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눈물

4월 1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다.

2013년 11월 7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저장 탱크 앞에서 도쿄전력 직원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 있다. ©Kimimasa Mayama/Pool via Bloomberg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일본 정부가 13일 관계 각료 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해상 방류에 필요한 설비 공사 등 준비 기간 2년을 거쳐 2023년부터 30~40년 동안 방류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들을 정화해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웃 국가인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곧바로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13일 한국 정부는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국민 안전과 해양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중국 외교부도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일본과 한국, 중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문제이기 전에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겐 생존의 문제이고, 동시에 해류에는 국경이 없으니 전 세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원전 오염수 논란과 사건 개요,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3월 22일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미야기현 케센누마 ©Paula Bronstein /Getty Images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진도 9.0 규모의 지진이 일본 동북부 해안을 강타했습니다. 30분 뒤 쓰나미가 닥쳤습니다. 해안 마을에 최대 40미터 높이의 파도가 몰아쳤습니다. 이날 재해로 1만 5897명이 목숨을 잃고, 2534명이 실종됐습니다. 22만 8863명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지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현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쓰나미로 제1원전의 전력 설비가 침수됐습니다. 원자로에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수가 들어가야 하는데,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냉각수 유입도 중단됐습니다.

사고 이후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이 수중 로봇을 이용해 원자로 내부를 촬영했는데, 6기 원자로 중 3기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려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 방사능 공포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오염수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년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125만 톤의 오염수가 발생했습니다. 올림픽 경기에 사용되는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원자로 내에서 뜨거워진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까지 더해진 것입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정화해 대형 물탱크 1000여 개에 보관해 왔지만, 내년 가을이면 물탱크가 부족해집니다.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방안이 나온 배경입니다.

물론 오염된 물을 무작정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를 이용해 오염수를 두 번 정화하면, 세슘과 스트론튬, 요오드 같은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정화 처리가 된 물이라는 뜻으로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treated wat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프스’로 두 번 정화해도 ‘삼중 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이 남습니다. 삼중 수소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생기는데, 분열하면서 베타선을 방출합니다. 과도하게 노출되면 유전자 변형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적이 제기되자 일본 정부는 삼중 수소에 물을 섞어 일본 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농도를 희석해서 방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의 월성 원전이 바다로 배출하는 물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2019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이 월성의 100분의 1 이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자로가 녹아내려 핵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와 정상 가동되는 원전의 배출수는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농도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신뢰의 적자


한편 미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히 협조해 결정한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처리수를 처리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썼습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 상당수 전문가는 일본이 국제 안전 기준을 준수한다면 오염수가 해양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IAEA도 “해상 방출은 다른 국가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진짜 문제는 일본 정부가 그 기준을 잘 지키느냐에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말을 바꾸거나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거나,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워 왔습니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오염수를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난해 정화 처리를 마친 오염수 115만 톤 중 70퍼센트에서 세슘, 스트론튬 같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오염수도 5퍼센트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는 오염수가 아무 문제 없고 국제 기준에 맞춰 방류된다고 해도 일본 국민과 세계인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신뢰의 적자(deficit of trust)’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에델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정부 신뢰도는 원전 사고 이전에는 51퍼센트였지만, 사고 이후 25퍼센트로 급감했습니다. 신뢰는 한번 잃으면 다시 쌓기 어렵습니다.
 

후쿠시마 사람들


바다 건너 한국과 중국도 걱정이 많지만, 오염수 방류의 가장 큰 피해자는 후쿠시마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어민들은 이번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안전한 물이라면 도쿄만에 방류하라고까지 말합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완벽하게 처리한다 해도 어민들에게는 피해가 돌아갑니다. 과학적 근거 없이 퍼지는 소문 때문입니다.

사고 원전에서 남쪽으로 55킬로미터 떨어진 항구의 수산 시장에서 일하는 주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원전 사고 이후 10년에 걸쳐 겨우 어종이 늘었는데... 지금도 ‘방사능이 괜찮을까’라고 묻는 손님이 있다. 그때마다 안전하다고 설명하지만, 해양 방류로 이제까지 쌓아 온 것이 파괴될까 봐 걱정된다.”

일본 정부도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나 관광 산업에 피해가 발생하면 도쿄전력이 배상하기로 했지만, 어민들은 안심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그들의 삶이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현 소마 후타바 어업 협회 조합장인 다카노 이치로(73)는 말합니다. “많든 적든 루머로 인한 피해가 생긴다. 제발 우리와 의견을 나누지 않은 채 결론을 내지 말아 달라.”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보내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동일본 대지진 10년의 교훈〉, 《지구에 대한 의무》와 함께 읽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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