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0년의 교훈
1화

원자력 발전은 중단이 아니라 통제되어야 한다

원자력은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핵심적인 무기다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섬인 혼슈(本州) 북부의 태평양 연안이 쓰나미로 황폐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혼슈에서 기록된 사상 최대 규모의 쓰나미와 해저 지진은 2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고, 10만 채 이상의 집을 파괴했으며, 수천만 명의 삶을 혼란에 빠뜨렸다. 2000억 달러(227조 800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컸다. 하지만 세계는 이 재해를 단 한 가지 이유로만 기억하고 있다. 쓰나미에 이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다(2화 참조).

지진으로 원전의 외부 전기 공급원은 차단됐다. 쓰나미는 원전의 방파제를 간단히 덮쳐 버렸고 비상 발전기가 있는 지하 벙커는 침수됐다. 일본의 무력한 규제 당국이 예측에 실패했지만, 예측 가능했던 위험이었다. 원자로 노심을 냉각시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핵연료가 녹기 시작했다. 화재, 폭발,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과 더불어 녹아 버린 연료가 원전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세계는 망연자실했다. 상하이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조차 당장 필요하지 않은 방사능 예방을 이유로 아이오딘(요오드) 정제와 아이오딘이 들어간 소금을 사들였다. 독일의 강력한 반핵 운동에 맞서 오랫동안 재계 인사들과 같은 입장에 섰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자국 원자로의 단계적 폐쇄를 명령했다. 중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됐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원전 르네상스’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이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원자력에는 많은 단점이 있다. 큰 규모로 느리게 건설되는 원전은 절대적인 비용 면에서도, 생산되는 전기의 규모 면에서도 비싸다. 작은 사고도 실질적인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의 실패를 통제하려면 고도의 규제가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가 증명하듯, 원전의 역사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규제를 받는 대상이 규제를 하는 기관을 장악하고 통제하게 되는 현상)의 불편한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 원자력은 극도로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는 유독성 폐기물을 만든다. 핵무기의 확산과도 관련되어 있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유럽 외 대부분의 나라들은 핵폭탄 개발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어느 정도씩은 원자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제대로 통제되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소비에트 시대 체르노빌의 참사를 제외하면, 핵 재난은 대규모의 사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후쿠시마에서 대부분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방사능이 아닌 쓰나미였다. 둘째, 원전은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해 세계가 필요로 하는 배기가스 없는 전력을 엄청난 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열과 풍력은 훨씬 저렴하지만 특정 시간에만 생산할 수 있다. 언제든 공급 가능한 전력이 있다면 훨씬 쉽게 안정적인 송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전 세계에 안전하고 적합한 규모로 지속적인 배기가스 배출 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안전하고 생산적인 원전은 세계의 부유한 지역 곳곳에서 폐쇄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생산 가능 원전과 노후 원전이 이런 추세로 폐쇄될 경우, 2040년에 경제 선진국들의 원자력 3분의 2가 사라진다. 새로운 화석 연료 기반 시설이 부족한 전력 생산을 채우게 되면 이런 구조는 수십 년간 유지될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빈자리를 채운다면 기가톤급 규모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 연료를 줄이는 방법으로 원자력보다 선호되는 방식이다.
원자력 발전의 신화
원전 폐쇄는 대체로 경제적 문제다. 미국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로 치러야 할 대가가 없는 시장에서는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원자력의 이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원자력에 타격을 주는,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정치적인 이유로 원전이 폐쇄되고 있다면, 환경 친화적인 정치인들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 원자력의 쇠퇴를 재촉하는 것은 세계를 가장 큰 환경 위기 속에 잡아 두는 일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후쿠시마 사태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원자력 규제 기관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은 2011년 이후 규제 기관의 자유도를 높였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쓰나미 이후 개혁에 대한 큰 희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권력을 전력 회사들에서 규제 기관으로 옮겼다. 새로운 규제 기관은 중단된 원전의 재가동을 정부의 기대보다는 어렵게 만들었지만, 이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원자력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일본에서 다시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원자력의 가장 큰 약점을 시사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자력은 규제와 대중의 반감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원자력은 점점 더 공산 국가의 방식이 되어 가고 있다. 공산주의는 좋은 규제를 시행할 가능성이 낮은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후쿠시마 이후 중단되었던 중국의 원자력 계획은 석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속화되었다. 2019년 중국은 2011년에 비해 4배 많은 원자력 에너지를 생산했다. 16개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고 39개가 계획되고 있다. 새로운 원전을 원하는 국가들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를 공급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후 원전을 지속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전 수입국 반열에 올라야 하는 충분한 이유다. 중국의 원자로가 민주주의 국가의 독립적인 규제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설계된다면, 세계는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다. 동시에 기후 위기 타개를 위한 에너지 연구 개발 활성화 측면에서 원자력을 고려해야 한다. 몇몇 새로운 접근들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단가가 낮은 소형 원자로가 그렇다. 소형 원자로는 노후 원전을 대체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생산 수용력을 점진적으로 늘릴 수 있다. 낡은 화석 연료 발전소를 개조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결정적인 문제


원자력은 쓰나미처럼 엄청난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2세기까지 폐로되지 않을 원전들이 지금 중국에서 건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원자력이 없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게다가 원자력은 기후 안정을 위한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쿠시마의 교훈은 원자력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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