여하고 공유하며 이야기가 연결된 커다란 공간을 구축한다. 이 공간이 바로 ‘세계관(Narrative Universe)’이다. 세계관이란 본래 인식하고 있었던 세계에 관한 통일적 파악(Weltanschauung)을 의미한다.[2] 트랜스미디어에서는 모든 이야기가 가능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우주(Universe)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렇게 개별적인 이야기가 세계관을 이루는 방식의 미디어 문법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이라고 한다.

트랜스미디어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이야기 방식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에 속해 있는 영웅들이 모여 〈어벤져스(Avengers)〉라는 서사를 이루듯 개별적으로 독립된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들도 이러한 세계관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개인의 가치와 연결한다. 나이키가 대표적인 예다. ‘Just Do It’이라는 나이키의 등록 상표는 도전과 공정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공유하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Just Do It’을 일종의 토템(totem, 부적과 같은 상징물)으로 삼아 노트북이나 티셔츠에 붙이고 스스로의 영역, 가치관을 표현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여기 두 편의 나이키 광고가 있다. 하나는 2016년 국내에서 공개된 광고 캠페인 〈너를 외쳐 봐〉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으로 파란을 일으킨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너를 외쳐 봐’
‘Dream Crazy’
우리는 이 광고들을 보고 나이키답다고 느낀다. 물론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두 이야기는 나이키라는 하나의 세계로 연결된다. 특히 2016년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가가 나올 때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미식축구 선수 캐퍼닉을 기용한 30주년 캠페인은 ‘도박’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이 퍼지고, 불매 운동이 벌어졌으며 우파 정치인들의 공개 비난도 쏟아졌다. 그러나 광고 영상을 공개한 지 수일 만에 온라인 판매는 31퍼센트 늘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SNS에서만 최소 4300만 달러(480억 원)의 광고 효과를 창출했다.[3] 이는 세계관에 공명한 소비자의 힘이다. 그리고 나이키는 제품에 대한 필요를 넘어 가치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소비자와 연대할 수 있었다.

코카콜라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 캠페인을 전개하며 ‘행복(Happiness)’이라는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 자판기를 안거나 수거함에 빈 병을 넣으면 뜻밖의 선물이 나오는 이벤트, 직접 찾아다니며 선물을 주는 트럭의 이야기 등으로 일상의 소중한 행복을 나눈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고객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수신기를 장착한 코카콜라 병을 열면 드론에서 폭죽이 터지는 이벤트였다.
Coca Cola ‘Wish in a Bottle’
다음은 코카콜라와 똑같이 드론을 이용해 혼잡한 공연장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운 펩시콜라의 이야기다. 행복이라는 세계관을 이야기하는 코카콜라와 친구 찾기라는 기능적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펩시콜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어느 방향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Pepsi ‘The Friend Finder’
 

세계관과 콘셉트의 차이


그렇다면 세계관과 콘셉트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콘셉트는 표상의 재현물(text) 자체를 지시하는 핵심적인 특징을 말한다. 보통 상위 콘셉트에서 하위 콘셉트로 확장되는데, 상위 콘셉트가 전반적인 토대를 규정하는 구조다. 다르게 표현하면 닫힌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재현물이 등장하더라도 상위 콘셉트를 일관되게 보여 줘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보통 하나의 콘셉트를 표상한 여러 가지 광고 시안을 펼쳐 놓으며 콘셉트에 맞다, 아니다를 평가하는 이유다.

세계관은 어떤 표상의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본질에서는 콘셉트와 동일하다. 그러나 세계관은 재현물이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기반을 의미한다. 콘셉트와 같이 하위를 규정하는 상위의 개념이 뚜렷하지는 않다. 2차 창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이야기의 구조가 다시 출발점을 규정할 수도 있는 순환적인 구조, 열린 구조다. 세계관은 마치 빅뱅(big bang)과 같이 하나의 지점에서 가능한 모든 세계로 확장하는 창발(emergence)의 과정을 거친다. 창발이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다른 개체,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다. 창발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꾸러미가 세계관이고, 질서가 세계관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 어떤 이야기가 세계관을 확장했다거나 설정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결국 세계관의 힘은 연결(connect)의 힘이다. 트랜스미디어 세계에서는 토대를 확장할 수 있는 이용자(소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연결된 또 다른 이야기는 기존의 소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소비자 그룹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예능인 유재석을 매개로 개별 프로젝트인 ‘유플래쉬’와 ‘유산슬’을 엮어 서로 다른 소비자 그룹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트랜스미디어의 이야기 분기 사례에 해당한다. 이야기 분기란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가 세계관 아래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놀면 뭐하니?〉의 세계관을 이루는 주요 모티프는 ‘영웅의 귀환’이다. 영화 〈스타워즈〉나 〈슈퍼맨〉과 비슷하다. 영웅은 그가 몸담았던 세계에서 어느 날 뜻밖의 소명을 알아차리고 길을 떠나 모험을 거친 후 자격을 인정받아 다시 그가 살던 세계로 돌아오는 ‘분리 → 입문 → 귀환’의 단계를 거친다. 〈무한도전〉의 예능인 유재석은 ‘릴레이 카메라’로 일상을 보내다 김태호 PD로부터 소명을 받고 드럼 연주자로 데뷔하고(유플래쉬),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중장년층을 포함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모험의 여정(유산슬)을 지났다. 이어 연남동의 어느 식당에서 인생 라면을 끓이며 ‘쿠킹 토크쇼’를 펼치고, 이제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도전하고 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1991년 재현물 간 상호 연결성을 파악한 마샤 킨더(Marsha Kinder)가 처음 제시했다.[4] 이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영감을 받은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에 의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젠킨스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①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경험하게 할 수 있으며 ②개별 이야기들이 모여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③각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야기는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 독립적인 구성을 지닌다.[5]

여러 이야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은 트랜스(trans)의 의미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호 작용 혹은 관계성보다는 복수성에 초점을 맞추는 멀티(multi), 상호적 관계에서 두 행위자가 각각의 공간에 정착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인터(inter)와 달리, 트랜스는 시공간적 움직임을 강조하며 행위자가 여러 공간을 주파하는 횡단과 초월을 뜻한다. 즉, 트랜스란 여러 대상 중 선별된 두 개 이상의 대상이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복수의 관계로 발전해 가는 양상이다.[6]

〈OSMU, 크로스미디어, 트랜스미디어〉[7]
  OSMU 크로스미디어 트랜스미디어
 정의   성공한 원작 콘텐츠를 특성에 맞춰 다른 미디어로 옮기는 과정 복수 매체에 대한 교차 활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야기 방법 시공간적으로 각각의 콘텐츠가 개별적 이야기를 표현하면서도 각 이야기가 세계관으로 수렴
특성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 특성에 맞게 변환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각각의 스토리는 결말이 비어 있어 모두 결합해야만 전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음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각각의 스토리가 독자성과 완결성을 가지고 있음
초점 접점 확대에 따른 이익 실현이라는 마케팅 측면 능동적인 행동 유발 스토리 확산
사례 디즈니 캐릭터가 어린이 학용품 등의 캐릭터 라이선스로 확대 TV 광고 안에 해당 브랜드 웹사이트 검색을 권유하는 내용 스타워즈 에피소드 등의 프리퀄, 마케팅 효시로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
구현 방식 미디어 도약 미디어 결합 미디어 전이
미디어 개념으로 살펴보면, 먼저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OSMU)는 원작 콘텐츠가 대상에 적합한 상태로 복제되어 확산하는 과정을 말한다. 공중파 콘텐츠의 케이블TV 재방송도 포함될 수 있고, 최근 자주 언급되는 N스크린 역시 OSMU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다. 크로스미디어는 개별 미디어에 공개된 이야기를 모두 연결해야 전체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구성으로, 개별 이야기의 완결성 없이 부분적으로 공개되는 방식을 말한다. 연재물의 1편, 2편, 3편과 같은 형태다.

하나의 원천 소스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크로스미디어와 트랜스미디어는 모두 OSMU에서 파생되었다. 이야기한다는 관점에서는 OSMU가 크로스미디어를 거쳐 트랜스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 엔진 빙(Being)을 출시하며 힙합 스타 제이지(Jay-Z)와 함께 론칭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출간을 앞두고 있었던 제이지의 자서전 《디코디드(Decoded)》를 한 페이지씩 떼어 내 옥외 전광판, 건물 벽면이나 지붕, 레스토랑 테이블 등에 실었다. 그리고 검색 엔진 빙을 통해 목격자의 증언은 물론, 해당 페이지를 볼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하게 했다.
‘Decoded’ Advertising campaign of Jay-Z’s book with Bing
물론 크로스미디어와 트랜스미디어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디코디드’ 캠페인의 경우 자서전의 한 페이지가 제이지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트랜스미디어라는 견해도 있지만, 각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크로스미디어라고 할 수도 있다.

크로스미디어는 최근까지도 트랜스미디어와 혼용되어 쓰였으나 점차 동일한 콘텐츠를 변형 없이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 공개한다는 의미로 합의가 되는 추세다. 트랜스미디어와 구분되는 OSMU의 범주에 포함되어 해석되는 것이다.[8]

예를 들어, 로봇 완구의 팔, 다리, 얼굴, 몸통을 조립한다면 크로스미디어, 자동차가 팔, 트럭이 다리, 버스가 몸통, 택시가 얼굴로 바뀌어 조립된 후 로봇으로 완성되면 트랜스미디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미디어가 연결된 상태에서만 기능할 수 있는지(크로스미디어), 아니면 독립적으로도 기능할 수 있는지(트랜스미디어)의 차이다. 트랜스미디어는 크로스미디어의 미디어 결합이라는 개념을 포함하지만,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각각의 완성된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다. 크로스미디어가 기능적 결합이라면, 트랜스미디어는 질적인 결합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TV CF와 제품 설명을 위한 웹사이트, 인쇄 광고, 매장 전시(VMD·Visual Merchandising)를 통해 각 미디어에 브랜드를 노출하고(OSMU) 개별 콘택트 포인트를 결합하여 최종 구매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크로스미디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으로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하는 미디어 커머스(media commerce)를 통해 놀라운 실적을 올렸던 블랭크 코퍼레이션의 사례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루언서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일 수 있지만, 소비자 각자는 구독하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원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경험한 뒤, 서로 다른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넘나들며 제품이 말하는 혜택과 특징(브랜드 세계관)을 이해한다. 브랜드 인식이 다층적이며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트랜스미디어 세계관과 일치한다.

트랜스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의 효시로는 영화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 예고편을 들 수 있다. 영화의 대표적인 광고 형태인 예고편은 보통 줄거리 요약이나 화려한 영상을 보여 주는 편집 등을 통해 개봉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블레어 윗치〉 예고편은 사건 현장에 떨어진 캠코더의 영상 화면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영화인지 실제 현장의 필름인지 알 수 없는 화면은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9] 〈블레어 윗치〉 예고편은 영화가 표방하는 세계관에 속해 있으면서도, 영화 줄거리의 반복이 아닌 ‘사건의 증거’라는 별개의 이야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미디어를 활용한 광고 전략이었다.
〈블레어 윗치〉 스틸컷.

트랜스미디어 전략 1; 핵심은 스토리다


광고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에 적용될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세계관을 담은 스토리(story)와 핵심 이야기가 개별 이야기로 분화하며 전체 이야기 중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는 시너지(synergy), 이용자의 참여를 기반으로 확산하는 공유(share)의 순환 구조로 정의될 수 있다.[10]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여러 미디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통로로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마케팅과 연결된다. 콘텐츠 소비자가 스토리텔링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과 충성도를 갖게 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11]

먼저 스토리란 브랜드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이자, 각각의 미디어로 유연하게 적용되어(franchise)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브랜드와 소비자 관계의 바탕이다. 이야기의 기반이 되는 세계관은 기원, 가치관, 이야기를 연결하는 설정 등을 담은 배경 스토리와 배경 스토리 아래 각 사건을 진술한 개별 스토리가 결합하여 구성된다.[12] 개별 스토리의 확산에 따라 세계관이 확대되고 배경 스토리가 다시 조정될 수 있다.[13]

소비자는 미디어를 넘나들며 연속적인 체험을 통해 그때그때 생각을 수정하며 대상을 인식한다. 이러한 체험의 과정에서 만나는 브랜드 이야기로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필요와 감정을 항상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이야기라고 부를 만한 스토리는 문제와 해결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는 좁은 의미의 일화적 에피소드(episode)와 개별 에피소드가 결합하여 만들어지는 넓은 의미의 스토리로 구별할 수 있다.

2013년 국내 최초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으로 꼽히는 ‘맛의 지구 정복, 붕어싸만코’ 캠페인은 팥 앙금이 들어간 겨울철 빙과 ‘싸만코’가 사실은 지구를 정복하려 했던 외계인이었다는 내용으로 기존 SF 작품을 패러디하고 있다. 캠페인은 세 편의 영상 스토리텔링과 함께 옥외 및 SNS 채널을 통해 외계인 싸만코의 목격담을 제보받는 이벤트로 구성되어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외계인이라는 허구를 흔쾌히 받아들인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이 캠페인의 동력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참붕어싸만코 남겨진 미래편
GS칼텍스는 2013년부터 시작한 ‘마음 톡톡’이라는 아동 심리 치유 사업을 확장하여, 2017년 ‘마음 이음 연결음’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통해 그들의 세계관인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캠페인은 통화 연결음만으로 상담원을 대하는 고객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주며 관심을 모았다.
GS칼텍스 ‘마음 이음 연결음’

트랜스미디어 전략 2; 스토리를 연결한다


브랜드의 핵심 이야기는 각 미디어 특성에 맞게, 그리고 핵심 이야기와 연결되는 모티프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변주되며 세계관을 구성하게 된다. 세계관을 우주로 표현하듯 하나로 통합되는 무수한 이야기는 게임, 책, 온라인 콘텐츠, 브랜드 필름, 옥외 퍼포먼스, 관련 세미나 등으로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14]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매체로 분기한다는 차원에서 먼저 ‘미디어 도약’을 짚어 볼 수 있다. 미디어 도약은 OSMU로 확장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콘텐츠가 각 미디어 특성에 맞게 복제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미디어 도약만으로는 트랜스미디어라고 할 수 없다. 트랜스미디어는 도약된 이야기가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서 기능하며 세계관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독립된 이야기가 세계관과 연결된다면, 이는 미디어 도약이 아닌 미디어 전이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 세계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미디어 전이의 사례를 보자. 2014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출시한 ‘메이크업 지니어스(Make up Genius)’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가상으로 화장을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을 스캔하면 사용한 색상과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췄다. 로레알은 이미 화장을 하고 나온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을 느낀다는 점을 포착하고, 디지털 기술로 불편을 해결했다. 브랜드와 서비스를 결합해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가치를 구현한 것이다.
‘MakeUp Genius’ L'Oréal Paris Case study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이륙 당시 비행기 소음과 압력 차로 귀에 통증을 느끼는 고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피스타치오, 마카롱, 크림 브륄레 세 가지 맛의 100퍼센트 천연 껌을 출시했다.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제공하고자 하는 항공 서비스의 세계관과 연결되는 상품이다.
Air France La gomme à mâcher
다음은 별도의 미디어를 연결한 미디어 분기 사례다. 2016년 동아제약의 브랜드 박카스는 젊은 세대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나를 아끼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TV CF를 통해 젊은 세대의 고단함과 피로를 위로하는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버스 정류장에는 ‘셀프 스캐너’라는 피로 측정기를 설치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손바닥을 갖다 대면 그날의 피로도를 측정해 주고, 출력된 피로도 측정 영수증을 인근 편의점에서 박카스와 무료로 교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 형태로 제작된 셀프 스캐너는 이후 키오스크 형태로 전환, 전국의 대학을 순회하며 젊은 세대의 큰 관심을 얻었다. 캠페인은 TV CF를 통해 타깃 고객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편, 피로라는 추상적 개념을 피로 영수증으로 실체화해 인지적 공감을 직접적인 체험으로 연결했다. 미디어 분기를 통해 피로 회복과 활력이라는 브랜드 세계관을 젊은 세대와 공유한 것이다.
박카스 ‘나를 아끼자’ 광고 콜센터편
박카스 ‘나를 아끼자’ 셀프 스캐너 시연 영상
세 번째로 여러 개의 주변 이야기가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사례다. 롯데쇼핑의 ‘옴니로 산다’ 광고는 롯데쇼핑의 포인트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마치 영화 예고편 같은 극장 광고를 통해 먼저 이들 가족을 소개한 후 TV와 유튜브를 통해 아빠와 엄마, 딸과 아들의 사연을 공개해 타깃 소비자에 맞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옴니로 산다’는 광고 모델만 다르고 이야기의 틀 자체는 그대로였던 기존의 멀티캐스팅 사례에서 더 나아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하나의 이야기 아래 각기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가 결합하여 전체를 이루는 구성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옴니로 산다 - 옴니 패밀리의 탄생’
서로 다른 브랜드가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흔치 않은 사례도 있다. 패스트푸드계의 라이벌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2016년 이야기다. 맥도날드가 먼저 매장 수가 부족한 버거킹을 비웃으며 공격했다. 광고는 배고픈 운전자가 맥도날드 매장까지는 앞으로 5킬로미터, 버거킹 매장까지는 258킬로미터를 더 가야 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자 버거킹은 맥도날드 광고의 출연진을 그대로 기용해 258킬로미터를 달려간다 해도 선택은 버거킹이라는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한 편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연결하며 패스트푸드는 맥도날드 아니면 버거킹이라는 암묵적인 세계관을 이끌어 낸 버거킹의 재치가 빛난 마케팅이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비교 광고 승자는?

트랜스미디어 전략 3; 소비자의 참여를 통해 스토리를 재창조한다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세계관에 공감한 소비자가 이야기의 공간을 주파하며 공유하거나, 자신의 주관을 더 해 재창조하는 참여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 헨리 젠킨스는 저서 《컨버전스 컬처》를 통해 당시 일반화되고 있었던 소비자 콘텐츠(UCC 혹은 UGC, User Generated Contents)를 참여 문화의 한 형태로 논의한 바 있다. 이는 공급자 일방의 형태에서 개별 소비자가 주체가 되고 다극화되어 가는 현재의 탈중심화 경향과도 관계가 있다. 트랜스미디어에서 말하는 확산은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를 복제해 나가는 과정이라기보다 소비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각자의 필요와 정서에 맞게 재창조하고 다른 이에게 재매개할 수 있는 상호 작용이다.[15] 이때 소비자는 수용자가 아닌 공급자로 전환된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인스타그램을 뒤덮었던 ‘빙그레’의 ‘#채워바나나’ 캠페인은 제품 패키지에 ‘바나나맛 우유’라는 제품명이 ‘ㅏㅏㅏ맛 우유’로만 표기된 채 출시되어 소비자가 빈칸을 채우며 재치를 발휘했던 캠페인이다. TV CF와 연계한 ‘#채워바나나’ 캠페인은 ‘랄랄라맛 우유’, ‘나만봐맛 우유’, ‘하하하맛 우유’ 등 고객의 개성과 감각이 담긴 참여로 약 2000여 개의 해시태그 게시물을 탄생시켰다. 빙그레는 이로써 고객과 브랜드의 공감을 확대했을 뿐 아니라, 매출 22퍼센트 신장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16] ‘#채워바나나’ 캠페인은 뉴트로(newtro) 감성을 바탕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확대할 수 있었던 사례다.
‘#채워바나나 캠페인’ 리캡 영상
‘아미피디아’는 BTS의 팬클럽 아미와 위키피디아(Wikipedia)의 합성어로 BTS의 디지털 공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BTS는 2019년 팬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 세계에 숨겨진 2080개의 QR코드를 찾아내는 캠페인이었다. 이는 BTS의 데뷔일인 2013년 6월 13일부터 2019년 2월 21일까지 2080일의 기록을 채워 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17] 팬들은 앨범 커버 등과 관련한 각종 퀴즈를 풀어 QR코드를 찾아내면 아미피디아에 접속할 수 있고, 그날의 사진이나 감회 등을 올리며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18]
‘ARMYPEDIA IN PARIS’
2019년 3월 기준 아미피디아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50만 명이 넘는 아미들이 참여하고 있다.[19] 그들은 아미피디아를 통해 연대감을 형성하고 스스로 생성하는 콘텐츠를 공유하며 세계관을 강화할 수 있었다. BTS의 성공은 팬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이용자로 인식하고 BTS라는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트랜스미디어 플랫폼을 제공한 것에 기인한다.[20]
아미피디아. www.armypedia.net
배달의 민족 캠페인도 주목해야 할 사례다. 우리가 배달의 민족을 단순한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로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선 논의에 따라 정리해 보면 먼저 그들은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라는 메시지와 배우 류승룡을 앞세운 광고로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위트 있는 광고 한 편이었지만 ‘○○○도 우리 민족이었어’라는 후속 캠페인으로 이야기를 연결시키자 비로소 메시지는 세계관이 될 수 있었다. 배달의 민족은 이어 음식과 관련한 짧은 문구를 공모한 ‘배민 신춘문예’, 치킨 전문가를 찾는 ‘치킨 소믈리에’ 프로젝트, 배달의 민족 폰트 개발, 콘텐츠 퍼블리싱, 자신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은 출판 등으로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며 세계관을 강화해 가고 있다.

 

제품에서 이야기로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여러 미디어를 넘나들며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향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을 넘어 일인십색(一人十色)으로 파편화되고 있는 지금은 ‘더 좋은 제품(Better Product)’에서 ‘이야기 공유(Story Share)’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광고란 브랜드를 재현하는 방식의 하나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차별적 특성과 기술의 우월함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만족과 이익의 실현을 넘는 더 큰 비전과 가치로 소비자와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발상이다.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 광고의 핵심이 될 것이다.

트랜스미디어 전략은 콘텐츠에 따라 자유롭게 미디어를 주파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트랜스미디어 체험을 유도하고 브랜드 세계관과 연대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체험을 연결할 수 있는 일관된 경험이 필요하다. 광고가 재현하는 브랜드의 지평과 소비자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표현하는 세계관이며 콘텐츠의 상호 연결 방식이다.

광고가 콘텐츠와 커머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미디어 커머스’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돌아온 지금은 미디어가 브랜드를 구속하던 시대가 아닌 브랜드가 미디어를 조직화할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 시대다. 이는 앞으로의 브랜드에게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의 경험 자체가 미디어이기 때문이다(Human experience is a medium).[21] 따라서 이야기를 만들고, 연결하여 확장하며, 함께 공유하는 브랜드가 지속 가능할 것이다.
[1]
이민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방탄소년단의 브랜딩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 13(3), 2019, 351-361쪽.
[2]
〈세계관〉, 《두산백과》.
[3]
[4]
류철균 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5, 34쪽.
[5]
헨리 젠킨스(김정희원 · 김동신 譯), 《컨버전스 컬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충돌》, 비즈앤비즈, 2008, 149쪽.
[6]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44쪽.
[7]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51-252쪽을 수정하여 인용.
[8]
류철균 외,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5, 36쪽.
[9]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45-246쪽.
[10]
김신엽, 〈브랜드 마케팅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2015, 135-136쪽.
[11]
이민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방탄소년단의 브랜딩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 13(3), 2019, 351-361쪽.
[12]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46-247쪽.
[13]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55쪽.
[14]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55-256쪽.
[15]
김기홍 외, 《문화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한국외대지식출판원, 2016, 257쪽.
[16]
김현정 외 《스마트 광고기술을 넘어서》, 학지사, 2020, 194쪽.
[17]
[18]
아미피디아 웹사이트. www.armypedia.net
[19]
이민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방탄소년단의 브랜딩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 13(3), 2019, 351-361쪽.
[20]
이민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방탄소년단의 브랜딩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논문지》, 13(3), 2019, 351-361쪽.
[21]
Jeffery F. Rayport, 〈Advertising’s New Media: Human Experience〉, 《Harvard Business Review》, 201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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