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비메모리, 팹리스와 파운드리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과 반도체 지정학을 소개해 드리기 전에 반도체의 기초 정보와 산업 개황을 살펴보겠습니다. 과거에는 반도체라고 하면 일부 첨단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첨단 전자 기기가 아닌 제품이 드뭅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냉장고, 인터넷, 자동차, 항공기 등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사용됩니다. 이런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두 종류로 나뉩니다.
- 메모리 반도체: 데이터 저장·기억을 담당한다. D램, S램이 대표적이다.
- 비메모리 반도체: 데이터 연산·처리를 담당한다. CPU가 대표적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라고도 부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 1위 기업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이 많은 AI, 5G, 자율 주행차, 사물 인터넷 등에 널리 쓰이는데요,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2배 큽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입해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20년 3분기 메모리 반도체(D램)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
순위 |
기업명 |
점유율(퍼센트) |
1 |
삼성전자(한국) |
41.3 |
2 |
SK하이닉스(한국) |
28.2 |
3 |
마이크론(미국) |
25.0 |
4 |
기타 |
5.5 |
메모리 반도체는 기성품처럼 생산 후 판매됩니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 기업 한곳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맡을 수 있습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주문 생산됩니다. 종류가 다양하고 회로도 복잡해 설계와 제조를 여러 회사가 나눠서 합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은 생산 공정에서 어느 단계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 팹리스(Fabless): 공장이 없다는 뜻의 팹리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미국 퀄컴이 대표적이다.
- 파운드리(Foundry):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제조)하는 업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는 대만 TSMC이다.
-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회로 설계, 생산, 가공 및 검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업체다. SK하이닉스 등이 해당한다. 다만 IDM 업체는 대부분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회로를 설계하는 팹리스가 제조를 맡는 파운드리보다 기술력이 뛰어날 것 같은데요, 사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파운드리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기술의 핵심은 복잡한 회로를 얼마나 미세하게 그려 내는가인데, 10억 분의 1미터(1나노미터)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의 50퍼센트 이상을 TSMC가 점유하고 있고, 그 뒤를 삼성전자가 쫓고 있습니다.
2020년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매출액 기준)
순위 |
기업명 |
점유율(퍼센트) |
1 |
TSMC(대만) |
55.6 |
2 |
삼성전자(한국) |
16.4 |
3 |
UMC(대만) |
6.9 |
4 |
글로벌파운드리(미국) |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