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플랫폼 전쟁
 

6월 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변호사 단체와 법률 플랫폼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모빌리티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혁신 전쟁이 벌어졌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로톡과 변호사협회의 전면전이 벌어졌습니다. 법률 플랫폼을 막으려는 변호사협회와 법률 시장을 플랫폼 비즈니스로 만들려는 스타트업 사이에서 예견된 충돌이 벌어진 겁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3일, 법률 플랫폼을 통한 홍보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입니다. 회원 변호사들에게 로톡, 로앤굿, 로시컴 등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 주는 플랫폼 사용을 금지한 겁니다. 규정은 8월 4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맞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회원 변호사들에게 법률 플랫폼을 탈퇴하라고 요청하면서 탈퇴 절차 등을 안내했습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해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에 징계를 내리는 것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로톡 등 플랫폼도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로톡은 31일 대한변협의 새로운 광고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 로톡 서비스를 통해 광고할 수 있는 자유 등을 제한한다는 겁니다. 헌법소원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행정소송까지 검토 중입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측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논란이 심화된 과정부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떠올려야 할 질문까지 짚었습니다.
 

세 번째 고발과 광고 규정 개정

대표적인 법률 플랫폼 로톡 ©로톡
논쟁의 중심에 있는 건 법률 상담 플랫폼 로톡입니다. 로톡은 법률 정보와 변호사 검색, 상담, 형량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수익 모델은 변호사들로부터 받는 광고료입니다. 분야, 키워드 등을 검색했을 때 변호사의 정보를 노출하는 검색 광고, 지역 광고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로톡에 가입해 활동하는 변호사는 4000여 명에 달합니다. 로앤굿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로시컴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앤굿은 신청서를 작성하면 변호사가 솔루션을 제시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로시컴은 법률·노무·세무 상담 서비스입니다. 모두 법조 서비스가 필요한 이용자들이 변호사를 검색하고, 상담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죠.

로톡은 지금까지 변호사단체로부터 세 차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서울변호사회가 2015년, 대한변협이 2016년 로톡 및 비슷한 서비스들을 고발했는데, 두 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2020년 직역수호변호사단이 고발한 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변협은 지난 5월 강수를 꺼내들었습니다. 협회의 광고 규정 개정입니다.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을 통한 홍보를 금지한 겁니다. 8월 4일 실제로 이 규정이 적용되면 법률 플랫폼은 변호사 이탈로 사실상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로톡이 헌법소원을 내고 공정위 제소, 행정소송까지 예고한 이유입니다.

논쟁의 핵심은 플랫폼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입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아닌 자가 사건 중개, 알선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무장 등 변호사가 아닌 이가 브로커 역할을 해 사건을 수임해 오고, 수임료를 빼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광고인가 중개인가


지금 운영되는 법률 플랫폼은 광고를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를 검색할 때 광고비를 지불한 변호사들이 노출되고, 이용자가 변호사를 선택하면 예약과 결제 등을 대행하는 방식이죠. 결국 ‘광고냐, 사실상 중개냐’가 쟁점이 됩니다.

플랫폼은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각 변호사를 노출하는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변호사를 선택하는 건 이용자 몫이고, 수임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는 거죠. 반면 협회 측은 사실상 플랫폼이 사건 수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소비자가 변호사에 접근하는 경로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로톡의 키워드 검색 UI ©로톡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사실상 중개’로 보려면,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적극적으로 특정 변호사를 추천하거나 매칭하는 등 수임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 로톡을 보면, 이용자가 필요한 주제에 따라 변호사를 검색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혼’ 카테고리에서는 ‘재산분할’, ‘사실혼’, ‘양육비’ 등의 키워드를 포함시켜 검색할 수 있습니다. 검색 결과를 변호사의 경력, 자격, 지역, 성별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단 노출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키워드 광고를 구매한 변호사들이 랜덤으로 노출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원하는 조건을 설정하면, 그에 맞는 변호사가 랜덤으로 추천되는 셈입니다. 이 과정을 로톡이 이용자에게 특정 변호사를 매칭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플랫폼에서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대한변협은 로톡, 로앤굿, 로시컴 등 법률 플랫폼이나 네이버 엑스퍼트(네이버의 전문가 상담 서비스)에서의 광고는 금지하지만, 네이버나 구글의 키워드 광고는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구글에 ‘상속’ 등 법률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뜨는 변호사들의 광고는 규제 대상이 아닌 겁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경우 변호사 소개만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면 법률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은 왜 문제가 될까요? 대한변협은 “플랫폼이 주도권을 갖고 변호사들을 지휘·통제하는 형태”와 “변호사의 독립성을 침탈”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지 살피려면 플랫폼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법률 상담의 내용 측면에서도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말이죠.

로톡 등 법률 플랫폼들은 플랫폼 내 검색 광고를 판매하고 상담 예약 등을 대행할 뿐 내용에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형량예측 서비스’는 법조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가 정보를 입력하면 예상 형량, 관련 통계 정보, 적용이 예상되는 법 조항 등을 보여 줍니다. 로톡은 이것이 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이고 무료 서비스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변호사협회 측은 변호사가 아닌 주체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요. 여기선 무료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을 제시하는 것도 법률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지를 논의해 봐야 하겠습니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 변호사협회는 변호사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내야만 사건을 수임할 수 있는, 플랫폼 종속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그런데 네이버와 구글 등 일반 포털의 검색 광고는 허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호사가 광고비를 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변호사들의 광고는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법률 플랫폼이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고 있거나, 시장을 장악했을 때 그런 구조를 만들 위험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키워드 광고 기준으로 광고 비용을 보면, 네이버 광고의 경우 이용자가 클릭할 때마다 과금되는 방식으로 클릭당 최대 10만 원 선입니다. 로톡의 경우 특정 기간 노출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1개월에 25~50만 원 수준입니다. 변호사 입장에서의 광고비는 일반 포털보다 법률 플랫폼이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톡은 가입 변호사 중 78.7퍼센트가 실무 경력 10년 이하이고, 광고주 변호사의 70.2퍼센트가 청년 변호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법률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광고비를 올리면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하는데요, 포털에서도 검색 광고가 가능한 상황에서 변호사 플랫폼이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렸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혁신의 조건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할 점은 이런 법률 플랫폼이 법조 서비스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입니다. 법률 플랫폼이 말하는 건 정보의 비대칭 해결입니다. 법조 서비스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누가 이 일을 잘하는지, 서비스가 가격만큼의 값을 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중고차 시장처럼 레몬 마켓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소송이나 법률 상담을 할 일이 생기면 이용자들은 먼저 주변에서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소개를 받겠다는 생각입니다. 법조 플랫폼은 변호사의 전문 분야, 이력, 수임료, 심지어는 이용자들이 매긴 평점 등의 정보를 공개해 이런 비대칭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이용자 입장에서 법조 사무가 필요해졌을 때 어떤 방식으로 변호사를 찾는 것이 좋을지 떠올려 보면 논의할 수 있겠죠.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혁신의 조건입니다. 법률 플랫폼을 시장의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타다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택시업계와 대립했을 때도 나왔던 질문입니다. 혁신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소개하면, 캐서린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는 혁신의 조건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비용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수요 증가를 유발할 것, 여러 부문과 지역에 걸쳐 있을 것, 추가 혁신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것.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법조 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지점이 시장 장악 등을 이유로 변호사협회가 플랫폼을 반대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변호사와의 대면 상담 비용은 일반적으로 시간 단위로 계산되고, 1시간당 10만 원 수준입니다.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선 변호사들이 ‘15분 전화상담’을 저렴하게는 2만 원 선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용 절감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추가적인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치열하게 논의해 봐야 할 점입니다.

변호사협회와 법률 플랫폼의 갈등은 플랫폼이 만드는 혁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기존 구조에 균열을 내기 때문에 반발도 불러일으키고 논쟁도 촉발하는 건데요, 결국 어떤 방향이 이용자와 시장에게 좋은지가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변호사협회도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법률 플랫폼과 변호사협회의 갈등을 살피면서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을 던져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하셨던 생각을 댓글에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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