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혁명
1화

월스트리트의 진정한 혁명

첨단 기술과 고도 금융의 만남

월스트리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이제 너무 기이해졌다. 넷플릭스가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어떤 내용이 될까? 우선 정치가 그렇듯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일으키는 고도 금융(high finance)의 혼돈을 다루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안정한 주식, 의기양양한 온라인 투자자들, 그리고 증권 회사들의 자금난이 고점에 다다른 시장에 보내고 있는 붕괴 신호를 다루는 것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 모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두루뭉술하게 보여 줄 수 있을 뿐이다. 정보 기술은 거래 비용으로 무료로 만들고, 정보의 흐름을 전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촉진해 시장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2화 참조). 그리고 정보 기술은 최근 몇 주 동안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줄 것이다.

당연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들이 깊이 파고들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 그들의 관심사는 레딧의 투자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의 800만 팔로워들일 것이다. 레딧은 ‘단체 투자 행동(개미 전쟁)’이라는 새로운 금융 모험주의를 고안해 냈다. 1월 말, 월스트리트베츠의 개인 투자자들은 의기투합해 몇몇 기업들의 주가를 올렸다. 이런 움직임은 주가 하락에 돈을 걸었던 헤지펀드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그리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담보를 추가 제시해야 하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들의 증거금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1월 28일 이후 크게 성장한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는 34억 달러(3조 8000억 원)를 조달해야 했다.

개미들의 초점은 다른 쪽으로 이동한 것 같다. 이번 주 개미 선호 주식의 주가가 폭락하고 은값이 급등했다. 한편, 많은 시장에서 일반적인 규칙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약 300개의 ‘스팩(SPAC, 기업 인수 목적 회사)’[1]이 상장되어 800억 달러(89조 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고, 기업들은 기업 공개(IPO)의 번거로움 없이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시가 총액 기준 5위 기업이 되었다. 변두리에서 주류로 올라선 비트코인은 총 6800억 달러(760조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주식 거래량은 적어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부 금융 파생 상품의 거래량은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

이유 중 하나는 위험한 부채 비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되는 정부의 구제 금융이다. 은행들은 예탁을 거절할 정도로 많은 여유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보유액은 판데믹 기간 5800억 달러(648조 원) 증가했다. 어떤 이들은 봉쇄 기간에 중국어를 배우거나 톨스토이를 읽는 대신 재난 지원금으로 단타 거래에 나섰다. 과열의 조짐이 심상치 않지만, 현재의 주가를 설명해 주는 이유는 있다. 금리가 매우 낮을 때에는 다른 자산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5년 만기 채권의 실질 수익률과 비교하면, 현재의 주가는 2000년 거품 붕괴 전보다 낮다.

하지만 이러한 열기에는 금융의 근본적인 변화도 반영돼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주식 거래 비용은 거의 제로로 떨어졌다.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은 곳은 퀀트 펀드(사람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매매하는 펀드)와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대형 자산 운용사였다. 현재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있다. 개인들이 1월 전체 거래의 4분의 1을 차지한 이유다. 한편, 시장의 생명줄인 정보의 흐름은 세분화되고 있다. 기업과 경제에 관한 뉴스는 내부 거래와 시장 조정 관련 법률의 적용을 받는 보도와 회의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제 웹 사이트 스크랩, 산업 동향 추적, 소셜 미디어 채팅에서 얻는 방대한 양의 즉각적인 데이터를 스크린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월스트리트에 등장하고 있다. SPAC은 기업 공개(IPO)의 비용과 경직성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반란이다. 캘리포니아의 기술 플랫폼인 로빈후드는 시카고의 증권사 시타델(Citadel)을 통해 거래를 실행한다. 페이스북처럼 무료 거래의 대가로 이용자들의 정보가 돈을 지불하는 증권사로 보내진다.

시장의 혁명은 지나가는 유행에 그치지 않고 본격화할 것이다. 컴퓨터는 비유동 자산을 집계하고 알고리즘을 배치해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은 자산의 가격을 책정하고 거래하기 쉬운 자산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증권 거래사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같은 새로운 시장 조성자들에 의해 중개되는 유동적인 ETF(Exchange Traded Fund, 교환 거래 펀드)를 통한 채권 거래의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질로우(Zillow) 같은 경쟁자들은 주택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머지않아 상업용 부동산과 사모 펀드가 주식의 뒤를 이을 것이다.

이론상 디지털화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더 넓은 범위의 자산에 소유권을 가지고 직접 참여하며, 운영 방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비유동 자산에 대한 자본 비용은 하락할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내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은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금융의 진보는 종종 혼란스럽다. 2007~2009년의 구조화 금융 붐이 그랬듯, 혁신은 초반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걱정거리다. 지난 몇 주간 일어난 일부 기초 자산의 가격 상승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막강한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데이터를 사재기해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로빈후드의 사례는 좌우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잘못된 자산 가격 책정, 그리고 투자자들이 자산에서 자산으로 무더기로 이동함에 따라 흔들리는 시장 인프라가 초래할 금융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정교한 개인 투자자들이 지배하는 유일한 대형 주식 시장은 중국에 있다. 중국 정부는 검열, 주가와 거래 활동 통제를 통해 개인을 단속한다.

다행히도 통제는 미국 시장의 선택지는 아니다. 그러나 규제 기관의 제어 수단은 분명 개선될 필요가 있다. 비록 정치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할지라도, 아마추어든 프로든 투기꾼들은 여전히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온라인상의 정치에는 비이성이 난무한다. 직접적인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장에서의 손실은 징계의 성격이 있다. 만약 현재 가장 거품이 많이 낀 자산이 붕괴된다면, 그 손실은 2조 달러(2233조 원)에 이를 수 있다. 44조 달러(4경 9135조 원)에 달하는 주식 시장에서 그 정도 손실은 고통스럽지만 큰 재앙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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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거래와 조작에 대한 규범은 새로운 정보 흐름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현대화되어야 한다. 어리석음, 탐욕, 승부욕은 모두 용인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포함한 속임수는 아니다. 가격에 민감한 데이터는 널리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은 개조되어야 한다. 미국의 거래 결제 시스템은 이틀 지연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타이밍을 어긋나게 만들고 현금 부족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확장된 자산 범위에서 빠르게 거래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해서 시스템 간의 충돌을 견딜 수 있게 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드라마는 예상대로 월스트리트의 악명 높은 전문가들을 상대하는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 게임스톱 공매도 반란을 이끈 유튜버)와 같은 개인 투자 영웅들을 내세울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 밖에서 일하는 진짜 금융 혁명에서는 그보다 훨씬 거대한 플레이어들이 승리할 것이다.
[1]
상장 수익금으로 한 군데 이상의 비공개 업체를 인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상장을 하는 페이퍼컴퍼니(shell corporation)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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