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브라질의 것인가

4월 2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브라질의 정치에 지구의 생존이 달려 있다.

2019년 8월 25일 브라질 서부의 아마존 열대 우림이 불타고 있다. ©Victor Moriyama/Getty Images

보우소나루의 약속


미국이 주도한 기후 정상 회의가 23일 막을 내렸습니다. 전 세계 40명의 정상이 화상으로 모여 탄소 중립 목표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브라질 대통령은 “2030년까지 브라질의 불법 삼림 벌채를 종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19년에 집권한 보우소나루 정부는 아마존 삼림 파괴를 방조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 온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법 벌채를 그냥 끝내겠다는 건 아닙니다. 브라질 정부는 국제 사회가 아마존 보호 활동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를 원합니다. 브라질 환경부는 1년 내 아마존 삼림 파괴 면적을 30~40퍼센트 줄이려면 10억 달러(1조 1175억 원)의 해외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브라질 정부가 기대하는 자금줄은 기후 문제에 적극적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입니다.

지난 2월부터 미국과 브라질은 아마존 열대 우림 보호를 위해 비공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이 브라질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브라질은 불법 삼림 벌채를 중단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브라질이 자금 사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브라질 환경 단체와 원주민 단체도 브라질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제 사회의 자금이 환경 보호를 방해하고 원주민 권리를 훼손하고 열대 우림 파괴를 주도하는 산업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도 공개서한을 통해 “보우소나루 정부와의 거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불타는 아마존도 브라질의 것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평소 “아마존은 브라질의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아마존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보우소나루는 아마존 지역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농업과 광업이라고 주장합니다. 개발에 반대하는 외국인을 향해서는 “원주민들이 기술, 과학,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선사 시대에 남기를 바란다”고 비판합니다.

보우소나루 정부 집권 이후 아마존 삼림 파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2019년 중반부터 1년 가까이 산불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가 우려했습니다.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INPE)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자메이카만 한 크기의 아마존 열대 우림이 파괴됐습니다.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아마존 화재는 목장주와 농부가 불법적으로 토지를 개간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면서 발생합니다. 이들은 우기에 나무를 베어 내고, 건기(7~10월)에 나무를 말리고 태워 땅을 정리합니다. 이때 불이 번지며 대형 화재가 일어납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지역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불법 개간을 방조하고 있습니다. 처벌받지 않으니 방화와 산불이 계속 반복됩니다.

아마존 열대 우림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퍼센트를 흡수합니다. 아마존의 화재는 탄소를 흡수하는 숲이 사라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화재 자체로 매일 수백만 톤의 탄소가 방출됩니다. 또한 숲이 사라지면 강수량이 줄며 건기가 길어지고, 열대 우림이 사바나(초원)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미 아마존 남쪽에서는 건기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우측)과 리카르도 살레스 환경부 장관(좌측)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Marcos Corrêa/PR

보우소나루와 살레스


아마존 열대 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지원이 시급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브라질 정부의 정책 방향입니다. 현재 브라질의 환경 정책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리카르도 살레스 환경부 장관, 두 사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둘의 전력(前歷)을 살펴보면 아마존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립니다. 2018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출마해 경제 성장 공약을 앞세워 15년 만에 좌파 후보를 꺾고 당선됐습니다. 이듬해 1월 취임한 보우소나루는 공약한 대로 축산업, 농업, 광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아마존 열대 우림 개발을 밀어붙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인사는 제거하고 환경 예산은 깎았습니다. 2019년 아마존의 삼림 파괴 데이터를 발표한 INPE 책임자를 경질했고, 올해 4월 중순에는 불법 목재 반출에 대한 대형 수사를 주도한 연방 경찰청장을 해임했습니다. 열대 우림 파괴 행위를 단속하던 군 병력의 철수를 결정했고, 업무를 이어받을 환경 연구소들의 예산은 삭감했습니다.

환경부 장관인 리카르도 살레스는 이력부터 반환경적입니다.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 상파울루주 환경부 장관으로 일했는데, 2018년 12월 광산 회사에 혜택을 주기 위해 환경 보호 계획의 지도를 변경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간 선출직 출마가 금지됐습니다. 그리고 2주 뒤, 아마존 전체를 보호하는 환경부 장관에 임명됩니다.
 

기후 정책을 좌우할 2022년 대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기후 정상 회의에서 불법 삼림 벌채를 막고 환경 예산도 두 배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루도 지나지 않은 4월 23일, 보우소나루는 올해 환경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24퍼센트 감소한 20억 헤알(4105억 원)로 승인했습니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일어나는 삼림 파괴 행위를 단속하는 기관의 예산도 줄었습니다.

차기 브라질 대선은 내년에 치러집니다. 우파 진영의 보우소나루, 좌파 진영의 룰라가 맞대결을 벌일 전망입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로 실형을 살았지만 최근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대선 출마의 길이 열렸습니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개발을 지향했던 룰라는 재임 중이던 2008년 국제 사회를 설득해 ‘아마존 기금’ 창설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내년 대선은 브라질 국내 정치를 넘어, 지구의 생존을 결정할 중요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보내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아마존 파괴를 심층 분석한 〈벼랑 끝의 아마존〉, 팜오일로 인한 인도네시아 삼림 파괴를 다룬 〈환경을 망치는 기적의 과일〉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룰라 정부와 보우소나루 정부의 환경 정책을 비교한 박원복 단국대 포르투갈어과 교수의 논문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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