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테크 플랫폼

“위키피디아는 믿을 수 있는 자료는 아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백과사전의 입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위키피디아가 2021년 1월 15일, 탄생 20주년을 맞는다.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웹 사이트 중 13번째로 방문자가 많고, 300개의 언어로 작성된 5500만 개의 글을 제공한다. 가짜 뉴스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1],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는 초기 인터넷이 제시한 이상적인 미래를 망가뜨렸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고 수정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만은 예외다. 위키피디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부분은 실현됐다. 이용자가 참여해 지식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위키피디아의 크라우드소싱 방식은 거짓 정보를 쓰는 사용자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지난해 8월 한 미국인이 위키 스코틀랜드어 사이트에서 여러 개의 글을 편집했는데, 나중에 자신은 스코틀랜드어를 잘 모른다고 인정했다. 의도치 않은 실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좋든 나쁘든, 거대 소셜 미디어 업체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 이르는 강력한 플랫폼들은 이제 위키피디아를 ‘온라인 진실의 샘’으로 여기게 됐다(2화 참조).

사실 위키피디아가 주는 익숙함이 그 성과를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키피디아는 전통적인 백과사전만큼 정확할 뿐 아니라, 백과사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범위를 주제를 다룬다.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 물리학의 일반 상대성 이론, 중국 청나라 시대 태평천국의 난 같은 주제도 위키피디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캐나다 퀘벡주의 사투리나 소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의 원리, 잉글랜드 5부 리그에 속한 축구팀 요빌 타운(Yeovil Town)에 대한 정보도 읽을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백과사전 편집자였던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모든 지식을 모으고 싶어 했다. 디드로가 위키피디아를 봤다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이 사이트는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수익을 내지 않는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벤처 캐피털의 투자도 받지 않는다. 만족시켜야 할 광고주도 없다. 그래서 위키피디아는 독자와 글을 쓰는 사람들의 관심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정보를 분류하는 큐레이션 작업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한다. 독자를 사이트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보여 줄지 끊임없이 판단하는 이른바 추천 알고리즘도 위키피디아에는 없다.

다른 거대 기술 기업은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연구해야 한다. 기술 기업이 직원을 많이 채용하지 않고도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알고리즘이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약점이 점차 드러나면서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 거대 소셜 미디어 업체들은 혐오 발언, 테러 관련 콘텐츠 등을 걸러  내면서 콘텐츠 품질을 관리하는 모더레이터(moderators)를 어느 때 보다 많이 고용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내에서 허용되는 게시물의 규칙을 정하는 일도 점점 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힘으로 사이트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와 포퓰리즘에 시달려 온 계몽주의 가치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위키피디아의 글이 가끔 논란을 일으켜 이용자가 회의적인 생각을 한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공정한 회의론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태도이니 말이다. 위키피디아는 스스로를 아직 진행 중인, 완성되지 않은 작업물로 본다. 글의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면 사용자가 다른 사람을 설득해 오류를 수정할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내부 문화는 특정 교단, 정당의 선언이 아니라 증거와 이성, 선의의 논쟁에 기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키피디아에도 결함은 있다. 위키피디아는 종종 제시하고 있는 이상적 목표에 부응하지 못한다. 이용자가 참여해 만드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콘텐츠는 일정한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가장 인기 있는 글은 꼼꼼하게 검토되면서 훌륭한 결과물이 된다. 그러나 그 뒤로는 엉망인 글들이 긴 꼬리처럼 남아 있다. 어떤 글은 너무 길거나 너무 전문적일 때도 있다. 위키피디아의 마법은 글을 편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독특한 문화에서 나오지만 그 문화는 깨지기 쉽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여전히 너무 편협하다는 데 있다. 내용을 편집하는 사람 대다수가 남성이고, 북미와 유럽 출신이다. 일부 편집자가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을 편집한다. 이런 점은 백과사전에 들어갈 내용을 선택하고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위키피디아 이용자들도 이를 바꿔 보려고 노력했지만, 진행이 너무 더뎠다. 많은 문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위키피디아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부유한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편리한 도구다.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위키피디아의 혁명은 조용할 수밖에 없다.
[1]
거대 기술 기업이 이용자 개인의 성향에 맞춘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필터링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 미국 온라인 시민 단체 무브온(Move on) 이사장인 일라이 파리저(Eli Pariser)가 쓴 책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