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모멘트
 

4월 22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미국 최대 암호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4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암호 화폐는 제도권 금융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미국 최대 암호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지난 14일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미국 암호 화폐 거래소 중 최초인데요, 암호 화폐가 제도권 금융 시장에 진입한다는 의미 때문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상장 첫날 코인베이스 주가는 준거 가격 대비 32.3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이날 기준 코인베이스의 기업 가치는 857억 달러(95조 8550억 원)였는데요, 2018년 투자를 유치하면서 마지막으로 평가받았던 80억 달러보다 10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암호 화폐가 월스트리트의 주류 금융 시장으로 안착하면, 암호 화폐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가격도 출렁였습니다. 상장 직전 일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죠. 코인베이스 상장 이후 암호 화폐 가격은 다시 급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중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코인베이스의 상장이 정말 암호 화폐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지, 월가가 암호 화폐에 보내는 관심은 어떤 의미인지 들여다봅니다.
 

넷스케이프 모멘트

4월 14일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Michael Nagle/Bloomberg via Getty Images
코인베이스의 상장은 암호 화폐 산업의 ‘넷스케이프 모멘트(Netscape moment)’로 불리기도 합니다.[1] 인터넷 초기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는 1995년 상장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여러 웹사이트 사이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지고,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서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산업이 주류로 진입하는 순간을 넷스케이프 모멘트라고 부릅니다. 코인베이스 상장이 암호 화폐 주류화의 시작점이 될 거라는 의미죠.

코인베이스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그런 표현도 이해가 갑니다. 일단 상장 첫날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월가의 대표적인 증권 거래소인 나스닥(260억 달러)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ICE(690억 달러)의 기업 가치보다 높습니다. 암호 화폐 거래소의 가치가 주류 증권 거래소의 가치를 넘어선 셈입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전 실적을 발표했는데, 2021년 1분기 매출이 18억 달러로 2020년 전체 매출(13억 달러)과 2019년 전체 매출(5억 3300만 달러)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주요 수익원은 암호 화폐 거래 수수료입니다. 매출의 약 90퍼센트가 수수료에서 나오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암호 화폐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인 거죠. 최근 암호 화폐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코인베이스의 수익도 급증했습니다. 상장 방식도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 공개(IPO) 대신 기존 주식을 상장하는 직상장을 택했는데, 수수료로 많은 돈을 벌고 있어 특별히 대규모 자금 모집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트코인을 주류 금융 시장으로

코인베이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 ©Matt Winkelmeyer/Getty Images for Vanity Fair
거래량 기준으로 미국 1위 암호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 왔습니다. 2018년 4.5퍼센트였던 점유율은 2019년 8.3퍼센트, 2020년 11.1퍼센트로 지속 성장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특징은 거래를 쉽게 만들어 주는 직관적인 UI로 꼽힙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2010년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접한 뒤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보고 2012년 골드만삭스 출신인 프레드 어샘(Fred Ehrsam)과 코인베이스를 공동 창업했는데요, 비트코인 거래를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블록체인으로 연결된 각 컴퓨터)를 작동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는데요, 거래를 쉽게 만들면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 시장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번 상장으로 창업 당시의 구상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고 나스닥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는데요, 주류 인덱스 펀드[2]가 코인베이스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결국 평균적인 투자자들이 암호 화폐 시장과 연동될 수 있습니다. 또, 암호 화폐의 가능성엔 동의하지만 변동성을 두려워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코인베이스 주식을 통해 암호 화폐 시장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개별 코인의 가격 변동에 상관없이, 암호 화폐 전체의 거래량이 늘면 코인베이스의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니까요.

코인베이스는 SEC의 승인을 받고 주류 시장에 편입되기 위해, 다른 코인 거래소와 달리 철저히 규제를 준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출하는 자금도 많고요. 거래 수수료가 3.49퍼센트로 경쟁 거래소인 크라켄(1.5퍼센트), 비트스탬프(0.5퍼센트) 등보다 높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거래하는 암호 화폐도 SEC 규제를 고려해 신중히 선택하기 때문에 코인베이스에는 다른 거래소에 비해 상장된 코인 종류가 적습니다.
 

지금은 코인베이스 모멘트일까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시절의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지난 4월 14일 상원 인준을 거쳐 SEC 의장으로 취임했다. ©Andrew Harrer/Bloomberg via Getty Images
암호 화폐는 정말 주류 금융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관건은 기존 금융 시장의 규제일 텐데요, 최근 미국 증권 시장을 감독하는 SEC의 의장이 암호 화폐 친화적인 인물로 교체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19일 개리 겐슬러(Gary Gensler)를 SEC 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최근 상원 표결까지 마치고 인준이 확정됐는데요, 겐슬러는 골드만삭스 임원,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출신입니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에서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에 대한 강의를 했을 정도로 암호 화폐 업계에 관심이 높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임 의장 겐슬러가 암호 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비트코인 ETF[3]도 SEC의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 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을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하도록 만든 상품을 말합니다.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주식 시장에서 비트코인 ETF를 거래하는 거죠. 현재 시카고옵션거래소는 비트코인 ETF를 허가해 달라고 SEC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번에 SEC의 허가가 나면 미국의 첫 비트코인 ETF 상품이 되는데요, 여러 경제 매체와 전문가들은 이번에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암호 화폐를 포용하는 금융 기업들도 여럿 나왔습니다. 비자카드는 지난 3월 암호 화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 화폐)으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페이팔도 3월 31일부터 암호 화폐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모건스탠리는 월가 최초로 비트코인 펀드를 론칭하겠다고 3월 밝혔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상장과 함께, 암호 화폐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암호 화폐가 정말 주류 금융 시장에 안착하게 될지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변화의 흐름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암호 화폐가 주류 금융 시장의 상품으로 편입되는 흐름과, 코인베이스라는 기업 자체의 전망 혹은 암호 화폐의 변동성은 전혀 다른 이야깁니다. 코인베이스는 수익 대부분을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경쟁 업체보다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계속 현재의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암호 화폐 가격은 여전히 변동성이 높습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있죠. 그러나 이미 많은 투자자들은 암호 화폐를 성장 가능성 있는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암호 화폐를 보다 안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계속 일어날 것 같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넥스트 파이낸스》 2화4화, 《비트코인 제국주의》 8화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비트코인과 암호 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어나기 시작했는지 깊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남겨 주세요.
 
[1]
갤럭시 디지털의 창업자 마이크 노보그라츠(Mike Novogratz)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장이 “암호 화폐 시장의 넷스케이프 모멘트”라고 언급했다.
[2]
주가 지표의 변동과 동일한 투자 성과 실현을 목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다.
[3]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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