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냉전

6월 8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달 탐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우주 신냉전이 펼쳐지고 있다. 아르테미스 약정으로 한국도 참전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인류 역사상 처음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1972년까지 6차례에 걸쳐 직접 탐사가 꾸준히 이루어지다 이후 50년 동안은 발길이 끊겼는데요, 최근 미국은 달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을 발표하며 인류를 다시 달로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지난 5월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서 우리나라도 참여하기로 확정되면서 주최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캐나다, 영국 등 지금까지 총 10개국이 약정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우주 개발 질서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참여국들은 평화적 목적의 탐사와 우주 탐사 시 확보한 과학 데이터 공개 등 관련한 원칙들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인류를 다시 달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첫째, 2024년 무렵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것입니다. NASA는 “최초로 여성 우주인과 유색 인종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킬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번 프로젝트 이름을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라고 지은 이유도 여성 우주인의 첫 달 탐사 도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읽힙니다. 두 번째는 2028년부터 우주인이 상주하는 기지를 운영하며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달을 근거지로 삼아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 토대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NASA는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고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 토대를 구축한 뒤 화성에 인류를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르테미스 약정에 대해 설명하는 미 항공우주국 ©NASA
이번 약정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달에 인류가 머물 수 있는 기지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얼음이 발견된 달의 남극 지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데요, NASA는 얼음을 이용해 물과 산소, 에너지를 모두 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달에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가설로만 취급됐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NASA 연구 결과 달 남반구에 30억 리터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지난해에는 달 표면 암석과 토양에도 물이 있다는 내용이 발표됐습니다.

사실 달 탐사가 지난 50년 동안 뜸했던 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컸던 이유도 있습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얻는 성과가 적었기 때문인데요,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팩트’가 확인되며 세계 각국은 달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달 탐사 주도에 달린 미·중 우주 패권

2020년 중국 항저우 국제 엑스포 센터에 전시된 창어(嫦娥) 달 탐사선 모델 ©Photo by Dong Xuming/VCG via Getty Images
달에는 대기가 없고 중력이 적습니다. 만일, 달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면 지구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더 적은 연료로 더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달을 빨리 선점하면 할수록 우주 경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미국이 달에 기지를 짓는 것은 연구 목적도 있지만 결국 우주 패권 다툼에서 앞서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과 러시아를 주변국과 함께 견제하기 위해 아르테미스 약정까지 만들면서 말이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2028년 무렵 인류를 달에 보내는 것이 당초 목표였지만 계획을 4년이나 당겼습니다.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을 계속 긴장하게 합니다. 1994년부터 달 탐사 연구 활동을 이어 온 중국은 지난 2007년 중국 최초의 달 탐사 위성 ‘창어 1호’를 발사한 뒤 꾸준히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2019년 발사한 ‘창어 4호’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 성공이라는 엄청난 쾌거를 이룹니다. 인류가 달에 보낸 탐사선들은 모두 달의 앞면만을 탐사했습니다. 기술의 한계로 달 뒷면까지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주 산업 최강자인 미국과 러시아도 못 했던 일을 중국이 해낸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 구소련이 먼저 위성을 발사했을 때 받은 충격을 창어 4호로부터도 받았습니다. 중국의 우주 산업 기술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입지가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주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안보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미국의 위성을 교란하거나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달 자원 확보와 화성 탐사에도 번지는 경쟁

아르테미스 프로젝트(Artemis accords) 상상도 ©NASA
기지를 건설한 이후엔 달에 있는 자원 채취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달에는 전기차나 태양광 발전 장비 등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희귀 원소, 즉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지구에서 얻기 어려운 ‘헬륨3’가 채굴될 가능성이 큽니다. 헬륨3는 달 표면에서 흔히 발견되는 광물로, ‘미래 청정 에너지’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1그램당 석탄 40톤의 에너지를 낸다고 합니다. 채굴과 지구로의 운송이 가능하다면 에너지난을 해결할 혁신적인 방안이 될지도 모릅니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 첨단 제품과 군용 무기의 핵심 원료라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지구에서 희토류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희토류로 압박을 가하곤 했습니다. 미국이 이번 달 탐사에서 중국에 없는 희토류를 확보하거나 헬륨3 채굴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지 않은지 궁금해집니다.

아르테미스 약정에서 목표하는 것처럼 미국은 달 탐사에서 한 발 더 나가 ‘화성 유인 탐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달 주위를 도는 우주 정거장을 건설해 거점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달 탐사는 물론 화성을 포함한 먼 우주 탐사까지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중국은 지난 5월, 화성 탐사선인 ‘톈원 1호’의 화성 착륙을 성공시키며 미국과 구소련에 이어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세 번째 국가가 되었습니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는 “미국이 수십 년에 걸쳐 한 일을 중국이 한 번에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우주 굴기’ 기세가 지금과 같다면,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것도 시간문제 아닐까요?
 

패권 다툼 속 한국이 얻을 이득은?


두 우주 강국의 패권 다툼이 치열한 사이, 우리나라는 뒤늦게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합류로 달 개발에서 앞서 나가는 국가들과 협력할 기회가 생긴 만큼, 한국의 우주 기술 역량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중심으로 개발 중인 달궤도선 KPLO는 NASA와의 협력 아래 제작하고 있는데, NASA 섀도캠을 탑재할 예정입니다. 섀도캠은 아르테미스 약정의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해 달의 극지방을 촬영할 예정입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직접 기여하게 되는 셈입니다. 발사는 내년 8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의 우주 기술은 로켓과 위성 중심이라 탐사 기술은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약정 참여로 한국의 강점인 통신 기술을 활용한 우주 인터넷 등을 활용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야 부족한 기술 지원을 끌어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가 간 우주 기술 공유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잘 안 될 수 있는 만큼, NASA와 각국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선 아르테미스 약정과 미·중의 우주 개발 경쟁 그리고 한국의 선택에 관해 분석해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우주에 투자합니다》, 《우주 전쟁》과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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