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일
1화

인공지능 시대의 일

사무실의 미래를 그리다

©북저널리즘
월요일 아침, 컴퓨터에 로그인을 하며 고객 센터의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 동안 인공지능이 대부분 일을 처리해 놓았다. 인공지능이 ‘확인 요망’ 체크한 고객 문의 내용만 해결하면 된다. 처음 인공지능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는 주어진 고객 문의 내용의 절반 정도를 처리하더니, 점점 능력이 향상돼 이제는 대부분의 문의를 자신 있게 해결한다. 마치 사무실에 주니어가 들어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축적되며 점점 능수능란해진다.

인공지능이 자신 없어 한 내용들을 훑어본다. 사업부에서 몇 주 전 출시한 새로운 제품과 관련한 고객 질문들이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에 추가된 적이 없을 테니 자신 없어 할 만하다. 즉시 사업부와 회의를 잡는다. 회의 도중에도 인공지능이 관련된 새로운 키워드과 트렌드를 정리해 준다. 덕분에 회의는 훨씬 효율적이다. 사업부와의 회의 이후 기획 팀과 마케팅 부서에서 데이터 사용 요청이 온다. 우리 부서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고 신제품 기획에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데이터 해석에 주의해야 할 몇 가지 부분을 정리해서 보낸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여유가 생긴 직원들은 고객 데이터를 통해 얻은 통찰을 타 부서 직원들과도 공유한다. 회사 제품과 서비스 개량은 이전보다 쉬워졌다.

 

일은 인공지능이 결재는 사람이


인공지능이 사무실에 도입되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졌던 지식 노동자의 일에서도 기계가 담당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업무를 패턴화한 인공지능은 업무 진행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현재 사무직 노동자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복적인 사무 업무는 인공지능이 처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인간 직원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업무나 틀에 박힌 대답을 반복하는 소모적인 노동에서 해방되어 창의적인 해결을 요구하거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가치 높은 일에 시간을 주로 할애하게 될 것이다. 실무는 인공지능이 도맡고, 사무직 노동자는 인공지능이 수행한 업무를 파악하고 최종 승인하는 관리자의 역할로 승진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은 24시간 일을 한다. 업무가 늘어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클라우드에 서버를 몇 개 더 늘리면 순식간에 숙련된 팀원이 몇 배로 늘어나는 셈이 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해결했던 사안이나 그와 유사한 문제는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반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인공지능은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일반적인 업무 방법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능력은 일부 유사성이 존재하는 별개의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해 문제를 해결할 때 드러난다. 이 지점에서 사람은 기계보다 절대적으로 뛰어나다. 예컨대, 고객 센터 업무를 분장하는 인공지능에게 며칠 전 새로 론칭한 서비스와 관련한 문의를 한다면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해당 문의 사항을 사람에게 넘긴다. 인간 직원은 인공지능 동료의 업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해당 문의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 개입한다. 사업부에 전화를 걸어 몇 가지 확인한 뒤, 관련 부서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장 적절한 응대 방향을 결정한다. 이렇게 사람이 지도한 내용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인공지능에게 피드백을 제공해 앞으로의 관련 문의를 처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인간 직원의 문제 해결 능력으로 추가된 신규 데이터가 다시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가 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인간의 업무 결재 내용이 데이터로 누적되어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사람의 일을 없애지 않는다. 다만 일의 개념을 진화시킨다.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일을 하는 사무실은 서로의 단점을 각자의 장점으로 보완하며 이전보다 많은 업무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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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절차와 시스템은 디지털 워크플로우(digital workflow) 기술로 구체화되는 중이다. 디지털 워크플로우는 ‘기업 프로세스 최적화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업무 처리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도입한 분업화가 오히려 기업의 일 처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기업 프로세스 최적화의 역설이다.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효율 향상을 위해 복잡한 업무를 잘게 쪼개고 전문화했다. 전체 프로세스의 각 부분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재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분업화로 업무 처리 과정에서의 직원 간, 부서 간 상호 작용 횟수가 과도하게 증가했다. 각 단계를 거쳐 전체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는 워크플로우가 복잡해진 것이다. 업무의 각 단계가 전문화되고 빠르게 처리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여러 직원과 부서 간에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 등의 상호 작용이 적절한 순서에 따라 정확히 이루어져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생각보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을 하는 과정의 대화, 이메일, 전화 통화 내용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며 중구난방 섞여 버리거나 잊어버리기 일쑤다. 자연히 전체 워크플로우 중 일부 구간에 병목이 생기고, 지연과 누락이 만성화된다. 기업들은 최적화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수동 워크플로우(Manual Workflow)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체계화하고 자동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디지털 기반 업무 처리 방식으로의 전환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세일스포스(Salesforce), 워크나우(WorkNow)와 같은 회사들은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제공해 최적화의 역설을 해결하고 인공지능의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주어진 입력 값(Input)에 출력 값(Output)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이 익숙하지 않은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간 동료가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도록 도와주는 절차가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해서 처리된 일을 검토하고 결재할 기능을 제공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에는 전화나 대면 회의면 충분하지만 인공지능과의 소통은 디지털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은 인공지능과 사람을 연결하는 필수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

기업의 고객 센터에 문의가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자. 그 순간, 디지털 워크플로우가 돌기 시작한다. 먼저 디지털 워크플로우 시스템은 인공지능을 구동한다. 인간의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고객 문의를 읽어 들이며 필요한 대응을 시작한다. 인공지능이 각 단계별로 업무를 처리한 결과는 이메일이나 채팅창을 통해 인간 동료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직원들은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에 언제든 접속해 인공지능이 보낸 결과를 검토하고 승인한 후 백업한다. 이처럼 복잡한 기업의 업무 처리 과정이 디지털화되며 인공지능과 사람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지면서 일의 자동화가 완성된다. 자동화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어 나가는 기업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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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의 상호 작용은 사람간의 전화나 대화와 같은 아날로그 형식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체계화하고 자동화된다.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술은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자동화된 표준을 수립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기록해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로 제공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사람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들은 일차적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의 업무 처리 내용을 결제할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보다 중요한 두 번째 역할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기업들은 여러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실패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기업 내에 데이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기업의 업무 처리 방식인 수동 워크플로우에서는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의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을 개발해 도입했어도 디지털 워크플로우 플랫폼 없이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협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수가 없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인공지능 도입의 중요한 선결 조건인 셈이다.

 

일상에 스며드는 인공지능 솔루션


인공지능이 기업의 일상에 통합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2018년 포브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회사 세 곳으로 나란히 꼽힌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ServiceNow)와 워크데이가 대표적이다.[1] 이 회사들이 제공하는 기업 대상 솔루션은 실무는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인간 직원에게 감독의 역할을 부여하는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세일즈포스는 영업, 마케팅, 고객 관리를 포함하는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에 필요한 업무를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워크플로우 플랫폼 위에서 표준화하고 자동화한다. 기업이 고객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분석해 고객 특성에 맞게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CRM이라고 한다. 인적 네트워크와 개별 영업 부서 중심으로 진행됐던 고객 관리 업무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데이터 기반의 관리로 체계화된다.

CRM 분야는 디지털 워크플로우와 인공지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데이터를 축적하면 인공지능이 기업의 영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아인슈타인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챗봇 기능으로 고객 대응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 매니저가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문제로 고민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타나지 않는 고객을 줄이기 위해 예약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영업 매니저는 아인슈타인의 도움을 받아 노쇼 가능성이 높은 상위 5퍼센트의 예약 고객을 예측하고, 세일즈포스의 자동 이메일 워크플로우 혹은 챗봇 기능으로 연락을 자동화할 수 있다. 고객 매니저는 세일즈포스 시스템의 예측 결과를 승인하고, 챗봇의 결과를 모니터링해 노쇼 관리의 효율성을 증대한다.

서비스나우는 기업 내 IT 업무를 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원의 입사에 발맞춰 처리해야 할 IT 부서의 여러 업무가 자동화되는 것이다. 신규 입사 시 직원의 사내 계정이 생성되고, 직무를 위한 여러 사내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만약 기업이 이러한 과정에 별개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면, IT 부서는 각각의 시스템에서 일일이 별도의 접근 권한을 생성해야 한다. 직원의 업무가 변경돼 부서를 떠나는 경우, 계정 및 접근 권한을 변경하고 삭제하는 워크플로우도 필요하다. 이러한 계정 관리는 빈번히 이루어져야 하고 보안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반복되는 접근 권한 관련 요청을 살펴보고 처리하는 과정은 시간 소모가 크고 실수와 누락이 발생하기 쉬워 기업 보안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서비스나우는 이러한 IT 부서의 워크플로우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표준을 만들고 체계를 개선한다. 서비스나우의 솔루션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과 머신 러닝에 기반한 예측 지능(Predictive Intelligence), 챗봇 기술인 가상 지능(Virtual Intelligence)이라는 인공지능 개발 모듈이 내재돼 있어 IT 부서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개선할 수 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입사 시 제출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계정이 자동 생성되고 알맞은 접근 권한이 부여돼 IT 부서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

워크데이기업 내 인사 부서(HR, Human Resources) 업무를 위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이 크고 비즈니스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인사 부서 업무와 워크플로우도 복잡해진다. 인사 정책을 적용하며 인사 부서 내부의 경험과 지식이 고르게 공유되지 않으면서 부정확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문제도 기업의 골칫거리다. 기업은 디지털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인사 부서의 업무 마찰을 줄이고, 정확도와 속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낀다. 인사 부서의 생산성은 다른 부서의 능률에도 영향을 주고 기업 전체의 효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워크데이는 기업의 인사 워크플로우를 디지털로 혁신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인사 업무와 관련한 데이터가 꾸준히 누적되며 워크데이는 서비스의 초점을 인공지능으로 확장했다. 워크데이가 제공하는 프리즘(Prism)이라는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서비스는 시스템 내에서 꾸준히 직원의 역량을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 성과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직원의 성장을 파악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기업 내에서 직원의 능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낸다. 인사 부서는 인공지능이 제안한 내용을 검토해 기업 내 부서 이동 배치를 직원과 관련 부서에 제안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원의 성과 파악과 인력 배치 업무를 맡아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워크플로우의 도입으로 사무직 노동자는 기존의 소모적인 일에서 해방되는 동시에 사무실로 대표되는 기존의 일터에서도 해방된다. 인공지능은 인간 관리자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물리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방식은 이미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판데믹 이전에는 약 7퍼센트의 근로자가 원격 근무를 했다면, 판데믹 이후에는 42퍼센트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2] 기업들은 사무실 면적을 줄이고 있고,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가 점차 표준이 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며 기업들은 기존의 수동 워크플로우로는 생산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변화는 판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여 디지털 워크플로우를 위한 인프라를 도입해 업무 과정을 제도적으로 바꿔 놓았다. 앞으로 2~3년간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점도 코로나19가 앞당긴 업무 환경 전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시적인 전환이 아닐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가르치는 인간 상사, 학습하는 인공지능


사무실에 주니어가 들어오면 보고 배울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도입된 인공지능도 보고 배울 자료가 필요하다. 인간 동료는 관련 문서를 읽고 사수에게 물어보며 학습하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보고 학습한다. 데이터를 이야기할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난 20~30년간 이루어진 IT 기술의 보편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이제 컴퓨터를 쓰지 않고 일하는 기업은 없다.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사원증과 함께 제일 먼저 컴퓨터를 지급받게 되었고, 전산실은 기업 생산성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이 되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전산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부산물을 만들었다. 바로 과거 업무의 기록인 데이터다. 데이터에는 직원들의 업무를 처리하며 사용한 직관과 결과가 녹아 있다. 직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결과가 누적된 데이터가 충분히 많이 모이면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인공지능은 머신 러닝으로 빅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 유사하게 판단하고 사고할 수 있다.

인사 부서의 인공지능이 출산 휴가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인간 직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산 휴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의 출산 휴가 일수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제가 임신을 하여 약 3개월 뒤에 출산 예정인데 휴가를 얼마나 쓸 수 있지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제가 곧 아기가 태어나는데, 정확한 복지 혜택을 알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도 가능하다. 인사 부서의 인간 직원이라면 맥락을 이해하고 같은 질문임을 파악하지만,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응하는 기계는 인간의 언어가 가진 다양성을 모두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자연어 처리의 어려움은 데이터의 축적과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극복되고 있다. 인사 팀의 업무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의 모든 관련 질문과 인사 부서의 답변이 데이터로 남아 있다. 데이터가 점차 많아지면 인공지능은 모두 같은 답변을 받은 의미가 유사한 질문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람과 유사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의 핵심은 데이터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데이터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방대한 데이터가 인공지능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간의 일이다. 인공지능 도입의 배경에는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가 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적용되는 기술은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데이터를 다룰 때 단순한 정보의 저장을 위해 필요한 시스템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구성 방식과 요구 사항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데이터 웨어하우스는 데이터의 활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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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 기업의 여러 부서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인공지능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된 후 저장되어 새로운 활용 방식을 위해 결합되고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전혀 다른 차원의 IT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과 데이터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강한 연산 능력이 요구된다. 기업의 여러 부서에서 온 데이터가 새롭게 합쳐져 구조화되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막대한 데이터는 항상 사용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원하는 방식으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느슨한 형태로 데이터가 모일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조건이 갖춰지면 마케팅부, 영업부 등 별개의 사내 조직에서 나오는 기초 데이터(raw data)가 데이터 웨어하우스에서 ‘고객 분석’과 같은 주요 경영상의 주제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직된다. 기존 데이터베이스는 단순 저장의 목적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하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인공지능 도입의 편익과 비용을 저울질하며 고민에 빠졌던 기업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혁신적인 옵션이 나타났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기업들은 언제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저장 공간을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위해 필요한 IT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기업 내부에 데이터 웨어하우스 팀이 상당수 설립되어 중앙에서 기업 전체 데이터를 모으고, 표준화하고, 관리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으로 데이터 웨어하우스 기술 도입의 비용이 하락했고, 이것이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도입으로 연결된 것이다.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최근 주목받는 데이터웨어하우스 업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여러 클라우드에서 구동 가능한 데이터웨어하우스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가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 가며 생산되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기 위해 스노우플레이크의 서비스와 같은 데이터웨어하우스 솔루션이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분석되어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되면서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정리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로부터 사람의 업무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면 인공지능의 결과 값에도 문제가 생긴다. 업무의 복잡도가 크다면 직원들마다 경험과 숙련도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요청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등의 의도치 않은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의 문의를 인공지능이 다르게 식별할 수 있게 상, 중, 하의 중요도로로 구분하는 업무를 생각해 보자. 간단해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다. 고객들은 같은 문의를 여러 다른 표현을 사용해 질문하며, 때로 서로 다른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만들어 문의하기도 한다. 기업은 직원이 판단한 중요도에 따라 고객 대응 속도를 결정하지만, 중요도 표기에 실수가 생기는 일은 매우 흔하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을 실수가 잦은 인간이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로 이어진다. 비슷한 종류의 문의가 각각 다른 중요도로 표기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혼란에 빠진다. 인공지능이 데이터에 반영된 사람의 실수를 패턴으로 인식하여 답습하게 될 수도 있다.

기업은 데이터 웨어하우스에 모인 데이터를 활용하며 도출된 정보의 한계를 인식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모니터링하며 데이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데이터 사용 방식을 제도화하는 일을 데이터 거버넌스(Data Governance)라고 부른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기업이 모은 데이터가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잘 맞는지, 처리 과정에서 오류는 없는지, 만약 오류가 있다면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절차가 기업 내에 자리 잡고 있는지 등 데이터와 관련한 프로세스 전반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확립되어 있는 조직은 효율적으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사용되는 데이터는 생성된 부서나 직무에서만 사용되지 않는다. 기업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에서 이용된다. 데이터의 통합적 이용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각 필드 값의 의미와 데이터 값의 표준 범위, 예외 사항을 걸러 내는 방법 등을 파악해 학습 데이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해야 인공지능의 효율적 학습과 활용이 가능하다. 제대로 확립된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기업 전체 차원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고객 센터의 데이터가 마케팅 부서에서 고객의 니즈와 동향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다. 관련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매일 사용하는 고객 센터 직원들은 해당 데이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반면 마케팅 부서는 데이터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각각의 필드 값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맥락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기업의 데이터 거버넌스 조직은 정책에 맞게 데이터를 정규화(normalize)해 데이터의 변환 과정을 정리하여 반복 사용이 가능하도록 돕고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역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추가 학습을 위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떻게 변환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데이터의 이동 및 변환에 대한 명확한 정책 설정과 회사 차원의 제도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확립되어야만 데이터가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기업 전체에 통용될 수 있다.

주니어가 새로 들어왔을 때 사수가 누구냐에 따라 신입 직원의 업무 능력이 크게 달라진다. 인공지능의 성능도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달렸다. 실무는 점차 인공지능이 맡게 되지만,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람의 역할은 오히려 확장된다. 직장에서 사람의 역할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를 만들고, 빅데이터를 저장할 인프라를 설정하고, 인공지능의 데이터를 관리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로 진화한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하고 가공하는 처리소인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성장, 데이터 거버넌스 개념의 성숙과 새로운 데이터를 다루는 인간 직원의 역량은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과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의의 충분 조건이 된다.

 

일은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기업 사무실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직원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일을 하며, 소수의 리더 위치에 있는 직원들만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고민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실무를 도맡아 하면 인간 직원의 역할은 기획과 전략으로 넘어갈 것이다. 전략 수립과 프로젝트 기획은 이제 모두의 역할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깊은 경험과 치열한 통찰을 요구한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파악하고 미래의 비전에 공감하고,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가 도입된 이유와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과정이 축적되며 좋은 전략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도입될 인공지능은 실무뿐 아니라 새로운 기획과 기업 전략 수립 과정에서도 통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전략 수립은 이전보다 쉬워지고 빨라질 전망이다.

고객 센터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는 고객의 요청 건을 처리하는 일에 매몰되어 업무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사업부와 논의할 여유가 없었다. 다음 고객 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고객 응대 부서 직원들에게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데이터에서 도출되는 고객 요청의 트렌드를 사업부와 논의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획 아이템을 제안할 수도 있다. 고객 센터 데이터를 분석한 타 부서에서 해당 데이터를 새로운 프로젝트 수립에 이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다. 타 부서에서 데이터 협조 요청이 오면 고객 센터 직원들은 직접 생산한 데이터의 전문가가 된다. 다른 팀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는 직원들이 데이터를 생산, 관리, 전달하는 보다 전략적인 일을 하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 간, 조직과 조직 간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진다. 직원들이 데이터에서 발견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행하는 전략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면 라운지나 회의실과 같은 공용 공간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앞으로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은 더욱 쉬워지고 빨라진다. 과거에는 업무 처리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뒤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의 반복되는 대화를 통해 업무가 이루어질 때는 어떤 단계를 거쳐 결과물을 내놓게 됐는지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디지털 워크플로우로 업무의 매 단계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되면서 전체 프로세스를 조망하고, 동시에 분석과 개선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업무 공정 전체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찾는 일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A에서 B로 그리고 C로 이동하는 업무의 흐름이 모두 디지털 플랫폼에 기록되면서 각 단계에서 업무가 처리되는 속도와 양을 모두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과정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병목을 개선하면 전체적인 업무의 효율성이 증가한다. 이처럼 기업의 업무가 디지털로 진행되고, 업무의 실행을 인공지능이 맡으면, 인간은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실행을 모니터링하고, 병목을 발견하고, 개선책을 고민하는 역할로 진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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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통찰과 전략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통해 다수에게 공개된다. 지금까지 기업 내에 경험과 노하우는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부 직원은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빠르게 찾아내고 노하우를 축적하지만 이렇게 쌓인 소수의 노하우가 기업 전체로 공유되고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하지 못했다. 스타 직원이 있다는 것은 그 외 다른 직원이 그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뜻이며, 한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가 조직 전체로 효과적으로 공유되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이는 일부 직원의 경험과 지식을 집단 전체가 공유하고 학습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기업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파악된다면 경험과 노하우가 회사 전체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데이터를 해석한 방법과 이유, 분석 방법과 새로운 정보의 신뢰도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일하는 방식과 잠재력, 한계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직원에게 공개된 정보는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디지털 워크플로우 플랫폼에서 인공지능이 읽어 들이는 모든 데이터는 통계로 분석되어 시각화된다. 인공지능이 처리한 정보는 표준화되고 정리되어 조직 전체로 빠르게 공유될 수 있다. 고객 대응 팀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인공지능은 고객 요청에 응답하며 특정한 키워드나 주제가 여러 고객 집단에서 변동하거나 반복되는 패턴을 실시간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통찰은 현황판과도 같은 ‘대시보드(Dashboard)’로 사람에게 전달된다. 대시보드는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정리하고 분석해 중요한 통찰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해 전달한다. 기존 문서의 그래프와 다른 점은 대시보드 솔루션이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직접 연동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며 추가된 새로운 데이터가 대시보드에 반영되고 필요한 인간 직원에게 알람의 형태로 업데이트된다. 이와 같이 빅데이터에서 발견된 통찰은 빠르게 시각화되고 공유된다. 기업은 대시보드를 통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흐름과 패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 전환한다. 직원들의 경험과 통찰은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의 확산과 함께 공유된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의 모든 영역에서 일반화될 것이다.

최근 사내 메신저 소프트웨어 슬랙(Slack)을 인수한 디지털 워크플로우 기업 세일즈포스를 예로 들어보자. 세일즈포스가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능 중 하나는 고객 추천이다. 영업 팀이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때 잠재 고객 중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타깃 층을 예측해 알려 주는 기능이다. 인공지능이 영업 전략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영업 팀의 성공과 실패를 기록한 데이터가 세일스포스에 디지털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세일스포스의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되어 IT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를 제공한다. 이러한 영업 데이터는 세일즈포스의 인공지능인 아인슈타인이 빠르게 분석해 기업 전체에 공유한다. 영업 팀, 마케팅 팀, 경영진은 모두 세일즈포스로 필요한 업무 관련 통찰을 빠르게 획득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 산업별, 시간대별, 영업 사원별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 추이를 보았을 때 우리 회사는 어디에 집중해야 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세일스포스를 데이터를 이용해 답할 수 있다. 여러 영업 사원이 어디서 활동하는지, 어떤 산업군의 고객과 상호 작용했는지, 상담한 고객이 실제로 제품을 구매했는지 등이 모두 데이터로 체계화돼 기록된 후 분석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어떤 고객층에 집중해야 효율적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을지, 영업과 마케팅의 어떤 요소에 고객이 반응하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과거에 일부 경영진과 팀 리더들만이 직관에 의존해 결정하던 사안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모두에게 열리며 회사 전체적으로 빠르게 확장(scale)된다. 이는 거대한 기업의 전체적인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축적되며 빠르게 통찰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성공의 역사가 소수의 스타 영업 직원의 개인기로 머물지 않고 기업 전체의 노하우가 되면서 기업의 고객 대응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인재상의 미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와 내용이 바뀌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직원에게 기대되는 능력은 IT 부서에서부터 달라지고 있다. 클라우드가 기업의 물리적 정보 통신 인프라를 대체하고, 여러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의 인공지능이 중앙에서 IT 자원을 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기업이 하드웨어를 새롭게 구매하고, 설치하며 관리할 필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이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에 따라 IT 자원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킹과 같은 데이터 보안 문제도 클라우드 중앙에서 강력한 인공지능이 방어한다. 관리 업무가 줄어든 대신 IT부서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설계하고 설정하는 새로운 종류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클라우드 등 서로 다른 클라우드 솔루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기업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기업 업무 환경을 구축을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 내의 적절한 기능을 파악하고 이를 적용하는 관련 지식도 있어야 한다. 기업의 IT 관련 인프라가 클라우드로 이동하면 IT 부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지식과 경험이 변화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직접 관리하고 운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보다 클라우드 내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통합하고, 관리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이 보다 중요해지게 된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다른 부서에 필요한 역량도 바꿔 놓는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을 다룬다는 것은 데이터 관리와 연관이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인공지능의 성능도 데이터의 품질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개인 사무용 컴퓨터가 도입되며 워드 프로세서와 엑셀을 잘 다루는 직원이 필요했던 것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사무실에 도입되면 관련 능력이 중요해진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처리할 줄 아는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비즈니스의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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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직원이 데이터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데이터 과학자들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분석할 줄 알지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 사용 방법은 모른다. 지금도 끊이지 않고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어야 인공지능을 보다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기업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지를 파악하고 실행할 역량을 지닌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실무자는 업무 경험과 역량, 데이터를 다루고 해석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사내 데이터 과학자들에게 방향을 제안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협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인공지능과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에 위임할 것은 과감히 넘기되, 기술의 한계를 이해하고 보완하면서 일의 완결성을 높일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해진다. 인간 직원은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고, 인공지능에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업무 과정에서 데이터를 생성하며 인공지능을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실무에 쏟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비즈니스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지식도 필요하다. 사람은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역할에서 일이 진행되는 절차를 개선할 방향을 고민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실무는 기계에게 맡기고 고객과의 대화에 집중하거나,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고 기업이 혁신할 방향을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사무실은 디지털 워크플로우 위에서 돌아가고,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이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데이터를 다루고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어야한다. 복잡한 통계 이론과 코딩을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고 그로부터 성과를 내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 마이닝 방법론을 알 필요는 없지만, 인공지능으로 도출되는 패턴의 가치와 한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 중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부분이 무엇이고, 디지털 전환으로 생성된 데이터가 어떻게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업무에 어떤 정보가 이용되는지, 생성되는 자료가 사람의 말과 글과 같은 아날로그의 비정형 데이터인지 혹은 숫자로 표현이 가능한지 파악한 후 기록을 시작해야 한다. 엑셀 파일에 저장해도 무방하다. 다만 데이터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해 보자. 이미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면 내가 했던 일, 팀이 수행했던 업무의 과거 데이터를 뽑아 살펴보자. 출력된 데이터가 무작위적인지, 혹은 일련의 패턴이 시간과 주제에 따라 반복되는지 살펴보자. 파악 가능한 패턴이 관찰된다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업무라는 의미다.

 

성실한 직원에서 혁신하는 전략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을 수행하는 주체가 인간인지 혹은 기계인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뚜렷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일련의 행위를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어떤 일이 기계가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넘어온다면 이후에는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물론 이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과거 산업 노동자의 일이 중장비 기계로 대체되었던 것처럼 사무직의 일이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다. 편익과 비용이라는 비즈니스 공식에 충실한 기업은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미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클라우드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사내 디지털 혁신 팀과 데이터 조직도 활동을 시작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직접 부딪혀 체험해 보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제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은 인공지능에게 위임하고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자.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전략가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혁신적인 회사가 직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성실성이 아니다. 얼마나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일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인공지능과 경쟁할 이유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은 인공지능이 없는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을 가르치고, 관리 감독하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업무 처리의 과정을 꾸준히 개선하고 혁신하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사무실은 이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일을 생각하는 곳이 된다.
[1]
Jeff Dyer and Hal Gregersen, 〈ServiceNow, Workday And Salesforce Are Driving Digital Transformation〉, 《Forbes》, 2018. 5. 29.
[2]
May Wong, 〈Stanford research provides a snapshot of a new working-from-home economy〉, 《Stanford News》, 202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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