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지키는 지구

4월 2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화석 연료, 플라스틱만 문제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탄소 발자국’을 남깁니다. 탄소 발자국이란 특정 주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양을 뜻하는데요, 식자재가 길러져 자동차나 배로 운송되고, 마트나 시장에 진열돼 소비되는 모든 단계에서 탄소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 세 번 마주하는 음식은 버려져서도 지구를 위협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1 음식 폐기물 지수 보고서(The Food Waste Index Report 2021)’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전 세계 54개국의 음식물 쓰레기 실태가 담겼는데요, 2019년 한 해에만 무려 9억 3100만 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습니다. 40톤 화물차 2300만 대분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지구 일곱 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자, 한 해 생산된 전체 식량의 17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음식이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든다는 겁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10퍼센트가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합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국가로 환산하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쓰레기책》의 저자인 쓰레기센터 이동학 대표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의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에 대해 살펴봅니다. 지금 팟캐스트로 만나 보세요. 요약한 오디오 스크립트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wikipedia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24시간, 365일 쓰레기 생각을 온통 머릿속에 넣고… 살지는 않습니다. (웃음) 비슷하게 아주 많이 넣어 놓고 살고 있는 이동학입니다.

지난해에 《쓰레기책》이라는 책을 내셨어요. 어떤 책이고, 또 어떤 계기에서 집필하게 되셨는지 짧게 들어볼게요.

2017년 8월에 다른 나라의 고령화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전 세계 도시 탐험을 떠났어요. 2년 반 정도 여행하고 2019년 12월에 돌아왔습니다. 당시에 도시 설계자, 정치인, 시민 사회 단체 등을 인터뷰하면서 처음 쓰레기 문제를 마주했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쓰레기책》이라는 책을 쓰게 됐어요. 그 이후에는 이것을 말과 글로만 전해선 안 되겠다 싶어 ‘쓰레기센터’라는 단체를 만들고 직접 활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쓰레기책》의 여섯 번째 챕터 내용이기도 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요. 사실 음식물 쓰레기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비해 평소 관심이 적었던 문제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일단, 보통 음식물 쓰레기라고 하면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버려지는 쓰레기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실 음식물 쓰레기는 상당히 다양한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재료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변질돼 버려지기도 하고, 요리하기 전에 재료를 손질하면서 나오기도 하잖아요. 먹고 난 다음 남겨서 버리는 것들도 있고요.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1만 6000톤 정도의 음식물 쓰레기가 생산돼요. 한 달로 따지면 50만 톤, 1년으로 따지면 600만 톤이죠.

그런데 이 음식물 쓰레기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요?

음식물 쓰레기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만들어 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25배 정도 지구 온실 효과를 더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봉투에 넣고 꽉 닫아 놓으면 부풀어 오르잖아요. 그때 생성되는 게 메탄가스예요. 거기에 불을 붙이면 진짜 불이 붙을 정도로 에너지원으로는 아주 좋은데, 이것 자체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면 온실 효과를 일으켜서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죠. 전 세계에서 1년에 40억 톤 정도의 음식물이 생산되는데 이 중 16억 톤, 그러니까 3분의 1 정도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져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나 가축 사료, 바이오 에너지 등으로 활용된다는 기사도 본 것 같아요. 그럼 큰 문제 없는 것 아닌가요?

말씀하신 대로 음식물 쓰레기는 세 가지 처리 방식이 있어요. 첫 번째가 앞서 말한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거예요. 통계상 약 17퍼센트의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데 씁니다. 그리고 음식물 퇴비와 사료가 각각 30~40퍼센트씩 되는데, 문제는 이렇게 만든 퇴비와 사료의 수요처가 마땅치 않다는 거예요. 퇴비를 보낼 밭이나 논이 있어야 하는데 많지 않아요. 사료도 마찬가지고요. 돼지열병, 구제역 같은 병 들어 보셨죠? 동물들이 음식물 사료를 먹고 이런 문제들을 일으킨다고 해서 많은 농가에서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환경부에서는 미생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연구하며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 버리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과정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음식물 쓰레기는 어떤 과정으로 처리되나요?

지금 수도권에서는 보편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상당히 많이 쓰죠. 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 차량이 처리장으로 가져갑니다. 요즘엔 생분해성 봉투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전용 파쇄기에 들어가면 이것들이 전부 걸러져 나옵니다. 비닐봉지 자체는 음식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요. 파쇄한 음식물 쓰레기는 찜기에서 찝니다. 열을 가해 증기로 만들어 증발시키고, 그 내용물만 남기는 거죠. 이 처리 과정에서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가정에서 배출할 때 물기를 최대한 짜거나 말려서 버리는 게 좋습니다.
싱크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디스포저(disposer, 주방용 분쇄기) 장치 ©InSinkErator
요즘 홈쇼핑에는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고 싱크대에서 바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장치도 나오더라고요. 이건 괜찮은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 환경부에서 누가, 왜 이것을 허가해 줬는지 의아할 정도예요. 디스포저(disposer, 주방용 분쇄기)라는 장치인데, 지금 미국 등지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이 장치는 원래 음식물을 분쇄한 후에 그것을 다른 별도의 곳에서 수거하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걸 불법적으로 개조해 하수구에 곧바로 들어가게 한 거예요. 지금까지 설치된 상당수의 디스포저가 불법 개조 장치로 추정되고 있어요.

쓰는 사람은 편리하겠지만 이게 하수처리장에서 엄청난 부담을 일으킵니다. 하수처리장에는 정말 오만 가지의 슬러지(sludge, 폐기물)가 떠내려오는데, 처리 업체에서는 이 슬러지를 지렁이나 유기물의 먹이로 사용해요. 다시 말해 흙으로 정제하는 거죠. 인이나 황 같은 중금속, 여러 오염 물질을 정제해 흙으로 만들어 농가 등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이 흙도 수요처가 없어요. 하수 슬러지로 만든 흙은 식재료를 키우는 밭으로 가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정제해도 오염 물질이 100퍼센트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실태를 파악해 보니 결국 모든 것이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우리가 편리를 추구하느라 음식물 쓰레기를 그렇게 하수구로 보내 버렸는데, 결국 그게 돌고 돌아 다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게 되는 거죠. 현재로서는 디스포저는 최대한 사용하지 말고 종량제 봉투나 음식물 쓰레기통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잘 말린 뒤 버리는 게 가장 좋습니다.

돌고 돌아 우리에게 안 좋은 영향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굉장히 비슷한 것 같아요.
 
같은 겁니다.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없고 수요처가 없는데 어딘가에는 버려지게 되고, 땅속에 묻히게 되는데 결국 그게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는 구조인 거죠.

앞에서 세계 도시를 다니며 쓰레기 문제를 보셨다고 하셨는데, 해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정말 의외였던 게,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나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나라가 상당히 많다는 거예요. 선진국 가운데도 분리배출을 안 하는 나라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도 잘만 모으면 자원이 되거든요. 실제로 미국 뉴욕이나 보스턴에는 음식물 쓰레기만 따로 모으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어요. 정해진 일자에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오면 기념품 등으로 바꿔 주는데, 회사는 이 쓰레기로 질 좋은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죠.

중국에서는 정말 엽기적인 처리 방법을 봤는데요, 바퀴벌레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우는 바퀴벌레 호텔이 있습니다. 40억 마리의 바퀴벌레가 하루에 200톤씩 먹어 치우고 있어요. 건물의 2층에는 스마트팜이 있어 1층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에너지로 만듭니다. 바퀴벌레는 11개월을 살다 죽는데, 사체들은 갈아서 2층 스마트팜의 퇴비로 또 활용하죠. 이곳에서 나온 토마토와 오이의 질이 상당히 좋다고 해요.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뉴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박람회도 열립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적게 나오도록 요리하는 방식을 알려 주는 강좌가 열리고, 음식이 남았을 때 어떻게 재활용하면 좋은지 알려 주는 아카데미도 있고요. 또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된 기술이나 장비들을 해당 업체들이 와서 전시도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못 하겠지만 2019년까지는 진행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말씀을 해주셨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가 유의미하게 생각해 봐야 할 건 ‘소비 기한’이에요. 유통 기한은 보통 제품이 상할 가능성이 50~60퍼센트가 될 시점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러니까 ‘유통 과정에서 변질할 우려가 있으니 이 기간 내에 드세요’라는 개념인 거죠. 그런데 소비 기한은 실제로 음식이 상하는 때를 기준으로 해서 유통 기한보다 20~30퍼센트 더 늘어납니다. 우유를 예로 들면 유통 기한은 2주지만, 개봉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냉장고에 넣어 뒀을 경우 소비 기한은 45일로 늘어나요. 실제로는 충분히 더 먹을 수 있는데 유통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버려지는 걸 막을 수 있죠. 이미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소비 기한을 같이 표기하고 있어요. 유통 기한과 소비 기한을 동시에 표시해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독일에서는 마을에 공용 냉장고를 두고 주민들끼리 음식 재료를 공유해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줄인다. ©foodsharing.network
듣다 보니까 저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유통 기한 지나면 쉽게 버렸고, 사두면 먹겠지 했다가 안 먹고 버리는 경우도 많았고요. 음식물 쓰레기도 이제 좀 같이 고민해서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시죠.

생활 쓰레기 중에는 플라스틱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오늘 이야기 나눈 음식물 쓰레기 역시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덜 발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요. 우리나라도 점점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이제 경각심이 커지면서 소비 기한을 표기하거나, 동네 골목마다 공유 냉장고를 설치해 음식을 공유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쓴다면 쓰레기를 줄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하루에 평균 1킬로그램의 생활 쓰레기를 만드는데, 그중에 3분의 1인 300그램이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처리에 문제가 있고, 지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하루하루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덜 만들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4월 28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또 다른 온실가스》, 어떻게 세계를 먹여 살릴 것인가》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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