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총리

4월 19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 통합형 총리, 관리형 장관, 쇄신형 청와대, 그리고 개혁형 민주당이 만났다.

2005년 국회 본회의장의 김부겸 의원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통합형 총리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총리에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에 이은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총리이자, 남은 임기 1년을 함께할 마지막 총리가 될 전망입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통합형 정치인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김부겸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국회의원 출신입니다. 2000년 16대 총선부터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했지만, 2012년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며 고향인 대구로 지역구를 옮겼습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득표율 40퍼센트로 선전했지만 낙선했습니다. 2년 뒤 대구시장 선거에도 도전했지만 낙선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 후보자는 다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마침내 당선됩니다. 1988년 총선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대구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로 단숨에 대권 후보로 떠오른 김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문재인 후보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김 후보자는 여권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되지만, 문 대통령의 신망이 두터운 데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새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기용됐습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다시 대구에 출마해 낙선하고, 8월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패하며 여의도 정치를 잠시 떠나 있었지만, 이번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의 마지막 총리는 비(非)정치인이 맡아 왔습니다. 국정 운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임기 말에는 자기 정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보다 관료 출신이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부겸 후보자는 정치 역정에서도 드러나듯 화합형, 통합형 리더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통합형’ 총리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시에 있는 국무조정실 청사 ©국무조정실

관리형 장관


이날 문 대통령은 5개 부처 개각도 단행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장관에 행정 고시 출신 관료를 내정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전자전기공학 교수를 발탁했습니다.[1] 새 장관 5명을 정치인이 아닌 관료와 전문가로 채우면서 ‘관리형’ 내각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무조정실 출신의 약진도 돋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국무조정실 출신인데요, 국무조정실은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중앙 행정 기관입니다. 국무조정실의 핵심적인 업무는 기관명에서도 나타나듯 정책 ‘조정’입니다.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정 전반을 관리합니다.

즉, 임기 종료까지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출신 인사를 중용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보다 이제까지 해오던 일을 잘 마무리하려는 인사로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새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보다 기존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철희 수석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KTV국민방송 유튜브

쇄신형 청와대


같은 날 청와대도 참모진을 개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정무수석 비서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재성 정무수석 후임으로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정무수석은 여야 정당과 소통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돕기 위해 민심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역대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복심이 차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철희 수석은 여권에서 ‘비(非)문’으로 분류됩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최근까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해 왔습니다. 이 수석은 인사 발표 직후 청와대 브리핑에서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대변인도 바뀌었습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박경미 교육비서관이 대변인에 기용됐습니다. 결국 청와대는 정무와 홍보 라인을 동시에 교체한 것인데요,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헤아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름을 붙이자면, 쇄신형 인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Daily Minjoo 유튜브

개혁형 민주당


한편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도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습니다. 앞서 지난 8일 민주당 지도부가 재·보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치러진 선거였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당의 방향성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친문 핵심은 당의 단합을, 비주류는 당의 반성과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를 두고도 두 진영은 충돌했습니다.

친문과 비주류의 당내 주도권 싸움은 친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원내대표 선거 결과, 친문 4선의 윤호중 의원이 전체 169표 중 104표를 얻어 비주류 3선인 박완주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친문과 비주류의 주도권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에는 전당 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을 예정입니다. 18일 치러진 당 대표 예비 경선에서 우원식, 홍영표, 송영길 후보의 3파전이 확정됐는데요, 우원식 후보는 비문, 홍영표 후보는 친문 주류, 송영길 후보는 범친문으로 분류됩니다.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청와대

대통령 지지율 30퍼센트


총리와 장관 교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동시에 이뤄진 16일, 한국갤럽은 대통령 지지율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퍼센트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정 평가도 62퍼센트로 취임 후 가장 높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1퍼센트, 국민의힘 30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지지도가 여당 지지도보다 낮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친문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다시 확인됐지만, 향후 민주당과 정부·청와대의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민주당은 차기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당과 정부·청와대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번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 마무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새로운 개혁 과제’를 제시하며 정부·청와대와 부딪힐 수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보내 주세요.
 
[1]
국토교통부 장관에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에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 상임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박준영 현 차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임혜숙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가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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