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
1화

게임의 법칙이 달라졌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일부 기업이 기술 산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투자자들의 전략부터 반독점 감시 기구의 소송 의견서에 이르는 수많은 사고 과정을 ‘독점’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독점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2화 참조). 기술 산업의 체계는 오랫동안 굳건하게 형성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부문이 과점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업계 서열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업이 1위를 상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기술 대기업들도 데이터와 고객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대립이다.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기술 산업의 경쟁 구조는 《이코노미스트》가 지지하는 개방적인 분산형 자본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러나 독점보다는 과점이 훨씬 낫다.

실리콘밸리에서 한때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적이 있다. 창조적 파괴로 지배력이 무너진 기업들의 사례는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부터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업계의 거물들은 최근까지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마흔 살이 넘었고, 알파벳(Alphabet)과 아마존(Amazon)은 스무 살이 넘었다. 페이스북조차도 이번 달에 열일곱 살이 되었다. 왜 그럴까?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 덕분이다. 규모가 또 다른 규모를 낳고, 쌓인 데이터는 하나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연금술에 가까운 특성은 검색, 소셜 미디어, 광고, 이커머스(e-commerce), 스트리밍, 차량 호출, 배달, 결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은 드러나고 있다. 각자가 선택한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해 온 수많은 기업들, 특히 거대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서로 직접적으로 대결하려는 욕망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3가지 단어는 페이스북, 유튜브(YouTube), 구글(Google)이다. 아마존이 출시했던 파이어 폰(Fire Phone)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테크 기업들은 2020년에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수익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돈을 걸고 있다. 7조 6000억 달러(8530조 원)에 달하는 미국 5대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이들의 매출액이 향후 10년 동안 두 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위 기업들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의 가중 평균 시장 점유율은 미국 내 기술 관련 하위 11개 부문(전화기, 차량 호출, 앱 스토어, 광고, 이커머스, 클라우드, 스트리밍, 결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게임, 음식 배달) 모두에서 약 35퍼센트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2위와 3위 기업들의 점유율은 2015년 이후 18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늘었다. 이는 더 근본적인 변화의 추세 두 가지를 반영하고 있다.

첫째, 기술 대기업들은 주력 상품들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기술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등장하며, 미국, 유럽, 중국에서 규제의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이 같은 전망은 지금 실제 상황이 되었다. 미국 5대 기업의 매출에서 다른 기업들과 겹치는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이후 22퍼센트에서 38퍼센트로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아마존의 영역을 차지해 들어가고 있다. 반대로 아마존은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떠오르는 세력이다.

시장 점유율의 변화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두 번째 추세는 외부 세력들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기업 집단에 속하는 올해 98세의 디즈니는 18개월 동안 1억 1600만 명의 신규 스트리밍 고객을 확보했다. 올해 58세인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부문에서 380억 달러(43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핀테크 기업 페이팔이나 이커머스 분야의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독립적인 기술 기업들은 판데믹으로 유발된 디지털 분야의 급성장 덕분에 돌파구를 마련했고, 자생력을 갖추기에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 선례가 있다. 고객들이 앞장서서 변화를 선택하고, 제품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시장 점유율의 변화와 이윤의 감소, 그리고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에는 1000억 달러(112조 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들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외에도 다섯 군데나 있다. 인도에는 지오(Jio)가, 동남아시아에는 그랩(Grab), 고젝(Gojek), 시(SEA)가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확고한 독점 체제를 보호하겠다고 싸우지 않는다. 대신 유동적인 범위의 서비스 구매에 끌리는 구독자(subscriber)의 관점에서 사고한다. 이들은 경쟁 업체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더라도 다각화를 통해서 확장을 추구한다.

한 가지 위험 요소는 이러한 과점 경쟁이 ‘포템킨(Potemkin)식 경연[1]’이라는 것이다. 휴대 전화 운영 체제나 앱 스토어 시장에서 애플과 알파벳이라는 두 기업의 과두 체제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광고주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었지만 - 아마존과 페이스북 사이에서 고를 수는 있지만 - 실제로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등을 비롯한 제품군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은 여전히 없다. 그리고 기업들 사이의 유대 관계는 지나칠 정도로 긴밀하다. 알파벳은 구글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하기 위해 해마다 최대 120억 달러(1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들 중 일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영역에서는 반독점 당국의 부활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구글이 (애플에) 지불하는 돈은 미 법무부의 소송 대상이 되었다. 한편으로 애플과 구글은 앱 스토어와 관련한 많은 불만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은 사용자가 서로 다른 기업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고,데이터를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커머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9대 금지 조치” 목록을 새로 만들었는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차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조치는 더 큰 야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알파벳은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연간 60억 달러(6조 70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아마존이 기록한 총 손실액을 뛰어넘는 수치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구독자 수를 3억 25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페이팔은 2025년까지 자사의 금융 슈퍼 앱 사용자를 7억 5000만 명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월마트는 최근 광고 기업 한 곳을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이커머스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셜 미디어 틱톡과 핀터레스트 인수를 검토했고, 중국의 화웨이는 iOS와 안드로이드로 양분된 운영 체제 시장의 대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과점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기업이 더 폭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내 11개 기업들이 보유한 디지털 구독자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여러 플랫폼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기준이 높아질 수도 있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의 데이터 추적을 거부할 것인지 묻는 팝업 메시지를 띄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광고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조치다. 기업들이 가상 현실 등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도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 혁신은 더 촉진될 것이다.

2000년 당시, 기술이 독점으로 향하게 될 운명이라고 예언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독점은 곧 기정사실이 되었다. 지금의 과점 경쟁이라는 새로운 패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될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들은 지난 몇 년간의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 규제 당국은 폐쇄적인 시장을 열어젖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풍부한 자본을 확보한 금융 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활동은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시장, 소비자, 기업 모든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디지털 경제가 나타날 것이다.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
실제 현실을 가리고 거짓으로 미화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시도를 의미한다. 제정 러시아 시대인 1787년에 여제인 예카테리나 2세가 신규 합병한 크림 반도 시찰에 나섰는데, 예전의 연인이자 관료였던 그레고리 포템킨이 강변에 겉모습만 보이는 가짜 마을을 지어서 이곳이 마치 발전된 지역인 것처럼 속였던 일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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