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는 왜 올림픽을 포기하지 못하나?

5월 2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코로나19 상황에도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강행할 방침이다. 재집권을 꿈꾸는 스가에게 올림픽 개최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림픽 두 달 앞, 상황은 최악


“코로나19 대응 아시아 최악” 영국 의학 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4000~6000명대를 유지하며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도쿄에서는 감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 비율이 70퍼센트를 넘어선 상황인데요, 병상이 부족해 입원도 못 해보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4월 말 기준 백신 접종률은 2퍼센트에 불과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당초 일본은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화이자 백신 1800만 회분을 확보했고, 전국 지방 자치 단체에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백신을 제때 접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종 공간과 의료진이 부족한 데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협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경제 상황도 최악입니다. 일본 내각부는 2020년 일본의 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4.6퍼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5.1퍼센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코로나19 재확산과 긴급 사태로 인한 소비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지 언론은 “정부가 국내 총생산 규모를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라며 “실현하려면 백신 접종을 조기에 진행해 감염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비상 사태를 적용할 지역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Yuichi Yamazaki/Getty Images

올림픽 취소 여론을 일축한 일본 정부와 IOC


코로나19로 인한 일본 상황이 최악인 만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개최를 다시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취소의 날을 뜻하는 ‘X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도 올림픽 중지 서명이 게시돼 35만 명이 참여했고, 한 여론 조사에서는 일본 국민 80퍼센트 이상이 재연기와 취소에 찬성했습니다. 시민들은 연일 반대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선수들 사이에서도 개최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재연기와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현재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미 개최를 결정했고, 각국도 이를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선수나 대회 관계자의 감염 대책을 확실히 강구해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IOC도 일본 정부와 같은 입장입니다. 안전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선수촌과 경기장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선 IOC가 거액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포기할 수 없어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아사히신문》은 IOC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70퍼센트가 중계권료라며,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열려도 대회만 개최되면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약 올림픽을 취소하게 되면 IOC로부터 손해 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일본도 인프라 건설에 1조 6440억 엔, 우리 돈 17조 원가량을 썼기 때문에 극심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도쿄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Photo by Yuichi Yamazaki/Getty Images

올림픽 성공으로 재집권 노리는 스가?


그런데,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스가 총리에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지난 4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47퍼센트를 기록했지만, 스가가 총리를 계속해야 한다는 답변은 4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다 민심을 이렇게까지 잃었는지 살펴보면, 여러 가지 사안들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에서 허점을 보인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5인 이상 회식 자제’ 기간에 총리 본인을 비롯해 자민당 의원과 장관도 방역 지침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요, 이는 재·보궐 선거 참패로 이어졌습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 이어 오는 7월과 9월, 10월에도 각각 도쿄 도의회 선거와 자민당 총재 선출 경선, 총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총재 경선이 눈길을 끄는데요, 경선에서 뽑히는 총재는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9월 30일까지입니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직에서 물러나 1년짜리 자리를 넘겨받은 만큼 재집권에 대한 의지가 강합니다. 그러나 재·보선에서 완패했고, 지금처럼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선 재집권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만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된다면, 재집권이라는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총리가 재집권을 위해 도쿄 도의회 선거 승리와 7월 말까지 고령자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도쿄올림픽 성공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8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임을 선언했다. ©Photo by Franck Robichon - Pool/Getty Images

총리만 세 번째? 아베 재등판설 유력


스가 총리가 궁지에 몰린 가운데 아베 전 총리가 활동을 재개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증세가 심각해져 물러났던 그는 최근 “신약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정치 행사와 방송에도 자주 나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자민당 젊은 의원들을 상대로 ‘선거에서 이기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시작했습니다. 아베는 총리 재임 중 치른 선거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스가 총리에 대한 낮은 기대감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기대로 옮겨 가는 모양새입니다. 자민당 내부에선 아베가 다시 국정 운영을 하길 바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아베 전 총리가 속해 있는 호소다파 의원들은 아베 전 총리를 강연과 모임에 초청하고 고문으로 추대하는 등 아베 재집권을 위해 긴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의원으로서 총리를 전력으로 떠받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재등판설에 거리를 뒀는데요,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아베는 어떻게 일본을 바꿨나〉와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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