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5월 7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청년들은 왜 지역을 떠나고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역을 떠나는 청년이 늘고 있습니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일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청년들의 지역 이탈을 더 부추기는 실정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원이 낸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의 순 유입 인구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는데, 그중 4분의 3이 20대였습니다. 상대적으로 고용 상황이 덜 나쁜 수도권으로 이동한 영향입니다.

그러는 사이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은 더 늘어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시·군·구 228곳 중 46퍼센트에 해당하는 105곳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30년 뒤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이 지역들은 처음 조사가 시행된 2014년에는 79곳이었는데, 10년이 채 안 돼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사망률이 출생률을 앞지른 데다가 지역 청년들의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청년 유입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청년 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각종 창업 자금을 지원하고, 집이나 주거비도 지원합니다. 지난달에는 충북 괴산군이 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이 거주지를 옮기면 월세 5만 원짜리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청년 정책들은 과연 죽어가는 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지역 청소년, 청년들의 삶을 고민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멘토리의 권기효 대표와 지역에서의 삶에 대해 살펴봅니다. 지금 팟캐스트로 만나 보세요. 요약한 오디오 스크립트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소멸 위험 지수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경북 의성군 ©의성군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농산어촌 청소년, 청년들과 지역에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멘토리의 대표 권기효입니다.

멘토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하거나 하다못해 아르바이트까지, 지역을 떠날 방법은 도처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 동네에서 살아 보자’, ‘우리 동네에서 뭐 하지’라는 고민을 할 때는 함께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 고민을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멘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160명 정도 되는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지역에서 두 가지 ‘할 일’을 만들며 지역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어요. 두 가지 할 일이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투 두(To do, 놀거리)와 청년들에게 중요한 투 워크(To work, 일자리)입니다.

지역의 청년 인구 감소가 사회적 이슈예요. 체감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실제로 느끼고 계신가요?

우리가 지역으로 여행 가면 사람이 정말 많죠. 그런데 관광객, 몇몇 카페나 음식점 사장님들 제외하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젊은 사람은 많이 못 보셨을 겁니다. 특히 평일에 읍내를 다녀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역별로 몇천, 몇만 명의 청년들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죠. 경북 의성군을 예로 들어볼게요. 의성의 청년 인구수는 2020년 기준으로 5000명이 넘는데, 자세히 보니 통계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자 같은 경우 우선 군대 가 있는 동안 주소 이전을 안 하고, 학교나 직장 기숙사에 살아도 주소 이전 잘 안 하잖아요. 통계상으로는 몇천 명이 있지만 실제로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죠.

지자체에서는 청년 인구를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여러 정책을 펴고 있어요. 현황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지자체의 청년 정책이라는 게 대부분 외부 청년들을 끌어당기는 정책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들여다보니 그건 또 아니더라고요. 다만, 실제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이 정책들을 알 수가 없어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거든요. 지원금도 외부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서는 4차 산업, 관광처럼 요즘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분야까지 지원하는 반면, 지역 출신 청년들에게는 1, 2차 산업 위주로 한정적이고요.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는 주거 지원이에요. 예를 들어 외부 청년에게는 리모델링 비용 1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거나 빈집을 살 때 2억 원을 10년 무이자로 빌려준다거나 아니면 괴산군 정책처럼 10만 원도 안 하는 월세로 주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청년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어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라고 해서 꼭 부모님과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또 청년 정책의 사령탑이 없다는 것도 문제예요. 여성가족과, 복지정책과, 농업정책과, 일자리경제과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청년 정책을 모두가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 이상, 쉽게 알기가 어려워요. 저희도 규모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흩어져 있어서 이것에 대한 정리도 필요합니다.

지자체가 시행하는 청년 정책들이 실제로 청년 인구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나요?

의성만 하더라도 소멸 위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어요. 우리나라 유일의 출산 통합 지원 센터도 있고, 귀농, 귀촌 사업도 크게 하고요. 덕분인지 실제로 인구가 조금 늘었나 봐요. 그것만 보면 성과는 있는 셈이죠. 그런데 예산 규모를 따져 봤을 때 그 정도를 가지고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대부분 지역의 청년 정책 성과 보고에서 나오는 말은 “우리가 청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결과, 몇 명이 우리 지역으로 편입됐다”거든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 성과 지표)를 주소지 이전으로만 보니까요. 그런데 예를 들어 100억 원을 들여 200명을 유치했는데, 그 200명이 모두 지역을 떠난다면 그걸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지역 주민들도 이런 식으로 청년들을 유치하는 데 불만이 큰 상황이에요.

그럼 지역에서는 청년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지자체 요청으로 청년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저는 지역에 어떤 청년이 필요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보통 이렇게 대답하세요. “청년들이 우리 지역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살았으면 좋겠다. 농업도 좀 승계했으면 좋겠다. 창업도 많이 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그런데 이건 거의 ‘세계 평화’와 같은 바람이거든요. 저는 규모가 작은 지자체일수록 청년들을 구체적으로 타기팅(targeting)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기본법상 19~35세를 청년이라고 부르는데, 지역으로 내려가면 49세까지를 청년으로 분류해요. 3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사람들이 청년으로 묶이는 거죠. 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역에 내려가 산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연령대별로 대답이 모두 다릅니다. 일자리, 주거, 육아, 교육, 후속 지원 여부 등 생애 주기에 따라 각자 필요한 게 뚜렷하게 있죠. 지역일수록 청년을 구체적으로 분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역에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겠지만,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은 비혼 청년들을 위한 도시가 되겠다’라고 하면 청년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청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인정하고 이걸 대도시보다 더 잘 지원할 수 있다면 지역의 굉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지역 청년 정책 방향에서 또 보완해야 할 게 있나요?

저희 팀의 결론이기도 한데요, 지금은 청년 정책 혹은 도시 소멸 위험을 이야기할 때, 청년을 도구로 사용하는 면이 없지 않아요. 외부 청년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지? 우리 지역에 기회가 있어, 우리 지역에서는 행복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지만 잘 안되잖아요.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2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창업 지원금을 3년 동안 준다 해도 결국 내가 그 지역의 청년이 됐을 때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 보조금을 받으면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거예요. 결국, 청년 정책은 단순히 외부 청년 유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지역에서 실제로 사는 청년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그런 모습을 보여 주면 결국 행복하고 싶은 청년들이 지역으로 모일 거잖아요. 우리 지역에 있는 청년들의 행복이 정책에 빠져 있는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지역 청년들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딴짓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저희가 만났던 청소년 중에 세탁소집 막내아들이 있어요. 동네에서 소위 꼴통으로 불리던 친구였죠. 그런데 이 친구가 고3이 끝날 무렵에 대학을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으니 “대학 안 가면 창피하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갈 수 있는 대학 리스트를 쭉 보고 그럼 이 대학에 가면 창피하지 않겠냐고 다시 물으니 그래도 좀 창피할 거래요. 그래서 대학이 답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죠. 부모님도 그렇고 이 친구도 그렇고 세탁소를 물려받을 생각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스무 살에 세탁소 사장이 된다는 게 얼마나 막막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 친구를 데리고 간 곳이 이태원에 있는 ‘론드리 프로젝트’였어요. 세탁소와 카페 겸 바가 더해진 공간이죠. 그곳을 보고 나더니 저희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 친구가 이러더라고요. “이거 우리 지역에도 필요해요.”

그때부터 약 3개월 동안 저희가 30평 정도 되는 컨테이너 공간을 커뮤니티 바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이 친구가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고, 그 모습에 주민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이런 일들을 지역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제일 잘할 수 있어요. 외부 청년들에게는 지역이 로컬이자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떠나야 할 지방으로 불리잖아요. 이 틈을 메꿀 수 있는 건 저는 딴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아이클럽은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육 활동으로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지역 이탈을 막는다. ©i.club
지역 청년들이 딴짓을 한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일본에 아이클럽(i.club)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인구 1만 명 이하의 현 단위 도시에서 지역 청소년들 대상으로 혁신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도쿄대학교의 이노베이션 스쿨 출신 청년들이 주축이죠. 게센누마라는 지역 사례를 소개해 드리면, 고등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지역 특산품으로 도시락 만드는 일을 해요. 미래 세대의 감각으로 제품을 새롭게 브랜딩하고 가치를 높이는 거죠.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지 어른들, 생산업체, 장인과 연계해서요. 1000만 원 넘는 펀딩까지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레스토랑에 납품까지 했어요. 성장 가능성이나 확장 가능성은 적겠지만, 이런 일들이야말로 지역에서 진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우리 지역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건 중요해요. 사실 교육이라고 하면 올드하고 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데,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대부분 실행의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청년이 된다는 거예요. 청소년 시기에는 공부해야 하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했는데, 청년이 되니 사회 혁신가, 창업가가 돼야 하는 사회가 된 거죠. 지역에서는 지금 당장 뭔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외부 청년을 원하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교육에서 차이가 시작된다고 느낍니다. 이런 경험을 많이 해본 도시 청년들은 적은 돈으로 가성비 좋게 성과물을 뽑아내다 보니 “우리 지역 청년들한테 줘봤자 못 할 거야.” 이런 인식도 아직 팽배하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도 정말 지역을 활성화하려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성이 마늘로 지역을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였지만, 정작 의성을 알린 건 2018년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다섯 청년이었던 것처럼요.

끝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의 이야기는 청년이었던 기성세대가 하고, 청소년 이야기는 청소년이었던 청년들이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업데이트가 굉장히 늦어요. 멘토리가 아니어도 지역 청소년,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저의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저희와 다를 수 있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편을 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울 사람이든 지역 사람이든 편 가르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5월 7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로컬의 진화》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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