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온실가스
완결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빠른 방법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온난화의 4분의 1은 메탄에서 비롯된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암울하게도, 지구 온난화에 관한 토론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환상의 땅에서 벌어진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 덕분에 부자가 된 일부 지역의 사람 중에서 생활 수준을 자발적으로 낮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반대로 아직 부유해지지 못한 지역의 사람에게 그럴 기회를 포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이런 까닭에 전자의 안락함이나 후자의 열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경제가 화석 연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술적 변화는 장기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효과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그런 조치 중 하나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4분의 1은 다른 가스인 메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메탄 문제는 이산화탄소보다 단기적으로 훨씬 다루기 쉽다.

 

CO2 vs. CH4


탄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한 화합물인 메탄은 강력한 온실 물질이다. 방출된 이후 20년 동안 메탄 1톤은 이산화탄소 1톤보다 86배나 많은 온난화를 유발한다. 또한 메탄은 반감기가 10년에 불과해 배출되고 금방 사라진다. 반면 이산화탄소는 수백, 수천 년 동안 남는다. 각국 정부와 환경 단체들의 협력체인 기후 및 청정 대기 연합(The Climate and Clean Air Coalition)은 향후 30년간 인위적인 메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2050년에 지구 평균 기온을 0.18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단하게 들리지 않겠지만, 2015년 국제 사회가 파리에서 합의한 목표(지구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는 것)와 현재 지구 기온의 차이에서 20~45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메탄 배출을 중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훨씬 적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부문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75퍼센트(인간 활동으로 인한 총배출량의 16.5퍼센트)는 오늘날 이용 가능한 기술로 막을 수 있고, 40퍼센트(인간 총배출량의 9퍼센트)는 순 비용 없이 제거될 수 있다.
메탄 문제의 중요성은 지난 15년 사이에 더욱 분명해졌다.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999년부터 정체되었다가 2007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간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매년 3억 톤이 넘고, 그 양은 점점 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메탄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2.5배가 넘는다. 21세기의 가장 비관적인 기후 전망을 제외한 다른 모든 허용치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표1 참조).

2007년 이후 메탄 농도가 증가하면서 메탄이 어디서 배출되고 대기에서 어떻게 분해되는지 파악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의 마리엘레 사우노스(Marielle Saunois) 박사는 원래 이런 상승은 이례적이지만, “벌써 13~14년째 지속되고 있어 이상 현상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한다.

지상과 항공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새는 것이 메탄 농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예를 들어 2018년 미국 워싱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들은 이 도시들에서 매년 85만 톤의 메탄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가리켰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EPA) 공식 추정치의 10배에 달한다. 그러나 더 큰 배출원은 화석 연료 공급망에 있다.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이 지각에서 추출되고 가공되어 전 세계로 이동하는 지점이다.

2018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천연가스 공급망과 석유 생산 현장의 3분의 1에서 메탄 누출이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 샘플을 근거로 매년 1300만 톤의 메탄이 이런 시설들에서 누출되고 있다고 추정했는데, EPA의 공식 자료보다 60퍼센트 많은 수치다.

또한 IEA는 전 세계 탄광에서 석탄이 추출되는 과정에서 그 속에 갇혀 있던 메탄이 매년 4000만 톤씩 방출된다고 추정한다.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석탄의 양은 줄고 있지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아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은 기후 안정화 노력을 늦출 만큼 석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석탄 관련 작업 기록을 관리하는 환경 단체인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는 계획된 신규 광산이 연간 1350만 톤의 메탄을 추가 배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는 지난 3월에 432개의 광산 프로젝트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중 100개 이상이 중국에서 건설되고 있었다. 석탄 광산에서 메탄가스는 암반 경계선이 열리자마자 방출되기 시작한다. 광산 작업을 하는 동안 메탄은 폭발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기로 배출된다. 광산을 닫고 나서도 수십 년간 가스가 새어 나올 수 있다.

메탄의 배출원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은 사우노스 박사가 이끄는 ‘글로벌 메탄 예산(Global Methane Budget)’이라는 국제적 협력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매년 얼마나 많은 CH4가 대기로 드나드는지 추적하고(표2 참조), 이를 설명하는 모델을 개발해 메탄가스의 순환을 이해하려고 한다.

메탄가스 줄이기


위 표에서 나타나듯, 메탄은 새는 유정(油井)과 파이프라인, 가스가 많은 탄광 외에도 소의 트림, 논, 산불, 화전 농업, 쓰레기 처리장, 폐수 처리장, 자동차와 화물차, 늪·강·호수 같은 자연 생태계에서도 배출된다. 이를 완벽히 파악하려면 전 세계 메탄 배출원의 크기와 특성, 위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 글로벌 메탄 예산의 연구원들은 상향식과 하향식, 두 방법을 결합해 가능한 한 최선의 추정치에 도달하고자 한다.

상향식 접근법은 최대한 많은 메탄 공급원(소 떼의 수와 크기, 논의 크기와 위치, 화석 연료 재고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국가와 국제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 데이터를 각 유형이 방출하는 메탄 양에 대한 추정치와 결합한다. 하향식 접근법은 직접 위성(direct satellite)과 지상 측정 기구를 이용해 메탄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지상과 항공에서 측정한 두 수치를 컴퓨터 모델에 연결해 조정하는데, 메탄 배출원에서 나오는 메탄의 흐름과 대기에서 분해되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한다. 이렇게 해서 실제 측정치와 대조할 수 있는 가상의 대기 농도를 생성한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최상의 추정치에 도달하기 위해 모형화된 흐름을 조정하며 불일치를 줄여 나간다.

사우노스 박사의 연구팀은 2020년 7월 첫 번째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2008~2017년에 연간 5억 5000만~8억 8000만 톤의 메탄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0~2006년의 평균보다 9퍼센트 많은 양이다. 상향식 또는 하향식 방법 사용에 따라 수치가 다르지만, 이 중에서 50~60퍼센트가 인간 활동에서 비롯했다. 그중 화석 연료와 농업이 각각 3분의 1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동차, 화재, 매립지, 폐수 처리 등에서 나온다.
연구팀이 발견한 2007년 이후의 메탄 농도 상승은 인간의 추가 배출에 따른 것이지만, 대기의 가스 분해 능력도 조금 감소했을 수 있다. 다행히 북극 툰드라에서 메탄 발생이 증가할 조짐은 거의 없지만, 툰드라가 따뜻해지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2007년 이후 10년간 중국에서는 화석 연료 배출량이 크게 늘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아프리카, 중동은 그 정도가 덜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메탄을 가장 많이 방출하는 나라인데, 지속적인 석탄 개발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다. 2019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광산 운영자가 광산에서 메탄을 대기로 배출하지 않고 발전용으로 사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문의 활동이 여전히 중국의 메탄 방출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매립지로 보내는 생분해성 폐기물의 양을 줄이려는 정책 덕분에 배출량 감소를 달성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농업 배출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이다. 농업 자원, 그중에서도 특히 가축과 논이 다루기 가장 어렵다. 두 경우에서 가스는 동물의 내장과 분해되는 배설물, 산소가 부족한 토양에 사는 메탄 생성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다. 논(대부분 중국에 있다. 중국이 메탄 배출 1위인 또 다른 이유다)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메탄 배출량의 8퍼센트를 차지한다. 같은 양의 메탄을 배출하면서 곡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쌀 품종을 사용하면 메탄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기술적으로 더 간단한 방법은 논에 물을 (항상 채워 두지 않고) 더 적게 대는 것이다. 이 방법은 물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농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가장 큰 비중은 소와 양 같은 반추 동물에서 나온다, 축산업이 농업 배출량의 79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모든 인위적 배출량의 30퍼센트에 해당한다.

사람들에게 고기를 덜 먹고 우유를 덜 마시라고 장려하는 것은 현재 부유한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기초 생활비 외 지출이 늘어나고 식단이 개선되고 있는 더 넓은 중산층 세계에서는 비스마르크의 현실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옵션이 있다. 메탄을 생성하는 물질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다. 동물이 먹는 것을 바꾸면 메탄 생성 활동이 약해질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 실험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규모 면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특정 해조류가 풍부한 식단을 먹은 동물은 메탄을 최대 80퍼센트까지 적게 배출했다. 이런 조류에 풍부하게 함유된 브로모폼(bromoform)이라는 화합물은 동물의 반추위 내부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메탄 배출량을 80퍼센트나 줄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해초를 먹인 소는 그렇지 않은 소보다 고기나 우유를 적게 생산한다. 덜 급진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식이 요법도 있다. 바로 반추 동물의 식단에 식물성 기름을 추가하는 것이다. 식물성 기름은 칼로리가 풍부하지만, 반추위에서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메탄 생성을 부추기지 않는다. 이 접근법을 사용하면 메탄 배출량을 11~18퍼센트 줄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 동물의 식단에 합성 화학 물질을 첨가하면 메탄 생성 활동이 억제된다. 그중 하나가 3NOP(3-nitrooxypropanol)인데, 미생물이 메탄을 생성할 때 사용하는 효소를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네덜란드 회사인 DSM은 이 물질을 제품으로 만들어 현재 유럽에서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젖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을 27~4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스트 두 잇


메탄 배출량이 감축의 주요 목표라는 점은 적어도 부유한 국가에서는 정치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디어다. 지난해 10월에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메탄 전략(European methane strategy)’을 채택했는데, 올해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이전 계획은 2030년 EU의 배출량을 2005년보다 29퍼센트 낮은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이 목표치는 이제 35~37퍼센트로 올라갔다.

한편 미국에서는 메탄 정책이 널뛰기를 해왔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한 메탄 누출 모니터링과 차단 규제를 폐지했다. 트럼프의 뒤를 이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역행을 되돌리겠지만, 그 역시 2025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최대 65퍼센트 줄여야 한다는 환경 단체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목표들은 그 결과가 측정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화석 연료 회사는 당연하게도 회사 데이터를 비공개로 수집한다. 그리고 몇몇 환경 단체는 자동차와 비행기에 장착된 기기를 사용해 파이프라인 누출 등을 찾아낸다. 그들의 목표는 문제를 조명하는 것이지만, 그들의 데이터는 종종 석유와 가스 사업자들에게 피드백이 되어 파이프라인을 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인 환경 방어 기금(The Environmental Defence Fund)에 따르면 기업들은 다양하게 반응하지만, 대개는 이런 피드백에 감사해한다.

유엔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인 석유 가스 메탄 파트너십(The Oil and Gas Methane Partnership·OGMP)은 화석 연료 산업의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방법을 표준화한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세계 석유와 가스의 30퍼센트를 생산하는 6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OGMP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유엔환경계획과 유럽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 메탄 배출 관측소에 입력될 것이다. 이 데이터는 국가와 기업 단위의 계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공위성이 측정하는 메탄 농도를 포함해 다른 여러 측정 수치와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이 작업의 핵심은 ‘메탄샛(MethaneSAT)’이라는 위성인데, 동명의 비영리 회사가 2022년에 발사할 예정이다. 이 위성은 1제곱킬로미터의 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수일 간격으로 스캔하고, 화석 연료 작업에서 발생하는 가스 공급원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하게 된다. 또한 이 회사는 뉴질랜드의 가스 배출을 추적하기 위해 소 떼 위치를 포함한 국가 농업 인프라를 지도화하는 작업을 뉴질랜드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더 정확하고 투명한 데이터는 통상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메탄 배출량이 2010년 수준보다 35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IEA의 예측으로는 그중 14퍼센트가 순 비용 없이 석유와 가스 부문만으로 가능하다. 여기에서 더해지는 것은 무엇이든 (아마 그럴 것 같은) 탄소 배출 제한의 실패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훌륭한 비스마르크식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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