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위구르 면화 전쟁

4월 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 지역에서 면화 재배가 한창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Pulati Niyazi/VCG via Getty Images

불타고 찢기고 사라진 글로벌 브랜드 상품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게시된 한 동영상에서 불이 붙은 나이키 운동화가 활활 타오릅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H&M 관련 상품은 중국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불매 운동 사례인데요, 유니클로와 아디다스, 갭, 필라, 뉴밸런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신장 면화 불매 운동에 격분한 일부 중국인이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웠다. ©웨이보
중국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 화가 난 것일까요? 바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재배되는 면화 때문입니다. 2019년 기준 중국 면화 생산량의 85퍼센트, 세계 면화 생산량으로는 20퍼센트를 차지하는 규모인데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신장 면화 불매를 선언하자 극렬한 반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또 왜, 신장산 면화를 보이콧했을까요? 위구르족을 포함한 소수 민족 수십만 명이 면화 수확에 강제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 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신장 면화를 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면화 산업 비영리 단체인 ‘더 나은 면화 계획(Better Cotton Initiative·BCI)’이 신장 면화에 대한 사용 승인을 중단한 것이 글로벌 브랜드들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BCI는 면화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부당한 노동력이 사용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데요, 이런 단체가 신장산 면화을 승인하지 않은 데다 각종 보고서와 보도에서 강제 노역 의혹이 제기되자 불매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밭에서 수확기로 재배된 면화가 정돈되어 있다. ©Chen Jiansheng/VCG via Getty Images

분리 독립 요구에 강화된 위구르족 통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영토의 16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지역인데요, 원래는 위구르 제국과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으로 존재했던 나라입니다. 그러다 1949년 중국에 합병이 되고 1955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라는 행정 지역으로 정식 통합이 됐습니다.[1] 중국 내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은 현재 1200만 명 정도가 자치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 달리 위구르어를 쓰고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그러다 보니 합병 이후 수십 년간 위구르족은 분리 독립 운동을 꾸준히 벌여 왔습니다. 2013년과 2014년 독립을 요구하는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강화했는데요, 시진핑 주석은 “추호도 자비를 베풀지 말고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2]

국제 인권 단체와 유엔 등은 100만 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수용 시설에 감금된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중국 정부는 수용소가 아닌 직업 훈련소라고 해명합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신장의 고용과 노동권〉이라는 백서를 발행하고 위구르족이 “종교적 극단주의 영향을 받아 교육과 직업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였다”며 직업 교육을 통해 소득 수준도 오르고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3]

통제가 강화된 이후 서방 국가들은 위구르에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해 왔습니다. 이번 신장 면화 불매도 같은 맥락에서 불거진 문제인데요, 미국 글로벌정책센터(CGP)가 발표한 〈신장의 강제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위구르족을 포함한 소수 민족 수십만 명이 면화 수확에 강제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작성한 문건과 관영 매체 보도 등을 종합하면 지난 2018년에만 신장 위구르 3개 지역에서 57만 명이 목화 채집에 동원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신장 남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고품질 면화 채집에 위구르족을 강제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요, 기계 대신 사람이 손으로 직접 수확해야 상품 가치가 높아 육체노동에 크게 의존한다고 합니다. 센터는 강제 노역의 증거로 몇 가지 정황을 내놨습니다. 면화 재배에 투입된 위구르족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반드시 단체로 이동하게 한 점, 공무원이 함께 숙식하며 사상 교육을 한 점 등인데요, 노동자들을 감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1만 명의 위구르족을 수용하는 공간이 건설되고 있다. 2018년(왼쪽)과 현재의 위성 사진이다. ©이코노미스트

날마다 벌어지는 참혹한 인권 유린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의혹은 강제 노동뿐만이 아닙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인권 유린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소수 민족 전문가인 아드리안 젠즈가 위구르 망명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수용 시설 감금과 종교 탄압을 겪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망명자들의 생생한 목격담입니다.
 
“다웃 씨는 지난해 자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치기 전에(그들은 미국에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 새 강제 수용소 중 한 곳에서 두 달을 보냈다. 이런 수용소들에는 2017년 이후 재판도 없이 넘겨진 사람이 100만 명 넘게 구금돼 있는데, 대부분이 위구르족이다.”

“강제 수용소 수용자들은 매달 극단주의 포기를 선언하고 코란 대신 ‘시진핑 사상’에 스며들도록 훈련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중 한 사람은 경비대가 수용자들에게 신이 있느냐고 묻고, 그렇다고 답한 사람을 때린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의 출산을 제한하는가 하면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기도 했습니다. 1948년 발효된 유엔의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유와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인류 범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은 위구르족 여성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된다. 일부는 불임 시술을 받는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현(县) 두 곳에서 위구르족 출산율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6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15세 이하 위구르족 300만 명 가운데 25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하나 또는 둘 모두 구금 상태라는 의미다. 젠즈 박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기숙 시설에 배치된 아이들이 88만 500명인데, 2017년 이후 38만 3000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우선 신장 면화 강제 노동에 대해서는 “신장에서 강제 노동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반중국 세력이 악의적으로 날조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오히려 신장 면화 불매를 선언한 기업들을 향해 “중국 국민은 일부 외국 기업이 한편으로는 중국의 밥을 먹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밥그릇을 깨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 반중국 세력의 가짜 정보에 기반한 조작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시진핑 주석도 “세계 어디에도 보편적인 인권 발전 과정은 없다”며 “인권 보장에 대한 절대적 기준과 최선 또한 없다”고 받아쳤습니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한 H&M 매장이 '일시 중지'라는 안내와 함께 텅 비어 있다. ©VCG/VCG via Getty Images

리테일 내셔널리즘으로 뭉치는 중국


중국은 인권 문제나 영토 분쟁 등으로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는 기업이나 나라에 경제적 보복을 가해 무릎을 꿇려 왔습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리테일 내셔널리즘’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4] 14억 명의 인구가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만큼 중국이 경제 보복을 작동시키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H&M과 나이키 등에 대한 불매 운동뿐만이 아닙니다. 2016년 우리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한류를 제한한다는 뜻의 ‘한한령’으로 즉각 보복 조처를 했는데요, 롯데그룹은 막대한 피해를 보며 중국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에는 남중국해 분쟁 도서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자 필리핀산 과일 통관을 거부했습니다. 이로 인해 생산되는 바나나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하던 필리핀 역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관영 언론과 공산주의청년단 등을 동원해 직접 움직이기도 하지만, 중국 국민들도 리테일 내셔널리즘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신장 면화 불매 운동은 애국주의 소비 움직임으로 이어졌는데요, 글로벌 브랜드 대신 자국 브랜드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5]

한편 《뉴욕타임스》는 웨이보에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게시물 말고도 “신장 면화만 지원하지 말고 신장 사람들도 지원하라”는 등의 응원 글이 올라왔지만 곧 삭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일반 시민들이 위구르족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가혹하다는 생각을 드러내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어서 언급 자체를 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신장 면화 불매 사태가 중국인들에게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토론할 수 있게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남겼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위구르인의 고난》, 《판을 흔드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2]
[4]
Manoj Joshi, 〈China’s retail nationalism〉, 《The Tribune》, 202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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