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2/2)

6월 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질 좋은 일자리와 사회적 인프라 마련은 지역 대학이 오래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실한 방안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6월 3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지역 대학 현장에서 어떤 위기들이 실재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학생 수 감소와 지역 사회의 인프라 그리고 질 좋은 일자리의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오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고 또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팟캐스트로 만나 보세요. 요약한 오디오 스크립트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앞서 지적해 주셨지만 대학의 위기는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정부 차원의 큰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달 발표한 ‘체계적 대학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정부의 고심이 엿보였지만, 사실 대책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미 지역 대학의 위기는 심각한 단계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정원 감축은 2024년부터 이뤄지는데, 사실상 다음 정부에 넘기는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대학의 핵심 고민인 학령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출생률 저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4년제 대학 정원이 31만 명인데 작년에 태어난 인구가 30만 명이 안 됐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정부가 출생률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예산을 수십조 원씩 쏟아붓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하는데, 충분히 나아진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세종시의 경우입니다. 세종시에 사는 분들 얘기를 들어 보면 도시 인프라가 너무 잘돼 있다는 말을 많이 하십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잘되어 있고, 과밀하지 않고, 안정된 직장이 있고. 도시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출생률이 높은 겁니다. 규제를 완화하거나, 고통을 분담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면 지역 대학들 중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세종시 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수도인 영향도 있지만, 미국 LA는 영화, 금융은 뉴욕, 정보 통신은 산호세, 행정은 워싱턴이라는 특성이 있듯이 해외 도시들처럼 우리도 지역에 특성 있고 색깔 있는 경쟁력을 마련해 준다면 지역 대학 문제는 10년 후에는 분명 나아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 가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입니다. 취업률이 높지 않은 대학은 정리가 돼야 한다는 시각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왜 대학이 취업 기관이 되었고, 이른바 ‘문사철’ 학과가 왜 통폐합 대상이 되었고,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이 왜 나오냐 하면,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 취업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률을 중요하게 평가하다 보니까 다른 학과에 비해 성과가 낮은 과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역 대학에서 문사철 학과가 100개 이상 없어졌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폐합하지 않으면 당장 교육부 평가가 나빠지거든요. 대학을 취업 기관으로 만든 것에는 정부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최근엔 대학 진학률이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대학 교육이 꼭 필요한가?’라는 고민과 맞닿는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2008년에는 고교생 80퍼센트 이상이 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고 답변했지만, 지난해엔 70퍼센트로 하락했습니다. 지표가 조금씩 하락하는 것이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대학에 대한 반성도 되고, 대학 말고도 다양한 커리어를 만들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그걸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지역 대학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역차별 논란도 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공기업에서 지역 대학 학생들을 더 많이 선발하는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기업인 삼성도 2012년부터 지역 대학 학생을 30퍼센트 이상 선발하고 있는데요, 잘 안착했다고 평가합니다. 2008년에 발표된 〈인적자원연구〉 논문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계열사가 지역으로 내려오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에 있을 테니까요. 지역의 인프라를 살리고 해당 지역에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면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 걸면 충분히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겠지만,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일정 부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1년에 1000억원에서 15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역 대학들이 쓰고 있습니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교육 투자에 더 많이 써야 합니다. 재정이 열악하지만, 학생 교육에 투자를 강화해야 합니다. 글로벌 역량을 함양하거나, 취업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유능하고 젊은 교수들을 영입하는 노력 등을 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지방대학육성법’ 처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이 상호 협업을 구축해서 발전 방안을 만들라는 것이 법의 핵심 내용입니다. 정부가 모두 컨트롤할 수 없어서 그동안은 자율에 맡겼는데, 이번에는 도시와 대학이 상호 발전 방안을 고민해서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봅니다. 기업이 포함되지 않고 도시와 대학만 협업해 전략을 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잘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있는데요, 정부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규제를 완화하는 도시로 지정해서 지역 대학 육성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원을 감축하라든지,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인데요, 협업하는 데 필요한 자원까지 정부가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기존 신문이나 방송 보도들은 지역 도시 소멸론이나 지역 대학의 어려움에 대해 위기다, 위험하다고만 보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문제 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걸 넘어서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출생률을 어떻게 높이고, 대학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는 뭘 해야 하냐를 함께 깊이 있게 모색하다 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성대 권상집 교수님과 함께 지역 대학이 처한 위기와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처럼 지역에도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질 좋은 일자리만 보장된다면 지역 대학이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대학과 지역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조금 더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여기에는 기업의 참여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입니다. 위기다, 위험하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대안들을 함께 심도 있게 논의하고 실행에 옮긴다면 꼭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신 교수님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6월 4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주제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지금 댓글로 의견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세계 대학을 취재한 〈사라진 학생들〉, 미래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올린 공대의 혁신 비결을 분석한 《미래의 교육, 올린》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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