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작 NFT

3월 2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복제 가능한 디지털 텍스트와 이미지가 NFT를 만나 고유성을 주장하고 있다.

‘매일들 – 그 첫 5000일’ ©비플

“just setting up my twttr”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는 2006년 3월 21일 태평양 표준시(PST) 오후 9시 50분에 첫 트윗을 올렸습니다. 트위터를 공식 출시하기 넉 달 전에 ‘지금 막 내 트위터를 설정했음’이라고 적은 겁니다. 최근 이 트윗 한 줄이 경매에 부쳐져 290만 달러, 우리 돈 33억 원에 팔렸습니다. 더 놀라운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만든 ‘JPG 파일’이 6935만 달러(787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두 사건 모두 실체가 없는 디지털 텍스트와 이미지가 NFT 기술과 만나며 벌어진 일입니다. 대체 NFT가 뭐길래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데이터가 수십, 수백 억 원에 거래되는 걸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최근 미술 시장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최대 이슈인 NFT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미국 현지 시각으로 2006년 3월 21일에 올린 첫 트윗 ©잭 도시 트위터

디지털에도 ‘진품’이 있다


NFT(Non Fungible Token)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서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토큰입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대체 가능한 토큰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1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의 1비트코인과 바꿀 수 있습니다. 코인에 담긴 가치가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NFT는 토큰마다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한 NFT가 다른 NFT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NFT는 가상 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집니다. 블록체인이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데이터를 중앙 집중식 서버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거래 참여자의 컴퓨터에 분산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데이터 위조가 불가능합니다. 일부 사용자가 해킹을 당해도 나머지 다수에게 원본 데이터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에 데이터가 저장될 때마다 토큰에는 암호화된 고유의 인식 값이 기록되는데요, 이 토큰과 디지털 작품 등의 파일을 연결하면 NFT가 됩니다. 즉 NFT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1] 인터넷에서 영상과 음악,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으면 창작자가 최초에 만든 원본인지 복제본인지 알 수 없지만, NFT는 파일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누가 언제 샀는지를 모두 기록합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파일에서 ‘진품’을 가려낼 수 있는 겁니다.

NFT는 디지털 아트나 온라인 게임, 트위터 메시지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 가능합니다. 특히 미술 시장에서는 NFT 열풍이라 할 만큼 관심이 뜨거운데요, 디지털 작품에 NFT를 적용하면 원작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빈센트 반 고흐의 유화 그림을 프린트한 버전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지만, 원작은 단 한 명만 가질 수 있습니다. 고흐의 그림도, NFT가 적용된 디지털 작품도, 원작임이 증명되면 희소성이 있어 가치가 치솟게 됩니다.
‘매일들 – 그 첫 5000일’ 중 한 작품 ©비플

디지털 아트부터 NBA 영상까지


실제로 NFT를 적용해 원작임을 입증한 디지털 작품들은 놀라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매일들 – 그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은 6935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이 작품은 비플이 2007년부터 5000일 동안 매일 업로드한 파일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작품 판매가 기록을 경신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비플은 “예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걸 목격하는 중”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도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면 고가에 거래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고양이 캐릭터를 수집해 양육하는 게임인 ‘크립토키티’는 NFT 기술을 이용해 캐릭터마다 고유성을 부여했습니다. 10억 원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크립토키티의 성공으로 개발사 대퍼랩스(Dapper Labs)는 최근 2억 5000만 달러(2835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동영상도 예외는 아닙니다. ‘NBA 톱 샷’은 NFT가 적용된 미국 프로 농구 경기 영상을 판매하는데요, 최근 르브론 제임스의 10초짜리 덩크 영상이 20만 8000달러(2억 3587만 원)에 팔렸습니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지만,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자산에 구매자가 기꺼이 지갑을 연 것입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디지털 파일을 수십, 수백 억 원을 주고 사는 걸까요. 먼저,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 때문일 겁니다. 미국에서는 취미로 야구 카드를 수집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1952년에 발행된 미키 맨틀의 야구 카드가 올해 1월 역대 최고가인 520만 달러(59억 원)에 팔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디지털 원본 파일이 고가에 거래되는 현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NFT 시장이 활성화되면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게임사 대퍼랩스의 ‘크립토키티’를 소개한 영상 ©크립토키티

NFT의 미래


NFT 시장의 호황은 수치가 증명합니다. 프랑스 금융 그룹 BNP파리바의 〈2020 NFT 보고서〉에 따르면, NFT 시장의 2020년 전 세계 거래액은 2억 5000만 달러(2800억 원)에 달했습니다. 2019년에 비해 4배 급증한 수치인데요,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가상 화폐 전문 매체 〈댑레이더〉는 NFT 시장 거래액이 지난 1월 7100만 달러(805억 원)를 기록했고, 2월에는 3억 4200만 달러(3880억 원)까지 올랐다고 밝혔습니다.[2]

NFT 시장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미술 시장을 넘어 3차원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와 결합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서로 교류하고 아이템 거래 등 경제 활동을 벌이는데요, 이런 아이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NFT가 보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3]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델피 디지털(Delphi Digital)의 피어스 킥스는 〈크립토와 메타버스가 만나는 곳〉이라는 보고서에서 “암호화 이전의 디지털 상품은 중앙에 의해 관리되고 공급이 부풀려질 수 있다"면서 NFT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NFT가 거품이자 투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네즈 말리스는 자신과 친구들의 방귀 소리를 모은 녹음 파일을 NFT 경매에서 48만 원에 판매하며 NFT 열풍을 조롱했습니다. 그는 “NFT 열풍은 터무니없다”라며 “미친 시장의 이면에는 디지털 예술 애호가들이 아닌 빨리 부자가 되려는 투기꾼들이 있다”라고 비판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도 NFT가 투기성 높은 자산이라며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여러분은 NFT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있으실 텐데요, 분명한 것은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가상 세계가 물리적 세계와 충돌하면서 기존 관습과 제도,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수십 년 후 아이들은 디지털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던 우리 세대를 유토피아적으로 바라볼지도 모르겠습니다.

3월 26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넥스트 파이낸스》, 《비트코인 제국주의》와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1]
Ollie Leech, 〈크립토키티 드래곤카드 한장에 10억 원, NFT란?〉, 《코인데스크코리아》, 2021.2.3.
[2]
박준우, 〈‘제2의 비트코인’ NFT의 모든 것〉, 《문화일보》,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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