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즈 회장은 슈퍼 리그를 출범하면서 이것이 ‘축구를 구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갑니다. “사람들은 점점 축구에 흥미를 잃어 가고 있다. 16~24세 팬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다. 젊은 층의 40퍼센트가 축구에 관심이 없는데, 질 낮은 경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직접 참여하고, 짧은 시간에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의 축구로는 이들을 팬으로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슈퍼 리그의 부회장이자 유벤투스의 회장 아넬리도 축구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젊은 층을 이야기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콜 오브 듀티, 피파 게임, 포트나이트에 몰입하는 10~20대를 겨냥하기 위해 슈퍼 리그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대로 젊은 층이 축구에 유입되지 않고 시간이 지난다면, 축구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관계를 맺고, 경쟁과 흥미로운 활동에 참여하는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 재미있고, 더 주목받는 경기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 해법으로 빅 클럽들이 매번 맞붙는 슈퍼 리그를 제안한 거고요.
실제로 코로나 이후 유럽의 일부 빅 클럽들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에 팬이 생겼고 중계권을 판매한 만큼 경기력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고, 고액 연봉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왔는데, 관객을 받지 못하게 됐으니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죠. 슈퍼 리그는 실질적으로 이런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페레즈 회장은 슈퍼 리그 무산 이후 인터뷰에서 “슈퍼 리그를 못 하면, 레알 마드리드가 킬리안 음바페나 엘링 홀란드 같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결국 출범은 무산됐지만, 슈퍼 리그는 축구 산업은 물론 큰 틀의 문화와 비즈니스에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시대에 맞게 방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문제 제기입니다. 두 번째는 로컬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유통할 때 마주하는 딜레마입니다. 독특함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콘텐츠가 됐지만, 현지 팬과 글로벌 팬 사이에 입장 차이가 생기고, 팬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특성상 이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앞으로 두 가지 화두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슈퍼 리그의 두 번째 화두와 관련해서는 북저널리즘 콘텐츠
《갈등하는 케이, 팝》도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전혀 다른 주제지만, 로컬 콘텐츠가 글로벌화되면서 생기는 문제와 해결 방식을 면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틀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을 읽으면서 하신 생각도 댓글로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