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말을 걸다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인간다운 기계가 던지는 질문

인공지능 비서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이폰 시리를 더러 쓰지만, 알림 설정이나 음악 검색 같은 단순 작업을 할 때만 호출한다. 화면을 보고 손으로 터치하는 작동 방식이 아직은 더 익숙하고, 시리가 일상을 바꿨다는 생각도 딱히 해보지 않았다. 내 주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의 지적처럼 침실과 부엌 같은 사적 공간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들어서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집 밖에서 시리를 부르기는 어색해도, 집 안에서는 가상 비서에게 다른 역할과 의미가 부여된다.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친밀하게 대화하고, 정서적인 위로까지 제공하는 기계가 등장한 것이다.

인공지능 비서는 인간 고유의 영역도 넘보고 있다. 노인의 말벗이 되거나 생활을 보조하고, 아동을 교육하기도 한다. 기술 발전으로 편리해진 점이지만,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지급하는 대신 사람의 방문 빈도는 늘리지 못하게 돼도 적절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상 비서 보급이 우선순위가 되고 인력 확충은 더뎌진다면, 장기적으로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개선되기 어렵다. 어디까지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이 해야 할 일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답을 찾기 전에 인공지능이 빠르게 인간을 대체하게 된다면, 노인이나 아동처럼 취약한 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기계는 24시간 대기 상태다. 언제든 노인과 대화해 주고,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빠르게 알람을 보낸다. 인내가 필요한 치매 예방 퀴즈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노인에게 필요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사회가 자신을 살피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아동과 대화하면서 언어나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인공지능의 일이라면, 아이들을 실제로 돌보고, 방치되지 않도록 안전망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인공지능이 편견을 주입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며, 아이들이 배울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에 담긴 성별에 대한 편견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목적지를 설정하고, 안내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저자가 다각도에서 살피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역할을 질문하게 한다. 알렉사, 구글 홈, 시리 등 몇몇 페르소나가 주축을 이루는 현 시장에서는 작은 오류나 결정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공지능에게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 만큼 인간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소희준 에디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