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광고 쓰나미

5월 3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구글은 왜 모든 유튜브 영상에 광고를 못 붙여서 안달일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얼마 전 유튜브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열어 보니 당장 내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서비스 약관 사항이 담겨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수익 창출 권리’ 항목에 명시된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YouTube는 플랫폼상의 모든 콘텐츠에서 수익을 창출할 권리가 있으며, YouTube 파트너 프로그램(YPP)에 가입하지 않은 채널의 동영상에도 광고가 게재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앞으로 모든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고 최근 1년 스트리밍이 4000시간 넘는 채널만 YPP에 가입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심사를 거쳐 통과하면 유튜브가 따온 광고를 개별 영상에 붙여 수익을 내고, 이를 유튜브 45 대 유튜버 55의 비율로 나눠 가졌습니다. 돈을 내면 구독자를 늘려 주겠다는 업체까지 있었죠. 그런데 이제 구독자가 한 명이든, 수익 창출을 원하지 않는 공익 성격의 채널이든 무조건 광고가 실립니다. 단, 구독자 1000명 미만 채널의 수익은 모두 유튜브 몫입니다.

사실 이 약관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처음 시행됐는데요, 올해 6월부터 적용 지역을 확대하는 겁니다. 늘어나는 광고에 사용자 반발이 일자 유튜브 측은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안정화 등에 비용이 많이 들어 광고 수익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구글의 셈법은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달라진 유튜브 정책 이면에 담긴 구글의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봅니다.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 적용된 더 보기 콘텐츠(파란색 밑줄)는 모두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최초의 유튜버 

유튜브 공동 창업자 자베드 카림이 올린 최초의 유튜브 영상
유튜브는 2005년 4월 23일 첫 영상이 업로드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최초의 유튜버는 유튜브 공동 창업자인 자베드 카림으로, 동물원 코끼리 앞에 서서 18초 정도 어색하게 코끼리를 칭찬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 영상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유튜브는 창업 1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 하루 평균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했습니다. 지금에야 보잘것없는 숫자지만 당시로써는 전례 없는 성과였습니다.

첫 영상이 올라온 지 1년 반가량 지난 2006년 10월, 구글은 16억 5000만 달러(1조 8400억 원)에 유튜브를 사들입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인수 금액이었는데요,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린 건 점차 더 커질 영상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인수 초창기 구글은 유튜브로 골치를 앓게 됩니다. 누구나 쉽게 영상을 찍고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는 점점 퍼졌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위기를 바꾼 건 아이폰을 선두로 한 스마트폰의 등장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꾸준히 고도화되고,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유튜브의 사업성이 꾸준히 개선됐습니다. 인수 3년 차인 2009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는 2010년 처음 흑자 전환하고, 이후부터 스노우볼 효과[1]를 냈습니다. 개인이 만든 영상은 쳐다도 보지 않던 광고주들이 유튜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영향입니다.
 

애물단지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로


구글은 지난해 3월 최초로 유튜브 매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요, 그 전까지의 실적은 업계와 주요 매체의 추측이었습니다. 매출은 크게 광고 수익과 광고 없이 시청 가능한 멤버십 유튜브 프리미엄(이전 명칭 유튜브 레드) 두 축으로 구성됩니다. 그중 구글이 발표한 2019년 유튜브 연간 광고 매출은 151억 5000만 달러(18조 600억 원)로, NBC, CBS, FOX 등 메이저 방송사 광고 매출을 크게 뛰어넘고, 구글 전체 매출의 13퍼센트를 차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한편 올 초 발표된 작년 4분기 유튜브 광고 매출은 더 놀랍습니다. 구글은 물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광고로 한 분기에만 69억 달러(7조 7000억 원)를 번 겁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면서 유튜브 시청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실제로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1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81퍼센트가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2019년 73퍼센트에서 8퍼센트 늘어난 수치로, 2019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보인 거의 유일한 플랫폼입니다.

특히 주목받은 건 직접 반응 광고(Direct Response Advertising)입니다. 직접 반응 광고란 쉽게 말해 소비자들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광고입니다. 가령 유튜브에서 특정 광고를 보고 나서 즉시 제품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구매하는 등의 행동을 끌어내는 거죠. 필립 쉰들러 구글 최고 사업 책임자(CBO)는 “유튜브의 직접 반응 광고가 기업 매출 상승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복병을 마주한 구글

구글은 2022년 초까지 사용자 데이터를 추적하는 크롬 브라우저의 쿠키를 폐기한다.
이쯤 되니 ‘구글이 유튜브 광고로 돈을 더 벌기 위해 정책을 바꿨군’이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여기서 더 깊이 살펴볼 게 있습니다. 바로 구글의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유튜브를 논외로 해도 구글은 애초부터 광고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전체 매출의 80퍼센트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죠. 사용자가 검색해 읽고, 시청한 데이터를 토대로 개별 사용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광고(타깃 광고)를 보여 주는 게 핵심 상품입니다.

맞춤형 광고는 익숙하실 텐데요,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뭔가를 검색하면 이것과 연관된 상품이나 서비스가 ‘Google 광고’라는 텍스트와 노출되는 광고를 말합니다. 안드로이드, 크롬 브라우저, 구글 지도 그리고 유튜브까지, 구글 서비스는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팔기 위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구글의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수록 구글의 광고 수익이 올라가는 완벽한 구조인 셈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구글은 난제를 마주합니다. 구글의 비즈니스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국가 차원의 소송까지 제기되기 시작한 겁니다. 사생활 침해와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을 높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구글은 사용자 방문 기록을 추적하는 ‘쿠키’를 크롬에서 폐기하는 등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데이터 추적이 어려워진 구글은 그동안 공고하게 지켜온 광고 수익의 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 즉각 반응 광고도 마찬가지이죠.
 

돈으로 시간을 사는 시대


고심하던 구글은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시도하는 수익 창출 방법을 자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구독 서비스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튜브에 갑자기 광고가 쏟아지게 만들겠다는 이유를 여기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광고를 통한 수익 향상보다는 오히려 광고 피로도를 높여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를 늘리고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한 겁니다.

유튜브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광고 중 하나가 유튜브 프리미엄 광고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최초 가입자의 경우 1개월 무료 체험이 가능한데, 이를 통해 ‘광고 없는 유튜브’라는 신세계를 보여 주고, 이것에 익숙해진 가입자가 서비스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동시에 프리미엄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도 강화하고요. 지난해 발표된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만 2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광고 전문가인 스콧 갤러웨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광고는 정액제를 쓸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 될 것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의무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돈이 없으면 광고를 봐야만 하는 설정의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1의 ‘핫 샷(Hot Shot)’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변경된 유튜브 정책은 스콧 교수의 예언을 더 빠르게 실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Don’t be evil.” 창업 초창기 구글은 스스로 사악해지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돈에 눈이 먼 독점 기업으로 변질된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었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결국 구글도 이익과 주가에 집착하는 사악한 광고 기업이 돼버린 건 아닐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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