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케이팝의 다음 챕터
 

4월 1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하이브가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그리는 다음 챕터

©일러스트: 유덕규/북저널리즘, 사진: HYBE 유튜브
하이브(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이타카 홀딩스(Ithaca Holdings)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10억 5000만 달러(1조 1708억 원) 규모의 대형 딜입니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이 세운 회사인데요, 스쿠터 브라운 대표는 이번 인수로 하이브 이사회에 합류합니다. 스쿠터 브라운과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은 하이브 유상 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을 갖게 됩니다.

이번 인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인수 합병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국내 기업이 최초로 해외 레이블을 인수한 사례입니다. 하이브는 왜 1조 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투자해 미국의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했을까요? 방탄소년단(BTS)의 성공과 함께 성장해 온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걸로 보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하이브가 그리는 미래를 전망해 봅니다. 음악과 대중문화, 산업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오디오 콘텐츠에 담았습니다. 함께 들어 보세요.


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의 시너지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발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발언하고 있는 스쿠터 브라운 ©HYBE 유튜브
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 각각의 입장에서 이번 딜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미 하이브는 BTS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요, 거액을 투자해 대형 팝 스타들이 소속된 미국 매니지먼트사를 인수하는 건 두 회사가 함께할 때 생길 시너지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방시혁 의장은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발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이번 딜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도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이브의 성취와 노하우, 전문성을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업해 시너지를 내겠다”, “음악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럼, 하이브가 구상하는 시너지는 무엇일까요?

하이브가 얻는 것
 
  •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의 효율성
우선 이타카 홀딩스는 미국 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망과 네트워크,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BTS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직접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런 부분을 상당히 효율화할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에 따르면,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미국에도 잘 알려져 있었지만 주류 미디어 노출이나 프로모션 등의 한계로 실제 관심도만큼 음원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다고 해요. BTS도 ‘아미’들이 직접 라디오에 곡을 신청하는 등 자발적인 홍보를 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었던 거고요. 그런데 BTS가 영어로 발매했던 〈DYNAMITE〉의 경우엔 통상 미국 가수들이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포함해 정말 좋은 성과를 냈죠. 미국 주류 시장에 맞는 유통과 홍보가 결합하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하면 확실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하이브는 다른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하고도 협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 2월 유니버셜뮤직과의 협업을 발표했는데요, 미국 시장에 케이팝 보이 그룹을 데뷔시키고 유니버셜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을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위버스(Weverse)에 합류시키겠다고도 했죠. 미국 시장에서 전문성을 가진 기업과 협업했을 때의 시너지에 대해선 계속 확신하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 이타카 홀딩스를 선택한 이유 
그렇다면 미국 시장의 다른 기업들 말고 이타카 홀딩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우진 음악·산업 평론가는 스쿠터 브라운이라는 파트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쿠터 브라운은 저스틴 비버를 발굴하고, 키운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어요.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미국에 진출할 때, CL이 미국에 활동을 할 때 함께한 파트너이기도 하고, 아리아나 그란데를 지금의 입지까지 올려놓은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음악 업계에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이 유통되는 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요. 저스틴 비버도, 비버가 유튜브에 친척에게 보여 주려고 올린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발굴했고요. 아직까지 음반 판매와 공연이 주요 수입원인 미국 음악 시장에서 스쿠터 브라운만큼 SNS와 팬덤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생길 변화
 
  • 아티스트를 ‘만드는’ 회사
차우진 평론가는 BTS와 케이팝이 미국 시장에 준 충격의 핵심은 ‘아티스트는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개념이었다고 말해요. 미국, 그리고 서구 시장에서 아티스트라는 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거지 회사가 기획하고 만드는 개념은 아니었는데요, 케이팝은 전혀 다르죠. 멤버들 개인의 재능을 조합해서 한 그룹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건 회사고, 그래서 회사가 계약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미국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걸 보고, 하이브는 케이팝의 방식을 세계 시장에서 실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거죠. 케이팝 그룹을 만드는 것과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다기보다는, 회사가 직접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면서 팬덤을 확장시키는 방식을 세계 시장에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이브에겐 이게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고,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팬과 직접 소통하는 아티스트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다른 팝 스타와 가장 다른 점은 팬과 관계를 맺는 방식입니다. SNS나 브이앱,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수시로 소통하고, 진심으로 팬을 생각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 주고, 유대감을 쌓는데요, 이런 소통 방식이 완전히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고요. 이규탁 교수는 실제로 최근 많은 팝 스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수시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거나, 팬과 직접 DM(Direct Message)을 주고받는 등의 소통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케이팝의 영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쓰거나 팬과 거리감을 유지하기보다는 친밀한 소통을 늘리고 있고, 그런 흐름이 더 강화될 거라는 겁니다.
 

하이브의 다음 챕터 

하이브의 리브랜딩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명하는 사업 구조 ©HYBE 유튜브
‘하이브’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에 발표한 새 이름입니다. 사명까지 바꾸면서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했는데요, 주목할 것은 ‘엔터테인먼트’라는 표현이 빠졌다는 겁니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겠죠. 방시혁 의장도 기존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빅히트 뮤직’이라는 레이블로 기존의 정체성을 이어 갈 것이라며 하이브는 “빅히트를 담을 보다 큰 그릇”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브랜딩에서 보여 준 지향점을 살펴보면,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하이브가 그리는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악, IT, 플랫폼

하이브는 자신을 음악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했습니다. 사업 구조도 음악을 만드는 레이블, 그걸 기반으로 공연과 콘텐츠, 굿즈 등을 만드는 솔루션, 위버스를 통해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나뉩니다. 음악을 만들고, 그걸 활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들면서, 콘텐츠들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거죠. 이를 위해 하이브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거나, 이들과 협업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1]

하이브는 음악 분야에선 2019년부터 여자친구가 속한 쏘스뮤직, 세븐틴이 속한 플레디스 등을 인수했습니다. 기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버스의 경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올해 1월 양수해 위버스에 통합시켰고,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위스모바일과 합작사를 세웠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아바타 생성 앱인 제페토에도 12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콘텐츠 IP를 확보하고, 그걸 토대로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직접 유통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하이브는 스스로를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정의했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차우진 평론가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라이프스타일, 즉 삶의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BTS,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스타를 중심으로 모인 팬덤은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확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확장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아티스트, 혹은 하이브가 가진 가치를 제품화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위버스 같은 서비스 안에 사람들을 락인(lock-in) 시키는 구조를 지향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결국 하이브라는 회사가 브랜드로서 어떤 가치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는데요, 하이브의 경쟁력은 팬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회사라는 겁니다. 하이브의 음악이 주는 건 위로와 공감이죠. BTS가 음악을 만들고, 팬과 소통하는 방식도 결국 그 가치와 연결돼 있습니다. 다른 가수들도 각자의 개성을 기반으로 팬들에게 제각각의 위로를 줍니다.[2] 차우진 평론가는 이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비슷하다고도 표현했는데요. 아티스트들은 MCU 내의 캐릭터고, 하이브는 MCU라는 세계관을 만드는 마블 같다는 겁니다. 계속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추가하면서 브랜드를 확장시켜 간다는 거죠.
 

팬을 가장 잘 아는 비즈니스


가장 열성적인 소비자인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팬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야만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꽤 까다로운 과제입니다. 열성적인 만큼 요구하는 것도 많고, 예측하기도 어렵죠.[3] 하이브는 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우진 평론가는 하이브가 팬덤을 비즈니스의 부수적인 결과가 아니라,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미가 BTS만큼 중요하고, 잘 관리해야 하는 자산인 셈이죠. 여러 반발이 있었는데도 위버스를 만들어서 팬덤을 모으고, 원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꾸려 가는 것도 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의 대규모 딜에서 시작해서 전문가들의 해석을 듣고 정리해 봤는데요, BTS라는 대표 아티스트를 보유한 음악 회사에서 출발해서 자신들의 핵심을 ‘위로와 공감’으로 해석하고 확장한다는 점, 팬을 자산으로 만들고 사업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아니더라도 핵심 소비자를 만들고,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참고할 만한 사례인 것 같아요. 여러분은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을 읽고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남겨 주세요.
 
[1]
북저널리즘이 이규탁 교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용했습니다.
[2]
방시혁 의장이 리브랜딩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죠. 하이브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통해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회사고요. 나아가 음악에 기반한 엔터테인먼트가 개인의 일상과 삶에 어디까지 관계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하이브가 할 일입니다”
[3]
《팬덤 3.0》에서 더 자세히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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