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 이후의 도시
2화

밀집 도시의 운명

코로나19가 뉴욕의 미래를 위협한다

밤이면 맨해튼은 160만 명을 수용한다. 작은 섬으로서는 큰 규모다. 오전에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이 파도처럼 몰려들어 사무실 건물, 커피숍과 스피닝 수업이 열리는 체육관을 채운다. 저녁이 되면 이 파도는 다리를 넘고 터널을 지나 빠져 나가고 도시에는 잠깐 외출한 사람들과 교대 근무자의 희미한 잔여물만 남는다. 주말, 그리고 여름에는 차이가 작다. 그러나 이러한 물결은 1세기가 넘도록 그 리듬을 지켜 왔다.

지난 3월 중순 흐름은 멈춰 버렸다.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Andrew Cuomo)의 외출 제한 명령에 따라 병원은 가득 차고, 일터는 문을 닫았다. 3개월간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뉴욕은 코로나19 판데믹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타임스퀘어는 텅 비었고 박물관과 공연장은 문을 닫았다.

미네소타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인종주의와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5월 말 거리는 잠시 되살아났다. 경찰의 열성적 지지자로 떠오르면서 시위대의 표적이 된 뉴욕시장 빌 드블라지오는 뉴욕시가 공식적으로 봉쇄 조치를 해제하기로 한 6월 6일까지 지속적인 통금령을 내렸다.

건설과 생산 부문은 재개되었다. 상점들은 길가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아직 폐쇄된 상태이고 대다수의 사무실 직원들은 재택근무 중이다. 적어도 9월까지 브로드웨이는 문을 열지 않을 것이다. 뉴욕시 교육감은 가을에 학교를 다시 열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잠들지 않는 이 도시는 남은 한 해의 대부분을 진정제를 맞은 상태처럼 보일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크게 확산되거나, 근로자들이 집 안의 모니터 앞에서 일하게 된다면 도시는 빈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모든 수수께끼와 아름다움


도시라는 아이디어에 대한 20세기의 사랑을 뉴욕만큼 잘 보여 주는 장소는 없다. 1925년에 이전까지 정상이었던 런던을 제친 그 규모는 물론이고, 웅장함, 문화적 성취, 모든 부문에서의 야성적 생기는 수십 년간 세계의 찬사와 모방의 대상이었다.

20세기를 지나오면서 점점 더 많은 도시들이 크고, 밀도가 높고, 부유한 지역으로 성장했다. 2016년에 인류의 5분의 1 이상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300개의 대도시권에서 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절반, 그리고 세계 GDP 성장의 3분의 2가 나온다. 뉴욕은 정상급 중에서도 최상의 도시로 남아 있다. 뉴욕의 GDP는 1조 80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뉴욕은 글로벌 핵심 기업들이 다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밀집해 있는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과 재택근무가 용이해지고 있지만 근로자와 기업들은 뉴욕과 같은 도시로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로 숙련된, 교육 수준과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에 의존하는 지식 경제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산타페연구소의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는 임금과 혁신과 같은 이익의 성장세가 도시의 성장보다 더 빠르다는 점을 입증했다.
월요일 새벽 2시/수요일 오후 2시/ 맨해튼/ 2010~2015년에 수집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인구 조사 블록에 따라 표시한 인구/ 늦은 봄 일반적인 한 주 기준/ 단위:1000명/ 출처: 저스틴 펑, 메트로폴리탄인구탐색기(manpopex.us)
하버드대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에 따르면 도시의 인구 밀집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탄소 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최소화한다. 대도시권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작은 도시에 사는 이들보다 평균적으로 50퍼센트 이상 더 생산적이다. 이런 현상은 같은 수준의 교육과 경험을 가지고 동일한 산업에서 일하며 지능 지수(IQ)가 같은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다른 부유한 나라에서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빈곤한 국가에서 도시 생활의 장점은 더 크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주요 도시 폐쇄는 정부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조치였다. 그러나 폐쇄 자체는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간단했다. 다시 문을 여는 것은 더욱 어렵다. 편의 시설과 이동 수단의 상충하는 요구들 때문이다. 거의 모든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자동차로 홀로 출근하게 되면 도시 재개는 교통 체증으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 기준으로 보면 규모가 크고,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은 뉴욕은 위와 같은 문제의 스케일이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일 것이다.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니콜 겔리나스(Nicole Gelinas)는 “맨해튼으로 유입되는 대중교통의 1퍼센트 감소는 자동차 교통량의 12퍼센트 상승으로 치환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리 존슨(Corey Johnson) 뉴욕시의회 의장은 “카마게돈(Carmageddon)”을 경고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세계에서 대중교통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뉴욕주 산하 기구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정거장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시의 버스와 지하철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다. MTA는 판데믹 이전에도 재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어려운 상태였는데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 90퍼센트의 이용자와 20억 달러(2조 4240억 원)가 넘는 수익을 잃었다. 교통공사는 지하철 칸을 방역하고 승객 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새로운 조치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통근자들이 안전한 수준으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는 없다. 뉴욕주가 지원 자금을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MTA는 대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 일자리와 서비스를 축소해야 할 것이며, 이는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매우 조심성 없고 혼란스러운


뉴욕시장 드블라지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 상황 타개를 위한 100킬로미터의 버스 노선 추가 요구에 그는 30킬로미터만 제공하는 것으로 답했다. 시민들이 보행 중 거리를 유지하고 자전거 이용을 늘릴 수 있는 도로의 차량 통행 금지 조치는 마지못해 허용했다.

뉴욕 시민들이 한 번에 직장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밀집된 도시의 핵심은 도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구 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UC버클리대 경제학자 엔리코 모레티(Enrico Moretti)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도시의 성공에 기여하는 지식 노동 일자리 하나는 서비스직 다섯 개를 먹여 살린다. 이런 서비스직에는 변호사와 같이 고소득인 것도 있고, 바리스타 같이 임금이 낮은 것도 있다. 사무직 종사자들이 집에 남는다면, 그들에게 의존하는 도시 근로자들의 소득은 사라지게 된다. 만약 사무실이 반쯤 비어 있는 상황에 직면해 주문이 줄어든 서비스직 근로자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통근자들의 복귀 기피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서비스 업체들이 흐름이 변하기를 기다리다 실제로 도산하게 된다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심각하지만 짧은 불황?/ 뉴욕시/ 불황 이전의 고용률로 돌아가기까지의 분기 수/ 누적 실직자 수/ 단위: 1000명/ 파란색 점선, V자’ 형태의 회복을 가정한 코로나19 예측, 노란색 실선, 2008년 금융 위기, 하늘색 실선, 닷컴 버블과 겹친 9·11 이후 위기 시작 시점으로부터의 분기 수/ 출처: 뉴욕시 감사원
도시의 재개가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뉴욕의 재정에 뚫려 있는 구멍은 거대할 것이다. 드블라지오 시장에 따르면 도시 봉쇄로 인한 판매세, 소득세, 그리고 재산세의 감소는 향후 회계 연도 기준 2년간 90억 달러의 세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5월 18일에 뉴욕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암울함과 불확실성”의 상태라고 발표한 뉴욕 독립 예산국은 취업률이 2024년까지는 판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표 참조). 드블라지오 시장은 연방 정부의 지원 없이는 뉴욕시 공무원 해고를 포함한 예산 삭감 등 “모든 조치가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주도 재정난을 겪고 있어서 시에 긴급 구제 자금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극심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뉴욕이 코로나 이후에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두 가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다. 첫째, 도시들은 일반적으로 거대한 충격에 대단한 회복력을 보여 주었다. 2002년 컬럼비아대 도널드 데이비스(Donald Davis)와 데이비드 와인스타인(David Weinstein) 교수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폭격을 당했던 일본의 도시들을 살펴보고 “일시적인 충격의 규모가 놀랄 만큼 클 때에도 도시 경제의 공간적 구조에는 별다른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이 핵폭탄을 투하한 이후 나가사키의 인구 증가율이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2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시들이 이론적으로 뛰어난 회복력을 갖고 있다면, 뉴욕은 실제로 그 사실을 입증한 도시다. 뉴욕의 감사원에 따르면 2001년에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테러는 830~950억 달러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쌍둥이 건물이 서 있던 맨해튼 남부는 사무실 공간의 거의 30퍼센트를 잃었으며 10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시 실직했다.

그러나 당시 시장으로 선출된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는 기업들이 맨해튼 남부로 이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상업 지구 부동산 점유율은 반등했다. 이 지역의 인구는 테러 당시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7년에는 취업률이 테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듬해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했고 뉴욕의 대표 산업인 금융 서비스는 대단히 취약해 보였다. 2001년 55퍼센트에 달했던 맨해튼 남부의 금융 서비스 비중은 2018년에는 3분의 1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금융 산업은 아직 건재하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발생한 190억 달러 규모의 피해도 일시적인 타격에 그쳤다. 맨해튼 수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샌디 이전 수준보다 70퍼센트 높다. 퀸스의 수변 지역은 128퍼센트 올랐다.

그러나 만약 코로나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충격의 최신 버전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면 어떻게 될까. 재난을 물리칠 수 있는 도시들도 경제적 기반과 세수의 구조적인 변화를 겪는다면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뉴욕의 역사는 이러한 가능성도 보여 주고 있다.

다른 미국의 도시들처럼 뉴욕 역시 1960년대에 폭동을 경험했다. 1969년과 1974년 사이 두 차례의 불황으로 뉴욕시는 거의 30만 개의 생산직을 잃었다. 이 기간 대부분의 미국 도시들은 일종의 ‘백인 이탈’을 경험했다. 뉴욕에서는 이탈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1970년대 뉴욕시는 거의 전부 백인이었던 총 130만 명의 주민들을 잃었고, 이는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서 이탈한 인구를 합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세수 기반이 축소되면서 1975년이 되자 뉴욕시는 행정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거나 부채를 상환할 수 없었다. 당시 포드의 회장 제네럴 포드(Gerald Ford)는 시의 지원 요청을 받고 반발했다. 《데일리 뉴스》 1면 기사의 제목은 144포인트 크기의 활자로 쓴 ‘포드가 뉴욕시에게: 죽어 버려(FORD TO CITY: DROP DEAD)’였다.

 

과거의 일을 되풀이할 수는 없을까


잇따른 예산 삭감으로 1만 3000개의 교사직이 사라졌다. 4년간 경찰관의 신규 고용은 없었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범죄율이 악화되는 가운데 검거는 5분의 1이 줄었다. 지하철은 안전하지 않았고, 도시 곳곳에 그래피티가 그려졌으며 공원은 마약 소굴이 되었다. 오늘날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세인트막스 플레이스에는 붐비는 술집과 시크한 커피숍, 그리고 요가 스튜디오가 줄지어 있다. 당시에는 도시 쇠퇴를 상징하는 레드제플린의 앨범 커버 이미지에 쓰일 정도로 암울했고, 강도에서 살인과 식인에 이르는 범죄의 소굴이었다.

그러나 뉴욕은 여전히 지식 근로자들의 밀집으로 장점을 누리고 있었다. 1980년대 투자 은행 드렉셀 번햄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t)의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은 기업 금융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대규모 사모 펀드 KKR의 공동 창립자 헨리 크래비스(Henry Kravis)의 첫 번째 레버리지 바이아웃(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인수 합병 방식)에 기여한 투기 등급 회사채(정크본드)를 만들었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밀켄은 금융 사업 과정의 문제로 수감되었다. 그러나 뉴욕이 활기뿐 아니라 지불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1970년대에 비해 지금의 뉴욕은 훨씬 더 나은 상태다. 그러나 6월 말까지 약 90만 명의 노동자가 실업 수당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08년의 침체나 2001년의 테러 공격 이후 기록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많은 기업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았고 일부는 다시는 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노동자의 수는 매우 부족할 수 있다. 뉴욕의 소규모 사업체 소유주 중 거의 절반이 이민자다. 언제 이민 규제가 풀릴지는 불확실하다.

뉴욕의 쿠오모 주지사는 연방 정부가 제공한 75억 달러(9조 원)의 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며 거의 10배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방 정부가 넉넉한 자금을 제공하더라도 학교, 보건, 그리고 지방 정부에 대한 대폭 예산 삭감은 불가피해 보인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바이러스를 피해 도시를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간 뉴욕시의 주민 스무 명 중 한 명이 도시를 떠나 미 전역의 유년 시절 주택의 싱글 베드를 차지하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부유한 맨해튼의 경우 비율은 6분의 1에 달한다. 가장 호화로운 지역에서는 3분의 1이 넘는다. 감염으로 인한 사망 대부분은 맨해튼 외곽의 빈곤한 동네에서 발생했다.

코로나 추가 감염은 경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복귀의 열망을 약화시킬 것이다. 경제학자 글레이저는 감염증을 일으키는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위협은 “적어도 이주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는 삶의 비도시화로 가는 심각하고 장기적인 방향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판데믹을 차치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질병이 도시에서 잘 전파된다는 사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리학자 웨스트는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처럼 감염 경향도 도시 자체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고 분석한다.

바이러스가 통제되는 미래에서 개인의 편리와 기업의 전략이 결합해 원거리 근무를 임시 방편이 아닌 도시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의 영속적인 변화로 파악하게 된다면 도시의 르네상스에는 축복과도 같은 인구 밀집의 경제적 이득은 사라질 수 있다.

맨해튼 급여 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금융 서비스를 보자. 바클레이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세 은행은 맨해튼에서 2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며 93만 제곱미터가 넘는 사무실 공간을 사용한다. 이는 내쉬빌 시내 사무 공간 전체와 비슷한 규모다. 타임스퀘어를 바라보는 고층 빌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모건 스탠리의 제임스 고먼(James Gorman) 회장은 대부분의 일자리는 여전히 사무실에 위치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회사가 발자국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물리적으로 어느 곳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점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최고 경영자 제스 스테일리(Jes Staley)는 “한 건물에 7000명의 사람을 집어넣는 아이디어는 과거의 것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가장 넓은 사무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의 내부 메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복귀시킬 근로자의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뉴욕에 기반한 사모 펀드 블랙스톤의 부동산 투자 부서를 맡고 있는 켄 카플란(Ken Caplan)은 “사무실 공간은 가장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개월간 근로자당 사용 공간을 더 넓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사무실 공간 규모에 대한 수요는 크게 조정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이 일부 근로자들에게 근로 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할 것을 독려해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카플란은 장기적으로 사무실 공간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만약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집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그중 일부는 도시를 완전히 떠날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의 설문 조사에서 현재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지속적으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도시 밖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장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이사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부동산 사이트의 검색 결과는 벽지(진짜 뉴욕 주민에게 도시 경계 밖의 모든 지역은 기본적으로 벽지다) 생활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는 않고 있다. 뉴욕시 감사원장 스콧 스트링어(Scott Stringer)는 뉴욕 시민들이 텍사스주 오스틴과 같은 장소로 이주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그는 웃었다. “이주하면 거기서 살아야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완전히 탈중심화된 인력 구조로는 슬랙, 팀즈, 행아웃, 그리고 줌으로 화상 회의를 하더라도,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기회를 노리는) 직장인이나 고용주가 얻는 도시의 수많은 이익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다. 시티그룹의 임원 파코 이바라(Paco Ybarra)는 기업들이 현재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미 대면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팀 내 관계도 구축했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이런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 약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들은 지속적인 온라인 연결과 도시 생활이 물리적으로 제공하는 뜻밖의 발견, 접촉에 대한 적절한 노출을 섞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실 근무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즐거움이, 그리고 대다수에게는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축제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이는 새로운 종류의 도시 확장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찾을 기회와 편의 시설 활용이 중요했기 때문에 높은 부동산 가격과 월세, 작은 주거 공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심장부 주변에 거주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일일 통근량이 감소하면 도시 거주의 장점도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 규모가 줄고 더 큰 공간으로 이사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 것이기 때문이다. 레드핀의 경제학자 테일러 마(Taylor Marr)는 “만약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해도 된다면 동일한 시간을 통근에 쓰면서도 재택 사무실을 꾸밀 공간이 있는 더 멀리 떨어진 지역의 더 큰 집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도시들은 번영의 엔진으로, 근대적인 삶의 방식이 환경에 가하는 해악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이전의 혼란스런 사건들을 거치면서 뉴욕이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뿔뿔이 흩어진 것 이상으로 뭉쳤기 때문이었다. 붐비는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일은 테러의 공포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번에는 도시를 되살리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끈기 있는 회복력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다. 도시의 리더들은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계획을 세우고, 두 번째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접촉자 추적 조사와 테스트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 시민들이 일하는 방식, 일하기 위해 가는 장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만약 뉴욕이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재택근무를 늘릴 수 있다면 다시 전 세계 도시들의 모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구 밀집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뉴욕이 이번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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