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택과 열정 경제

4월 5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열정을 사고파는 열정 경제가 부상하면서 인터넷이 제3의 물결을 맞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뉴스레터를 팝니다, 서브스택


미국의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이 6500만 달러(734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악시오스가 보도했습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 가치는 6억 5000만 달러(7339억 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 서비스 출시 후 4년도 되기 전에 유니콘 기업[1]에 근접한 것입니다.

서브스택은 창작자가 뉴스레터를 제작·발송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개인 창작자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자체 구축하려면 복잡한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도메인을 구입하고,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결제 시스템을 붙여야 합니다. 서브스택을 이용하면 이런 번거로운 작업 없이 콘텐츠 제작만 고민하면 됩니다.

창작자는 서브스택이 제공하는 문서 입력기와 메일 발송 및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유료 뉴스레터를 보내고 구독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구독료는 창작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월 5달러 수준입니다. 구독 수입에서 서브스택 수수료 10퍼센트, 결제 대행업체 수수료 3퍼센트를 제한 나머지가 창작자에게 돌아갑니다.

현재 서브스택에서 유료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사용자는 50만 명에 달합니다. 구독자가 많은 상위 10명의 작가는 연간 1500만 달러(169억 원) 이상씩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서브스택에서 활동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저널리스트들도 늘고 있고, 디스패치(The Dispatch) 같은 온라인 매체는 아예 서브스택을 홈페이지로 사용합니다.

서브스택처럼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이용해 확장 가능한(scalable)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열정 경제(passion economy)’라고 합니다. 미국의 벤처 투자자 리진(Li Jin)은 “열정 경제가 일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100명의 진정한 팬이 있으면 전업 창작자로 생활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인터넷 덕분에 참여도가 강력한 틈새시장을 찾기가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Substack

제3의 물결을 맞은 인터넷


서브스택의 이번 투자 라운드는 미국의 유명 벤처 투자 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2]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기성 미디어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뉴미디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인데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음성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Clubhouse)’에도 1억 달러(1129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공동 창업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인터넷이 제3의 물결을 맞았다고 말합니다. 제1의 물결은 온라인에서 돈을 버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없을 때입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합니다. 제2의 물결은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시기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입니다.

제3의 물결은 서브스택 같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창작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급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열정 경제’라고 일컫습니다. 이 용어는 미국 경제 팟캐스트 ‘플래닛 머니’의 공동 창립자 아담 데이비슨이 2020년 1월 《열정 경제(The Passion Economy)》라는 책을 펴내며 알려지게 됩니다.

열정 경제에서 예술은 새로운 지위를 얻습니다. 과거에 비즈니스와 예술은 정반대에 있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예술이 비즈니스 성공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창작자 후원 플랫폼 ‘패트리온(Patreon)’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창작자들은 열성 팬의 정기 후원을 받고 팬을 위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셀럽의 맞춤형 영상을 파는 ‘카메오(Cameo)’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375달러(42만 원)를 내면 배우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이 30초짜리 영상을 찍어서 보내 주는데요, 생일 파티의 깜짝 선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 카메오는 1억 달러(1129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1290억 원)를 넘었습니다.
셀럽과 팬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카메오 ©Cameo

열정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


열정 경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긱 경제(gig economy)와 비슷하지만, 작동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가령 배달 앱의 ‘긱 노동자’는 말투와 복장 등 플랫폼 사업자가 정한 여러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누가’ 배달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매뉴얼대로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열정 경제에서는 ‘누가’ 제공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콘텐츠를 언제 올리든, 어떤 주제를 다루든, 구독료를 얼마로 하든 모두 창작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대신 플랫폼 사업자가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 노동자에게 배분하는 긱 경제와 달리, 열정 경제 창작자는 수요를 스스로 창출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집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긱 경제와 열정 경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긱 경제 열정 경제
수익 모델 일회성 수익 구축된 고객을 바탕으로 연속적 수익
제공 서비스 서비스 제공 범위가 좁다(배달 앱에선 배달만 한다). 서비스 제공 범위가 넓다.
소프트웨어 제작자의 개성이 제한되는 주문형 플랫폼 제작자의 개성이 강조되는 마켓플레이스 또는 SaaS
소비자와의 관계 제작자와 소비자가 제한적 관계를 맺는다. 제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사업 확장의 지렛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차별화로 수익(구독자)을 늘린다. 

열정 경제 플랫폼은 창작자가 열정과 개성을 더 발휘하고, 구독자를 더 이해하고, 구독자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해서 창작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2016년 7월 9일 제7차 유럽 지역 및 도시 정상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European Union/Tim De Backer

소유에서 접속으로


열정 경제에서 크리에이터와 팬은 열정을 사고팝니다. 용어가 신선하고 정의도 그럴듯해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사실 열정 경제의 개념이 새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문명 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00년 저작 《소유의 종말》에서 상품을 팔지 않고 접속 권한을 파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21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구문(舊聞)처럼 읽히지 않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에 따르면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경제 구도는 물적 자원을 사고파는 ‘소유’에서 지적 자원을 임대하는 ‘접속’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행, 스포츠, 게임, 음악, 영화, 가상 세계 등 거의 모든 유형의 문화 경험에 대한 접속권 판매가 부상한다는 전망입니다.

접속의 시대라고 해서 디지털 서비스에만 국한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에어컨 기기만 팔았지만, 이제는 에어컨 서비스도 판매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에어컨이라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 경험입니다. 그런 시간과 경험을 판매하는 겁니다.

제러미 리프킨의 통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시간과 경험이 판매되는 세상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하는데요, 과거 산업 시대가 노동을 상품화했다면 접속의 시대는 놀이를 상품화하면서 개개인의 삶이 하나의 시장이 되어 간다고 말합니다. 또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이 아무리 커져도 접속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서브스택의 투자 소식부터 열정 경제의 사례와 비즈니스 모델, 나아가 소유의 종말까지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앞으로 열정 경제와 접속 경제가 보편화되면 경제와 사회 구조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긱 이코노미의 게이미피케이션〉, 〈유튜브에서 살아남기〉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1]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1290억 원) 이상이고 창업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2]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는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과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공동 창업한 미국의 벤처 투자 회사다. 마크 안드레센은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로 유명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깃허브 등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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