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부터 백신 수출 규제 풀어야”
미국의 선언에 유럽 연합(EU)의 분위기는 험악합니다. 특히 mRNA 기술 종주국인 독일의 반대가 거셉니다. 현재 mRNA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거나(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생산이 임박한 회사(큐어백)는 전 세계에 3곳인데요, 그중 2곳(바이오엔테크, 큐어백)이 독일 회사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 정부는 백신 부족의 원인을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mRNA 백신은 특허가 있다고 어디서나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지재권 면제보다는 생산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EU 회원국들의 입장도 비슷합니다. EU는 미국이 백신과 원료 수출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백신 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생산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서인데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백신의 공유, 수출, 제조 능력 증대 투자가 시급하다”며 미국을 압박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이 백신과 재료의 수출을 막아 백신이 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인도주의와 정치적 노림수 사이
미국의 지재권 면제 선언이 정치적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WTO 협상이 오래 걸리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외교적 승리를 가져다주는 가장 위험성 낮은 방법”이라고
지적합니다. 지재권이 면제되려면 WTO에 가입한 164개국이 모두 찬성하고 제약사의 동의도 필요해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재권이 풀려도 문제는 남습니다. 개도국이 백신 제조에 필요한 설비와 기술, 노하우를 모두 갖추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결국 백신 특허 포기는 실질적인 손해가 크지 않으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평균 0.95퍼센트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45퍼센트와 51퍼센트인 것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선진국들이 백신 지재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사이, 개도국들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혁신의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적인 보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는 묘수는 없을까요?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백신은 세계를 구할 것인가》,
《코로나 이후의 세계》,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할까》와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