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주들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미국,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
것입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대기 속 황산화물은 줄지만, 바다로 배출되는 오수가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개방형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들은 제재 지역을 통과하는 동안 스크러버를 끄고, 선박 연료를 저유황유로 교체해 왔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에버기븐호 사고 현장을 떠올려 볼까요? 수에즈 운하 역시 개방형 스크러버를 가동하는 선박에 높은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요, 운하를 통과하는 동안은 사실상 오수 배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에버기븐호도 운하에 진입하기 위해 스크러버를 끄고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애초에 고유황유에 적합하게 설계된 선박 엔진에 저유황유가 들어가면서 엔진이 손상돼 추진력을 잃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즉, 좌초의 결정적인 원인이 저유황유 사용이라는 것이죠.
수에즈발 한국 LNG선의 반사 이익
“처음부터 저유황유를 쓰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유황유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별도의 엔진 개조나 장비 설치가 필요하진 않지만, 고유황유 대비 가격이 40~50퍼센트 이상 높다는 겁니다. 유가가 급등하면 재정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선박이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은 환경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히는데요, 황산화물 배출량을 거의 100퍼센트 제거할 수 있고 황 성분 외에도 미세 먼지, 이산화탄소 등 다른 오염 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선박 연료별 비교(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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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단점 |
저유황유 |
대부분 선박에 사용 가능하고 추가 장비 설치가 필요 없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적다. |
연료비 상승 리스크가 있고, 기존 고유황유 엔진에 주입 시 기술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 |
고유황유
+스크러버 |
저렴한 기존 고유황유 사용이 가능하고 기존 선박에 설치가 가능하다. |
스크러버 설치에 따른 초기 비용이 발생하고 개방형 스크러버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이 높다. |
LNG |
황산화물 등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이 낮고, 타 연료 대비 연료 소모량이 적다. |
초기 투자 비용(신규 건조)이 필수고, 지역별 LNG 연료 가격에 격차가 있다. |
이런 LNG추진선은 벙커씨유를 사용하는 일반 선박보다 가격이 20~30퍼센트 높습니다. 그래서 선주들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온 것인데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반사 이익이 예상됩니다. 한국은 LNG추진선에 대한 기술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LNG선은 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저장, 운반하는데 이때 만약 균열이 생기면 선박 표면인 강철이 파손될 수 있고, 화기에 닿기라도 하면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사들은 조선소를 선정할 때 그 무엇보다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이미 잦은 고장으로 악명이 높고, 이번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일본 선박에 대한 품질 신뢰도 역시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