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전조, 스토킹

4월 15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정주한 에디터·김지연 일러스트레이터
#데일리 #여성 #법 #프라임Lite

살인의 전조 현상


지난달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 사건은 20대 남성 김태현의 스토킹 끝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7~2019년 1심 선고가 내려진 살인 사건 1333건 중 스토킹 행위가 먼저 있었던 사건이 128건에 달합니다. 전체 살인 사건의 10퍼센트입니다.[1] 전문가들은 스토킹을 단순히 구애 행위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살인의 전조 현상’인 만큼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 피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정서적 폭력이 동반됐습니다. 김태현은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감시·미행하며 반복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이를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조사한 2017~2018년 5월까지의 스토킹 피해 상담 사례 분석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서적 폭력으로 감시와 미행, 반복적 연락이 31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공포감 조성과 협박은 각 198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2]
 

경범죄 처벌에 사법 처리를 포기하는 피해자들


지난해 스토킹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경찰에 접수된 신고는 4515건입니다. 이 가운데 벌금이나 즉결 심판 등 사법 처리로 이어진 것은 488건에 불과합니다. 경범죄 처벌법 위반이 적용돼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만 내는 등 처벌 수위가 낮고, 신고해도 현행법상 경찰이 소극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영향이 큽니다. 또 피해자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입증해야 하는 점도 처벌을 어렵게 합니다.

스토킹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입니다. 가해자는 여성의 배우자이거나 애인인 경우가 많은데요,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전·현 배우자에 의한 스토킹은 17건으로 13.5퍼센트를, 전·현 애인에 의한 스토킹은 46건으로 36.5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3]
 

22년 만의 법 통과, 남은 과제


지난 3월 24일 국회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법에서 규정한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일상 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생기면서 오는 9월부터 더는 경범죄가 아닌 스토킹 범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2년 만에 통과된 이번 법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반의사 불벌죄란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범죄라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이 부분을 악용해 합의를 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도 부족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 명령을 신청하는 것은 신변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인데요, 법안 논의 초반에는 포함돼 있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빠졌습니다. 법무부가 “피해자 보호 법률은 처벌법과 보통 분리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4]

마지막으로, ‘지속적 또는 반복적 스토킹 행위’일 때만 스토킹 범죄로 인정한다는 규정이 모호합니다. 스토킹은 재범률이 높은 범죄인만큼 피해자와 가해자를 초기에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는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합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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