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몬스터에 진심’인 세계를 만드는 비즈니스
 

5월 1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가상 그룹을 넘어 ‘진짜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매드몬스터.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콘텐츠 확장 전략을 읽는다.

왼쪽부터 매드몬스터의 탄, 제이호. 매드몬스터의 팬은 ‘포켓몬스터’로 불린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서 만든 가상 아이돌 그룹 ‘매드몬스터’가 가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모두가 매드몬스터에 진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지난 4월 2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내 루돌프〉 뮤직비디오는 공개 21시간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겼습니다. 5월 10일 기준 조회 수는 450만 회에 달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다른 케이팝 뮤직비디오에 비할 만큼의 성적입니다. 케이팝 레이더의 유튜브 재생 수 데이터에 따르면, 매드몬스터의 뮤직비디오는 발매 첫 주(4월 25일~5월 1일) 기준으로 같은 시기 나온 뮤직비디오 중에서 다섯 번째로 조회 수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함께 발매한 음원은 멜론 86위, 벅스 23위로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성과보다 더 흥미로운 건 가상 그룹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팬들입니다. 매드몬스터의 ‘본캐’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곽범과 이창호입니다. 곽범은 매드몬스터 멤버 탄(1999년생), 이창호는 제이호(2000년생)를 연기합니다. 얼굴 인식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로 과한 얼굴 필터를 적용해 커진 눈과 작아진 얼굴, 뾰족한 턱으로 활동하는데, 유튜브 영상 댓글과 기사들을 보면 다들 이걸 못본 척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매드몬스터가 직접 ‘필터 논란’을 해명하고, 팬들은 ‘악플 달면 소속사에 알리겠다’고 맞서기도 합니다. 여러 매체들은 진짜 아이돌처럼 매드몬스터를 다루고 있습니다.[1] SBS 라디오 〈딘딘의 뮤직하이〉에는 실제로 탄과 제이호가 출연했습니다. 팬들도 유튜브에 뮤직비디오 해석, 굿즈 언박싱(unboxing) 영상 등을 올리고 있습니다.

〈빵송국〉은 유튜버들의 소속사라고 할 수 있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 소속입니다. 〈내 루돌프〉 음원의 유통사도 샌드박스이고, 영상에서 매드몬스터의 소속사 매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등장하는 ‘대디’는 실제로 샌드박스의 코미디 부서를 총괄하는 정영준 팀장입니다. 샌드박스가 어떻게 채널 운영을 지원하고, 콘텐츠를 비즈니스로 확장해 가는지를 보면, 매드몬스터의 인기를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변화 흐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세계관, 크리에이터의 스케일 업 방식


매드몬스터는 〈빵송국〉을 운영하는 곽범과 이창호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시작은 ‘여친시점’ 시리즈로, 세계적인 아이돌이라는 설정의 제이호와 가상 연애를 하는 콘셉트였습니다. 이 영상을 촬영할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코가 빨개졌다는 이유로 〈내 루돌프〉라는 곡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장난처럼 시작한 콘셉트가 점점 발전해 노래와 안무,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유튜브 밖의 매체로까지 진출한 셈이죠. 그 과정에서 소속사 이름, 탄과 제이호의 나이와 출신지 등 배경, 소속사 사장의 캐릭터까지 자세한 설정이 만들어졌습니다.
매드몬스터의 시작점이 된 ‘여친시점’ 시리즈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건 최근 화제를 모으는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전략입니다. 역시 KBS와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대표적입니다. 출연자들은 ‘05학번이즈백’, ‘한사랑산악회’, ‘B대면데이트’ 등 각각의 시리즈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그 캐릭터 사이의 관계까지 설정합니다. ‘05학번이즈백’에 나오는 배용남이 ‘한사랑산악회’의 배용길 아들인 식입니다.[2] 피식대학에는 이창호도 재벌 3세 이호창,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등의 캐릭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택조의 유튜브 채널도 따로 개설해 정말 중년 아저씨가 올릴 법한 영상들을 올리는 걸 보면,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세계관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KBS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쏟아져 나왔지만,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세계관을 구축해 낸 〈빵송국〉과 〈피식대학〉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리고 두 채널은 모두 샌드박스 소속입니다. 세계관을 만드는 전략은 우선 팬이 콘텐츠에 참여하는 과정을 더 흥미롭게 만들고, 팬들이 생산한 반응도 콘텐츠처럼 소비되게 합니다. 매드몬스터나 피식대학의 영상에 ‘콘셉트에 진심인’ 팬들의 댓글과 대댓글이 수없이 달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콘텐츠의 수익 모델도 다각화할 수 있습니다. IP(지적 재산권) 비즈니스를 하기가 훨씬 좋아지는 거죠. 샌드박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샌드박스가 유튜브를 뛰어넘는 법

진짜 아이돌 팬이 만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매드몬스터 뮤직비디오 해석 영상은 역시 샌드박스 소속인 크리에이터 김일오가 제작했습니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날 공개한 이 영상은 조회 수 54만 회를 돌파했고, 댓글에는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는 거냐’는 반응들이 나왔어요. 샌드박스 입장에서는 빵송국이 매드몬스터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또 다른 소속 크리에이터가 그 세계관을 한층 강화한 셈입니다. 샌드박스라는 큰 세계 안에서 각 크리에이터들이 시너지를 내는 구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매드몬스터처럼 사람들이 기꺼이 즐기는 세계관을 만들면, 다른 브랜드와 결합해서 유튜브 세계 밖으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매드몬스터는 스노우 애플리케이션의 유료 광고를 받아서 매드몬스터 얼굴 필터를 출시했습니다. ‘우리처럼 생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만들었다’면서 탄과 제이호처럼 눈은 크게, 얼굴은 작게, 턱은 뾰족하게 만드는 필터를 공개한 거죠. 〈내 루돌프〉 촬영 현장을 담은 영상에선 진짜 아이돌이 협찬 광고를 하듯이 카스 광고를 했습니다.

굿즈 역시 잘 구축한 캐릭터를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피식대학은 ‘B대면데이트’의 캐릭터 카페 사장 최준을 활용한 굿즈나, 한사랑산악회에 입회하면 줄 것 같은 제품들(바가지, 손수건, 팔토시, 등산용 컵 등)로 구성된 입회 패키지 등을 선보여 왔습니다. 샌드박스 소속 디자이너가 이런 제품들을 직접 디자인했고요. 샌드박스는 굿즈를 넘어 커머스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에 개설한 ‘쎈라이브’ 채널에서 한사랑산악회 멤버, 최준 등 샌드박스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캐릭터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식입니다.
 

메타버스 시대와 샌드박스의 다음 단계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샌드박스는, 역설적으로 유튜브를 넘어서는 수익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유튜버들을 관리해 주고 조회 수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기만 한다면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MCN과 함께할 이유가 크지 않겠죠. 그래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수익화하고, 유튜브 바깥으로 확장하려는 걸로 보입니다. 샌드박스 안에 모인 크리에이터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말이죠.

샌드박스의 이필성 대표는 콘텐츠는 크게 IP와 영향력을 산출해 낸다고 말합니다. 두 가지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고, 샌드박스는 그걸로 돈을 벌 거라고요. 결국 IP와 영향력을 활용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겁니다.

최근 샌드박스가 소속 크리에이터 총몇명의 IP를 활용해 MCN 최초로 직접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대표적인 가상 세계이자, 이용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현실과 가상 간 경계가 없는 세계)를 구현할 수도 있고요. 캐릭터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IP와 영향력을 활용하는 데 효과적일 겁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IP 활용을 고민하는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2019년 음악 게임 회사 수퍼브를 인수하고 올해 초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매드몬스터와 샌드박스는 밈(meme)을 만드는 것을 넘어 콘텐츠를 스케일 업하고 수익화하는 방식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사례를 통해 콘텐츠 비즈니스가 어떻게 성장할지, 전망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2]
피식대학 세계관을 정리한 유튜브 영상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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