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데이크의 스페이스 브랜딩
 

3월 2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젠틀몬스터가 론칭한 누데이크의 ‘경험의 브랜드화’ 전략

©누데이크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간의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정확하게는, 이미 진행되던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온라인 시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거나 많은 사람을 한데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판매에만 집중하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전통적 유통 강자로 불린 롯데쇼핑은 지난해 최근 3년간 누적 영업 적자 660억 원을 기록하면서 110여 개 사업장을 구조 조정했습니다.[1]

반면 경험에 집중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경험과 체험을 주는, 매장 이상의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은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은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라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휴식 공간을 표방합니다. 최초로 이름에서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뺀 이유기도 했죠. 나이키 조던이 가로수길에 연 ‘조던 서울’은 브랜드의 아이콘인 마이클 조던의 스토리를 담고, 조던을 주제로 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의류 브랜드 아더에러도 성수동에 ‘아더 스페이스 2.0’을 열고 독특한 설치 작품 등 체험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2]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2월 론칭한 오프라인 매장 ‘하우스 도산’은 선글라스와 안경뿐 아니라 코스메틱, 디저트 브랜드까지 공간에 결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판데믹 상황에도 오픈 초기부터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섰고, SNS에는 방문 ‘인증샷’이 이어집니다. 젠틀몬스터는 ‘경험의 브랜드화’ 전략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2014년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때부터 1층에는 상품을 아예 진열하지 않고,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집중해 주목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독특한 콘셉트를 보여 주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왔는데요, 하우스 도산은 가장 진화한 브랜드 경험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이를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 미래의 유통이라고 말합니다.

하우스 도산에 젠틀몬스터와 함께 입점한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는 모두 젠틀몬스터의 모회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누데이크입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는 이전에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움직이는(kinetic) 설치 작품, 오브제,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누데이크는 국내에선 처음 매장을 열었습니다.
누데이크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하우스 도산 건물 지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지만, 전시 공간 같은 느낌을 줍니다. 보통 카페 같으면 좌석으로 채워졌을 매장 한가운데에 디저트를 진열하는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고, 그 뒤엔 현대 미술 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설치돼 있습니다. 고객들은 마치 미술관에 온 것처럼 전시된 디저트를 쭉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은 뒤 메뉴 설명이 적힌 주문표에 원하는 디저트를 체크해 주문합니다. 대표 메뉴인 ‘피크’는 분화구 모양의 크루아상 안에 녹차 크림을 채운 디저트입니다. 독특한 먹는 방법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는 크루아상을 한 조각 떼어내면 쏟아지는 크림을 빵에 찍어 먹는 영상이 올라오곤 합니다. 젠틀몬스터가 해온 방식처럼, 단순히 디저트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브랜드화하는 셈입니다.

패션 분야의 브랜드를 만들던 젠틀몬스터는 왜 디저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오프라인에 결합했을까요? 코로나 이후의 오프라인 공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누데이크 브랜딩팀 이재연 팀장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누데이크의 대표 디저트 ‘피크’ ©누데이크
젠틀몬스터가 누데이크를 론칭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이웨어와 디저트는 얼핏 전혀 다른 분야 같기도 한데요.

젠틀몬스터는 계속 변화하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2018년, ‘아이웨어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퓨처 리테일’을 준비하기 위한 시작 단계였고,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 F&B가 가진 가능성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으면서 저희의 미학을 더할 수 있는 카테고리였죠. 그중에서도 디저트는 저희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물성을 지니고 있었고, 다양한 팀원들이 긴 시간 실험한 끝에 누데이크가 탄생했습니다.

누데이크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패션과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얻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 저희가 가진 판타지(꿈)를 투영합니다. 그렇게 만든 결과물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고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누데이크 디저트는 독특한 경험을 주는 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디저트 ‘피크’도 크림이 흘러내리고, 찍어 먹는 과정까지 고려하신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이런 경험을 만들어 오셨나요?

저희는 맛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디저트를 둘러싼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재조립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축하는 꼭 기념일에만 해야 할까?’, ‘초는 꼭 케이크 위에 꽂아야 할까?’, ‘케이크는 꼭 조각을 내 나눠 먹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 끝에 말씀해 주신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이전까지 디저트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형식화되어 있었다면, 저희는 그 부분을 해체하고 새로운 판타지를 부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피크’의 콘셉트를 표현한 영상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에 위치한 매장은 누데이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매장 경험이 브랜딩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디저트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 ‘부가적 소비’로 인식됩니다. 디저트뿐만 아니라 공간의 무드, 콘텐츠, 서비스 등이 세심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소비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디저트를 경험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모든 영역을 전략적으로 구성했습니다. 미학을 비롯해 미디어 아트, 디저트 디스플레이, 테이블 등을 구조적으로 배치해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다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누데이크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주려 하셨나요?

공간에서는 절제된 무드와 여백을 균형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방문하는 이들이 온전히 미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입니다. 누데이크 공간에 들어서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긴 테이블이 있습니다. 기획 초기에는 이보다 짧은 진열대를 제작했는데, 보다 디저트에 집중할 수 있는 감정선과 충격적인 비주얼을 위해 긴 진열대로 과감히 변경했습니다. 디저트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시하고,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공간이 소비자들에게 갖는 의미는 어떻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 이전에도 저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과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역쇼루밍(온라인에서 제품 정보를 찾아본 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행위)’이나 ‘가상 쇼핑’ 등을 연구 과제로 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나 기획들을 이어 가고 있었죠. 코로나는 그 현상들을 가속화했고, 기업과 브랜드는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하거나 반대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많은 일이 가능해졌기에 오프라인 매장은 더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소비자는 집 이외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행위에 신중해졌고, 그만큼 오프라인 공간은 그 결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저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 그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시도할 계획입니다.
©누데이크
이재연 팀장은 공간이 ‘오감’을 통해 주는 독특한 경험을 강조합니다. 이는 고객에게 브랜드 가치를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스페이스 브랜딩》의 김주연 저자는 록펠러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간은 만진 것의 1퍼센트, 들은 것의 2퍼센트, 본 것의 5퍼센트, 맛본 것의 15퍼센트, 냄새 맡은 것의 35퍼센트를 기억한다.[3] 비즈니스 사상가 톰 피터스가 고객 만족을 좇지 말고 고객 체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경험은 단순한 서비스보다 훨씬 더 전체적이고 포괄적이며 감성적이고 강력하다. 피터스는 경험(experience)과 함께 등장하는 연관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에피소드, 사건, 만남, 모험, 지각, 삶, 존재, 맛보다, 느끼다, 체험하다, 겪다.[4]
하우스 도산 3층의 젠틀몬스터 매장 ©소희준
하우스 도산 4층의 탬버린즈 매장 ©소희준
눈으로 보고, 맛보고, 향을 맡고, 만져 보고, 듣는 감각을 한데 결합해 독특한 경험을 만드는 것. 젠틀몬스터와 누데이크, 탬버린즈 세 브랜드가 결합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우스 도산에 방문한 고객들은 지하의 누데이크에서 전시품처럼 진열된 디저트를 보고, 맛보고, 2~3층의 젠틀몬스터에서는 안경과 선글라스를 직접 만지고 착용해 본 다음, 4층 탬버린즈에서 다양한 향을 맡게 됩니다. 여기에서 얻은 독특한 인상은 곧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게 되고요.

코로나 이후 더 까다로워진 오프라인 경험 설계에 젠틀몬스터가 내놓은 답인 셈입니다.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 진화의 관건은,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진 고객에게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될 것 같습니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답을 내놔야 하겠죠.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스페이스 브랜딩》 3화, 4화, 5화와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3화에서는 젠틀몬스터의 스페이스 브랜딩 전략을, 4화에서는 오감을 활용하는 브랜딩을, 5화에서는 스페이스 브랜딩의 네 가지 원칙을 다룹니다.
 
[3]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이재경 譯), 《브랜드 디자인》, 홍디자인, 2018, 51쪽.
[4]
톰 피터스(정성묵 譯), 《톰 피터스 에센셜 디자인》, 북이십일, 2006, 70-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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