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역사
‘피의 금요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수천 년간 영토 없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1차 세계 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모여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혈통이 가깝다는 이유로 유대인을 적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착촌에 모여든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합니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자국 영토에 다른 나라가 들어선 셈입니다.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으로 이뤄진 아랍 연합군은 이스라엘에 공격을 개시합니다. 이게 바로 네 차례나 이어진 중동 전쟁(1948~1973)입니다. 예상과 달리 이스라엘은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며 건국 선언 당시보다 더 넓은 땅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영토를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중동을 떠돌며 이스라엘과 끊임없이 교전을 벌입니다. 결국 양측은 1993년 평화 협정을 맺고 평화와 영토를 맞바꾸기(land for peace)로 합니다. 이듬해 팔레스타인은 자치 정부를 수립하고 옛 영토의 5분의 1 면적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하게 됩니다.
3. 정치
역사적 비극은 정치적 재기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로 기소된 데다 연합 정부 구성에 실패해 실각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야당들은 연정을 꾸려 정권을 잡으려 했는데요, 갑자기 전쟁이 터진 것입니다. 기사회생한 네타냐후 총리는 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한 듯 하마스를 향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정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난달 말 자치 정부 수반인 마무드 아바스는 5월 중 치를 예정이던 총선을 연기하기로 했는데요, 경쟁 상대인 하마스의 승리가 점쳐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아바스 수반 입장에서는 이번 전쟁이 선거를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는 셈입니다.
하마스도 기대하는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했지만, 권위주의적인 통치로 인기를 잃었습니다. 이번에 하마스는 ‘예루살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해 지지율이 더 올라가면, 향후 열릴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됩니다.
4. 사람
오랜 분쟁의 역사는 피의 충돌을 야기했고, 갈라진 정치는 전쟁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포를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Iron Dome)’으로 요격했습니다. 요격 미사일이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르는 사진이 요 며칠 국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얼핏 불꽃놀이처럼 보이는 밤 풍경 아래,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가자 지구의 주민들은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공습경보가 울리고, 전투기가 도심을 폭격하는 굉음이 들립니다. 가자 지구 북부에 사는 알 마스리(al-Masri)의 가족은 지난 월요일 저녁에 죽은 두 아이를 땅에 묻었습니다. 11살 이브라힘(Ibrahim)과 7살 마르완(Marwan)은 집 밖에서 뛰어놀다 미사일에 맞아
숨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거주하는 건물을 전투기로 폭격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민간인이 모여 사는 지역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이 전쟁이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마을’을 뜻하는 예루살렘에서 국가와 정당은 승리하고, 민중은 패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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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라이벌리즘》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특히 이 책의 3화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중동 분쟁의 고전〉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이 잘 해설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들려주는
오디오 클래스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