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청소할 시간
1화

우주 청소의 규칙

지구 저궤도 정돈하기

옛말대로 모두의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다. 우주를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으로는 지구 저궤도라 알려진,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의 우주 공간은 점점 더 지저분해지고 있다. 공간을 채우는 물체들 중 일부는 작동되고 있는 위성들이다. 다른 일부는 멈춰 선 위성들이다. 또 다른 일부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로켓들의 단(stage)이다. 나머지 상당수는 폭발, 대형 물체들의 충돌이 만들어 낸 잔해들이다.

충돌의 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발사되는 위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 충돌 자체가 또 다른 충돌을 낳는다. 충돌이 만들어 내는 파편들은 궤도를 도는 물체의 수를 늘린다. 현재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는 파편들은 2만 개가 넘는다. 그러나 직경 1센티미터가 넘는 큰 물체들은 1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쓰레기의 축적은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으로 알려진 연쇄 충돌을 일으켜 일부 지구 저궤도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도 많은 고가의 장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위성과 로켓의 단을 궤도에서 제거하기 위한 특수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2화 참조). 현 상황에서는 많은 돈이 들더라도 선택해야 하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더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위성과 로켓 단의 수명 주기에 탈궤도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다.

탈궤도 기능을 확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거론되는 것이 발사세(launch tax)다. 그러나 세금이 실제로 궤도 청소에 사용되지 않는 한, 아무런 이익 없이 위성 산업에 비용 부담으로만 작용할 우려가 있다. 특정 분야에 지출할 목적으로 부과되는 세금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던 이력 역시 고려해야 한다.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세금은 문제의 핵심을 공략하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로켓 단과 위성이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을 탑재하면 무게가 늘기 때문에 발사 비용도 늘어난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우주 ‘공병 보증금제’다. 위성 소유자들이 합의된 일정 금액을 에스크로(escrow) 계좌에 냈다가 위성을 궤도에서 수거한 뒤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만약 소유자들이 위성을 수거하지 않으면 전문 업체들이 대신 수거 시도를 하고, 성공했을 때 포상금을 청구해 받아 갈 수 있다. 탈궤도 기능의 탑재를 장려하는 장점은 있지만, 포상금을 받으려는 시도를 하려면 별도의 발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문제의 근본을 공략하는 것이다. 우주 쓰레기는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사용하면서 비용은 전혀 부과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의 또 다른 사례다. 그렇다면 궤도에 무언가를 올리고 유지시키는 권리를 갖고 있는 국가와 기업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 위성이 궤도에 오래 머무를수록 위성의 소유자가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특정 궤도가 더 많이 공유될수록 (따라서 더 붐빌수록), 그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요금을 청구할 것이냐다. 1967년 체결된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궤도에 올라 있는 위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그 위성을 발사한 국가들에게 부과하고, 우주와 천체에 유해한 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지구 저궤도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프랑스가 로켓 추진기를 바다에 폐기하도록 규정한 것이 효과의 전부다. 우주 발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우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이 새롭고 구체적인 조약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잘 만들어진 조약은 우주를 더 깨끗하게 하고,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며, 헛되이 사용되고 있는 자원으로부터 유용한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이다.

조약에 참여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국가나 기업에 대해서는 이런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참여국들이 무임승차 기업들의 퇴출에 합의하고, 궤도 사용료 부담을 발사 능력이 없는 국가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대양과 대기와 같은 자연 공유지들은 공동 착취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합의의 부재로 고통받아 왔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고통받는 공유지의 목록에 우주가 추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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