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4화

정치의 록 페스티벌

당 대표들의 스탠딩 코미디


노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저녁 7시. 알메달렌 주간의 꽃이라 불리는 정당 대표들의 노상 연설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오후 3시쯤 되면 알메달렌 호숫가의 무대 주변 잔디 위에 담요를 깔아 놓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낮잠을 즐기는 사람, 책을 펼치고 독서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한다. 주변에는 정당 로고가 찍힌 책자를 나눠 주는 당 관계자들이 보인다. 어린이들을 위해 즉석에서 설탕 과자를 만들어 나눠 주고, 얼굴에 그림을 그려 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연설장 주변에는 전국에 중계하는 TV 카메라가 설치되고 각지에서 온 기자들이 분주하게 현장 스케치를 하고 있다.

8개 정당의 대표들이 매일 한 차례씩 돌아가며 연설을 하는 이 행사는 1968년 여름 처음으로 알메달렌 간담회를 시작한 울로프 팔메가 화물 트럭 위에 올라가 연설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알메달렌의 연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설과 여러모로 다르다.

우선 복장이 자유롭다. 당 대표들의 의상은 휴가지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옷차림이고 방청객들의 모습도 반바지, 반소매 셔츠 등 자유롭다. 청중의 모습 역시 각양각색이다. 누워서 연설을 듣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연설 소리만 들으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를 배경으로 산책하는 사람.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사람들은 총리를 호위하는 경호원들뿐이다.

1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연설은 말이 연설이지 개그맨들의 스탠딩 코미디와 비슷하다.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재미와 웃음을 준다. 여름휴가를 시작하는 시점에 열리는 정당 대표 연설이기 때문에 상반기 의회의 논란거리를 정리하고, 하반기 정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형식이 없어 보이는 연설이지만 국내뿐 아니라 국제 이슈까지 모두 다루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지식수준을 높이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8명의 연설을 모두 경청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웨덴과 유럽의 정치, 그리고 세계 현안이 각 당의 시각에서 명료하게 정리됐다. 스웨덴이 세계 속에서 어떤 도전을 받고 있는지, 국내의 주요 갈등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대안들을 제시해 준다.

“여러분의 마음을 여십시오!”

이 메시지는 2014년 보수당 대표이자 총리였던 라인펠트의 연설 중 일부다. ‘아랍의 봄’[1] 이후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온 정치 난민을 스웨덴 국민이 마음의 문을 열고 맞아 달라는 내용이다. 명료한 수사에 많은 방청객이 박수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메시지는 극우파의 정치적 공세에 직면했다. 라인펠트가 스웨덴의 현실을 읽지 못하고 이상적인 주장을 폈다는 비판이 일었다. 스웨덴의 경제가 악화하는 가운데 외국인 이민자들이 스웨덴의 복지 예산을 축내고 있다고 반격한 극우 정당이 선거에서 지지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연설은 아직도 국제 사회에서 스웨덴 국민의 책임 의식을 보여 주는 대명사로 인용되고 있다.

이렇게 지난 50년 동안 이 자리에 섰던 각 당 대표들의 연설은 스웨덴 안팎에 각인되어 있다. 의회에서 하는 연설과는 달리 여름 휴가지의 분위기 그대로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정치인의 연설과 정책 토론도 내용과 재미가 적절하게 섞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예술이 될 수 있다. 스웨덴의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제된 수사법은 언어의 감칠맛을 돋우는 양념과도 같다. 함께 웃고 박수를 보내다 보면 정치는 더 이상 어렵거나 무미건조한 메시지가 아니다. 거리에서 쉽게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듯, 쉽게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고 귀담아듣게 된다.

휴가지의 여름밤이라는 조건도 큰 역할을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연설과 갑갑한 실내의 딱딱한 회의실에서 하는 연설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태도와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 연설은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에 따라 인기 TV 프로그램 못지않은 파급력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자유, 평등, 정의, 성장, 분배, 갈등, 타협, 전쟁, 평화, 법치, 책임성, 연대 의식…….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수많은 정치적 개념들을 고민한다. 때로는 불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한다. 얼굴을 붉히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만큼 상대방의 가치도 중요하다. 모든 가치가 같은 기준으로 존중되어야 정치가 비로소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된다. 정치는 약점을 파헤쳐 상대를 파멸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철학과 그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밝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하는 행위다.

스웨덴 정당 대표들의 연설은 정치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계속해서 터지는 박수 세례와 지지자들의 환호는 록 페스티벌의 뜨거운 열기와 다르지 않다.

정치적 갈등은 축제로서의 요소가 없는 정치 문화에서 창궐하는 질병과도 같다. 서로 상처를 내고 싸우면서 경쟁만 하는 정치는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다. 알메달렌에서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 편안한 것, 신나는 것, 배려하는 것이다.

 

춤추는 정치인들


카페에서는 요즘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스웨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사라 라손(Zara Larsson)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하루 종일 이어진 정당들의 정책 대결이 끝난 알메달렌의 골목들은 말 그대로 파티 분위기다. 골목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목청을 높여 야시장 같은 느낌도 난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DJ 바에서 들리는 강한 비트의 음악이 해안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것처럼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알메달렌 주간의 수요일 밤 하이라이트, ‘정치인 댄스 배틀’이 열리는 곳이다. 낮에는 정책으로 경쟁했던 정치인들이 밤에는 댄스로 맞붙는다.

문화부 장관, 사회복지부 장관, 국토안전부 장관이 여당 쪽의 선수들이다. 야당 쪽에서는 전직 외교부 장관, 법무부 장관, 어린이노인복지부 장관이 출전 선수 명단에 올라 있다.

꽉 찬 1300석의 객석이 비트에 따라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떼창’을 하는 이 광경은 세계적 가수가 관객과 호흡하며 인기곡을 함께 부르는 콘서트 이상의 열기를 내뿜고 있다. 아비치(Avicii)라는 세계적 DJ를 배출한 나라답게 주최 측에서는 유명 DJ 세 명을 섭외했다.

누가 사민당 사람들을 재미없는 사람들이라 했던가.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당 사민당 대표인 사회복지부 장관은 몸에 달라붙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우아한 자태로 춤을 췄다. 그 옆에 있는 국토안전부 장관의 로봇 춤은 관객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댄스 배틀의 디바는 문화부 장관이었다. 알리세 바 쿤케(Alice Bah Kuhnke) 장관은 압도적인 춤 실력으로 1300명의 환호와 탄식을 이끌어 냈다.

매년 양쪽에서 출전하는 댄스 팀이 바뀌는데, 여당과 야당의 숨은 춤꾼들이 워낙 많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전직 장관들이 한 번씩은 댄스 팀에 합류한다.

알메달렌은 서로 다른 생각과 접근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다. 논리와 레토릭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의 치열한 정책 대결은 국민의 선택을 돕는다. 하지만 이런 정치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정책을 알리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듯 정치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일 역시 정치인과 국민 사이의 벽을 부수는 효과적 소통 수단일 수 있다.

정치인들의 댄스 배틀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정치는 딱딱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임이 분명한데, 스웨덴 사람들은 정치를 내가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 댄스 배틀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정치인과 함께 호흡하려는 시도로 느껴졌다.

정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런 상상과 비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루한 논쟁의 과정에서 잠시 쉬어 가는 것도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다는 스웨덴 정치인들도 춤추고 쉬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끼고, 가끔은 그들과 어울려 휴식하기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내가 꿈꾸는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사민당의 아니카 스트란델 보건복지부 장관, 아달란 셰카랍 행정부 장관, 녹색당의 알리세 바 쿤케 문화부 장관 등이 팀을 이뤄 DJ 배틀에 출전했다. ⓒ Anders Löwdin

원내 대표들이 모이는 텐트


일행이 인근 섬을 둘러보러 떠난 날, 혼자서 알메달렌 거리를 걷다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건물 자투리 주차 공간에 텐트를 치고 세미나를 열고 있었다. 스웨덴의 이민 정책과 난민 문제, 그리고 사회 통합에 관한 토론이라는 배너가 보인다. 스웨덴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여서인지 골목 밖까지 서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난민 문제는 스웨덴 국민이 지지 정당을 선택할 때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초청 연사들을 보니 각 정당의 원내 대표들이다. 8개 정당의 원내 대표들이 모두 참가를 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난민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 스웨덴 전통 사회의 가치가 손상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어 걱정입니다. 난민들이 우리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도록 적응 교육 내용에 국가 가사, 헌법, 역사 등을 포함시키고 스웨덴어 시험에 합격해야 사회 복지 혜택을 줘야 합니다. 보조금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지급할 것이 아니라 일을 한 연수만큼 차별적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우파 정당 원내 대표의 말에 지지자들이 박수로 답한다. 그러자 좌파 정당이 응수한다.

“무조건 암기식으로 주입시킨다고 해서 문화와 가치가 수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사회적 접촉과 공동체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 시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직업 교육 훈련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과 세금은 복지의 기초라는 사실을 노동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교육입니다.”

8명의 토론자들은 상대방이 발표할 때 발언권을 달라고 손을 들고 연신 신호를 보낸다. 보는 사람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원내 대표들의 논박이 오간다. 1시간 30분의 토론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공연장에 온 것 같은 모습에 신선함을 느낀다.

 

개방과 소통의 전제 조건


스웨덴에서는 정치인, 기업인, 기관장 등 전국적으로 상시 경호를 받는 주요 인사가 400명 정도다. 그 가운데 절반인 약 200명이 알메달렌을 찾는다. 문제는 알메달렌에서 경호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방성이 가장 중요한 알메달렌에서는 누구나 총리와 각 정당 대표 같은 유력 인사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정당 대표들이 연설하는 공원 주위에만 1만 2000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한다. 정치인이 참석하는 세미나 어디를 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 내가 알메달렌 행사 기간 동안 거리에서 마주친 총리, 장관, 당 대표, 국회의원, 기업 회장을 기억나는 대로만 세어도 수백 명에 이른다. 알메달렌에서는 경호원들이 지근거리에서 경호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행사 프로그램이 확정되고 나면, 초청 인사까지 포함한 상세한 정보가 기록된 자료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주요 인사들의 동선 역시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

스웨덴 역시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한 국가는 아니다.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2017년 4월에 자동차 테러가 있었고,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폭탄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국정을 이끄는 주요 인사들을 포함해 4만 명이 모이는 알메달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국가의 안위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2015년에 발간된 소설 《알메달렌 함락 작전》은 알메달렌 주간에 총리가 극우 세력의 인질로 잡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스웨덴의 민주 정치 체제를 볼모로 삼아 공격을 가하고, 스웨덴의 국정이 마비되고 안보가 무너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이 소설은 특수부대 요원을 거쳐 중동 등지에서 VIP 경호원으로 활동했던 에릭 레빈(Erik Lewin)의 데뷔작이다. 레빈은 알메달렌 행사 기간 스웨덴 각계 지도층이 총집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 요인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낮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큰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메달렌이 열리는 고틀란드섬이 러시아의 발틱 함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와 가깝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한 내용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레빈은 스웨덴 공영 방송 인터뷰에서 “실제 알메달렌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언제든 테러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알메달렌은 자유분방 그 자체이고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있다”면서 “총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거리를 활보하고 국방 장관과 기업 회장들이 펍pub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도 참가자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나 역시 소설을 읽으면서 손에 땀이 났다. 밤늦게까지 하루 만에 읽어 내려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호텔, 카페, 광장은 나의 발길이 닿았던 곳들이었다. 내가 둘러보고 경험한 알메달렌이 이런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스웨덴 경찰 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몬 뷔네트(Simon Bynert) 보안경찰(Säpo) 홍보 담당관은 스웨덴이 오랫동안 알메달렌 행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2017년 《메트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유럽전선(Nordic Front) 같은 극우 단체가 알메달렌 참여를 신청해 스웨덴 정계 안팎이 긴장하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행사 원칙에 따라 조직위에서는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다. 북유럽전선이 공개적으로 알메달렌 조직위를 비난했지만 스테판 뢰벤(Stefan Löfven) 총리까지 조직위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면서 비난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언제든 극우 정치 단체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그럴 경우 알메달렌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실제로 2014년부터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의회에 진출하면서 자동적으로 알메달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스웨덴 민주당이 진행하는 행사는 조직위에서 인정하는 공익적 정치 행사로서 선동과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들고나오는 행사 도구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알메달렌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진 이유다.

2016년 알메달렌에서 스웨덴 민주당의 광장 연설을 들어 본 경험이 있다. 우려와는 달리 연설 내용은 다소 싱거웠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 민주당 대표가 나선 저녁 7시 연설도 다른 정당 대표의 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극우 정당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하는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문제는 스톡홀름 뉘네스함(Nynäshamn)과 오스카스함(Oscarshamn) 항구에서 들어오는 페리 승객들이다. 공항에서는 탑승객이 모두 소지품 검색을 받지만 페리로 들어오는 승객들은 짐을 검사받지 않는다. 그만큼 보안 경찰의 일이 늘어나게 된다.

2017년부터 알메달렌 참가 인원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배경이다. 안전 문제가 확보되지 않는 행사는 엄청난 재난과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위의 고민도 커졌다. 많은 전문가들이 안전과 편의성 등을 고려해 참가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선 조직위는 고틀란드 경찰과 스톡홀름 경찰의 유기적 협조 관계를 구축해 두고 있다. 보안경찰 역시 행사 전부터 면밀하게 정치인들과 사회 각계 저명인사들의 경호를 위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조직위는 또 알메달렌 인근 도로에 구조물을 설치해 자동차의 접근을 막는다. 허가된 차량 이외의 모든 차량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아예 자동차 없는 행사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니 행사장 접근성도 높아지고, 도로 안전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안전은 이제 모든 정치 이벤트의 필수 요소다. 알메달렌이 성곽으로 보호되어 있어 외부의 테러 공격으로부터 더 안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시가지로 들어오는 도로를 전면 통제하는 것으로 상당한 수준의 보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8년 현재 알메달렌 조직위는 도로마다 긴급 구호 용품을 배치하고 대피로를 표기하고 있다. 화재 시 초기 진압용으로 활용하는 천과 소화기, 화재 시 대처 요령 등의 안내문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했다. 모든 행사장마다 비상문과 비상등, 소화수 점검을 의무화하고, 비상 탈출구를 확보해 유사시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행사장을 제공하는 시설 관리실은 최대 입장 인원을 명확히 규정해 더 많은 사람이 입장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1]
아랍의 봄은 2010년 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촉발된 반정부·민주화 시위를 말한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독재 정권이 종식되면서 중동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튀니지 외에는 민주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무정부 상태나 내전 상황에 빠진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난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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