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구글, 세금이 얼마지?

4월 12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미국 정부가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제안하면서 세금 뺏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구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법인 사무실 ©Artur Widak/NurPhoto via Getty Images

메이드 인 아메리카 세금 계획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을 발표했습니다. 도로와 교량 개보수, 공공 주택과 홈케어 확충, 전기차 산업 확대 등에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고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향후 8년간 2조 2500억 달러(2522조 원)가 소요됩니다.

올해 한국 예산 555조 원의 4배가 넘는 천문학적 규모인데요,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할까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세금 계획(Made in America Tax Plan)’도 함께 내놨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법인세를 올리고 세금 회피도 차단하겠다는 구상인데요, 먼저 기업에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은 이렇습니다.
 
  • 법인세율 21퍼센트 → 28퍼센트로 인상
  • 대기업 법인세 최소 세율 15퍼센트로 설정

법인세는 기업의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부과됩니다. 미국의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미국 기업이 세금을 절감하기 위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21퍼센트 도입
  •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법인세 징수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사에서 “동맹을 복원하고 전 세계에 다시 관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번에 발표된 조세 개편안을 살펴보면 바이든식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할 만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미국 정부의 증세 계획과 글로벌 법인세, 세금 뺏기 경쟁의 전망을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미국 워싱턴 D.C.의 아이젠하워 행정사무소에서 미국의 일자리 계획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Leigh Vogel/UPI/Bloomberg via Getty Images

법인세율 28퍼센트로 인상


먼저, 미국 정부는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21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35퍼센트였던 법인세율을 21퍼센트로 낮췄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28퍼센트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수익은 1퍼센트 수준입니다. OECD 국가 평균인 3퍼센트를 크게 밑도는데요, 이 격차를 줄여 경기 부양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입니다.
 

대기업 법인세 최소 세율을 15퍼센트로 설정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미국의 현행 법인세율은 21퍼센트입니다. 그런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미국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 중 55개 기업이 지난해 연방 법인세로 0달러를 냈습니다.

나이키는 지난해 29억 달러(3조 2509억 원)의 세전 소득을 올렸지만 연방 법인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억 900만 달러(1222억 원)의 세금 환급을 받았습니다. 페덱스, HP, 세일즈포스 같은 회사들도 수십억 달러를 벌었지만, 법인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세금 면제와 공제 혜택을 이용해 법인세를 피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 정부는 앞으로 기업들이 세금 감면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회계상 수익의 최소 15퍼센트는 법인세로 내도록 할 방침입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21퍼센트 도입


미국의 법인세가 오르면 기업으로서는 미국에 본사를 둘 이유가 줄어듭니다. 미국이 아니어도 오라는 곳은 많으니까요.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 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깎아 주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습니다.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 수입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대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는 대책도 함께 내놨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하한선을 21퍼센트로 정하자는 것입니다. 미국 혼자만 법인세를 올리면 미국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세계 각국이 함께 대응하자는 제안입니다.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재정 지출이 급속히 증가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을 멈추면 세금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습니다. 디지털세 도입도 함께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매출 발생국에서 법인세 징수


현행 조세 조약상 국내에서 외국 법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법인세를 부과하려면, 국내에 물리적 사업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업은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물리적 사업장을 두지 않고도 사업 활동이 가능해, 돈을 버는 곳과 세금을 내는 곳이 일치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는 2015년부터 이른바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의 도입을 논의해 왔습니다. 디지털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영업장 위치와 상관없이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디지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세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 기업을 겨냥한 세금이라며 반대한 바 있습니다.

그러던 미국이 8일 한국을 포함해 140개국에 공문을 보내 디지털세 도입에 동의하는 대신 적용 대상 기업을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디지털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아예 업종과 관계없이 매출이 높은 상위 100개 다국적 기업은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수 시장이 큰 미국으로서는 유리한 방향입니다.
 

글로벌 세금 뺏기 경쟁


미국의 법인세 인상과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은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우선 아일랜드(12.5퍼센트)처럼 법인세율이 낮아 다국적 기업의 거점이 됐던 국가는 타격이 예상됩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해 독일(29.9퍼센트), 프랑스(32퍼센트)처럼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을 수 있습니다. #2020년 전 세계 법인세율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최고 27.5퍼센트로 높은 편이라 미국의 제안대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21퍼센트가 도입돼도 기업 이탈 같은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해외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G20은 올해 7월까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례를 감안할 때 이렇게 커다란 변화가 두어 달 만에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또 논의 과정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21퍼센트보다 한참 낮게 설정될 수 있고, 최저 세율이 정해지더라도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사실상 법인세를 인하하는 편법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습니다. 올해 초부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며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종식 이후 시장에 뿌린 돈을 다시 회수해야 하는 각국 정부의 세금 뺏기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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