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믹스(Xinomics)가 온다
1화

중국이 발명한 새로운 자본주의

시진핑의 새로운 경제 아젠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백악관은 중국의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과 위챗(WeChat)에 대해 금지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고 홍콩의 지도자들에 대한 제재를 가했으며 대만에 장관을 파견했다. 이렇게 높아지는 압박의 수위는 부분적으로는 선거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운동의 핵심 기조다. 부분적으로는 이념적이기도 하다. 나날이 독단적으로 변모하는 중국에 맞서 모든 측면에서 반발해야 한다는 위급함을 느끼고 있는 현 정부 매파 인사들의 의사가 강조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 압박은 무역 분쟁 초기부터 보였던 미국의 태도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전제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의 강화된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는 보기보다 연약하며 따라서 강경책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논리는 매혹적일 정도로 단순하다. 중국이 성장을 일궈 내긴 했지만 그 성장은 오직 부채, 정부 지원금, 정실주의, 지적 재산권 절도 등 지속 가능성을 결여한 조합에 의존한 결과다. 충분히 강하게 압박한다면 중국의 경제가 휘청이면서 지도자들이 승복할 것이며 결국 국가 주도의 체계를 자유화하게 될 것이다.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가 말하는 것처럼 “세계의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은 중국이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간단하지만, 잘못된 전제다. ‘관세 전쟁’은 중국의 경제에 예상만큼의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중국은 코로나19 판데믹을 예상보다 훨씬 더 잘 견뎌 냈다. 국제 통화 기금(IMF)은 2020년 미국의 성장률이 8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률은 1퍼센트로 전망한다. 올해 세계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주식 시장은 뉴욕이 아니라 선전(深圳)이다. 2화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은 2020년대를 위한 국가 자본주의를 재구축하고 있다. 연기를 내뿜는 철강 공장과 수출입 할당제는 잊자. 시 주석의 새로운 경제 의제는 단단히 정의된 경계선 안에서, 만물을 꿰뚫어 보는 공산당의 감시 체계하에서 시장과 혁신이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경제 정책과는 거리가 멀지만, 전제 정치, 기술, 그리고 역동성으로 이루어진 이 무자비한 조합은 앞으로 수년간의 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과소평가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속적인 서구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1995년 이래 시장 가격으로 계산한 세계 경제 국민 총생산(GDP)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퍼센트에서 16퍼센트로 상승했다. 실리콘밸리의 경영인들은 중국의 기술 기업들을 ‘카피캣’으로 보고 무시해 왔다. 월가의 공매도 투자자들은 중국의 빈 주택으로 가득한 유령 도시들이 금융 시장 붕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학자들은 중국의 GDP 통계 조작 가능성을 우려했고, 전문 투자자들은 자본 도피가 환율 위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러한 회의론을 불식시켰다. 국가 자본주의의 형태를 바꾸고, 적응해 나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년 전 경제의 중점이 무역에 있었다면 오늘날 중국에서 수출은 GDP의 17퍼센트에 불과하다. 2010년대에 중국의 관료들은 알리바바(Alibaba)나 텐센트(Tencent)와 같은 기술 기업들이 거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적절한 여건을 제공했다. 텐센트는 공산당 통제의 도구로 쓰이기도 하는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위챗을 만들었다(2화 참조).

현재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는 다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를 ‘시노믹스(Xinomics)’라고 부르자. 2012년에 권력을 잡은 후 시 주석의 정치적 목표는 공산당의 장악력을 강화하고 국내외 반대분자들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의 경제적 의제는 국내 질서와 위협 회복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2008년 이래 중국에서 공적, 사적 부채는 GDP의 거의 300퍼센트로 급증했다. 경제는 구식의 국유 기업과 혁신적이지만 약탈적인 관료들, 모호한 법규를 마주하고 있는 무법천지의 민간 부문으로 양분되어있다.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중국의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입이 막히고 서구 국가들의 기술에 대한 접근을 거부당할 위험에 처했다.

‘시노믹스’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경기 순환 및 국내의 채무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통제다. 대규모 지출과 과도한 대출의 시대는 끝났다. 은행은 재무제표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그림자 거래를 포착하고 방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대출이 정화된 채권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GDP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부양책을 내놨는데, 이는 미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규모다.

둘째는 법률을 경제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더 효율적인 행정 국가다. 시진핑 주석이 홍콩에서는 공포를 심기 위해 공산당이 제정한 법률을 적용했지만 본국에서는 기업에 보다 더 우호적인 상업 법체계를 세웠다. 한때는 드물었던 파산과 특허권 소송이 2012년 시 주석 취임 후 5배로 늘었다. 불필요한 절차가 간소화됐고, 이제 회사를 세우는 데는 9일이면 충분하다. 예측 가능한 법률은 시장을 더 원활하게 작동시키고 경제의 생산성을 키운다.

마지막 요소는 국유 기업과 민간 기업의 경계를 지우는 것이다. 국영 기업들은 재정 수익을 늘리고 민간 투자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사내 당 조직을 통해 민간 기업을 전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용 블랙리스트 체계를 통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다. 시 주석은 2015년에 발표된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세분화되지 않은 산업 정책 대신, 해외의 압력에 취약하거나 반대로 외국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급 체인의 요충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반도체나 배터리를 포함한 주요 기술 분야에서 자족 체제를 키워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시노믹스는 좋은 성과를 보였다. 코로나19 타격 이전까지 부채 증가세는 둔화됐다. 무역 분쟁과 판데믹이라는 두 충격은 금융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국영 기업의 생산성은 점차 오르고 있으며 해외 투자자들은 새로운 세대의 중국 기술 기업들에 현금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은 시간이 흐른 뒤에 찾아올 것이다. 중국은 새로운 기술 중심 중앙 계획 방식이 혁신을 지속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분산된 의사 결정, 개방된 국경,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혁신의 특효약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 가지는 명백하다. 대결을 통해 중국을 굴복시키고자 하는 바람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열린 사회와 중국 국가 자본주의 사이의 오랜 경합을 준비해야 한다. 봉쇄 정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소련과 달리 중국의 거대한 경제는 매우 복잡하며 이미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있다. 서구 국가들은 인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후 변화, 판데믹, 상업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새롭고 안정적인 규칙을 만들어 내야 한다. 14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 국가 자본주의 경제의 힘이 사라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환상을 버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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