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내일의 역사
 

6월 14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로 금융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44%.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6월 9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제시한 숫자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토스뱅크에 대한 은행업을 인가한 날이었죠. 토스뱅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됐습니다. 뜨거운 여름 동안 최종 영업 준비 기간을 거쳐서 가을이면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토스뱅크는 재수생입니다. 2019년 3월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냈었죠. 떨어졌습니다. 뜻밖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금융 수장인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자타공인 규제 개혁론자였거든요. 사실 토스가 낙방한 데는 표면적 이유와 내면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자본 조달 리스크였습니다. 토스는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지금도 적자입니다만 그때는 더 심각했습니다. 2018년 토스의 적자는 450억 원 정도였습니다. 2017년 대비 14퍼센트 가까이 증가했죠. 추세가 관건이었습니다. 토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거든요. 자칫 토스는 몸은 스테로이드를 맞아서 근육질인데 실제론 허약 체질인 덩치가 될 수 있었죠. 기업한테 스테로이드는 투자금입니다. 그래도 토스는 스타트업입니다. 어느 정도 적자는 성장세를 고려하면 논외로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이나 쿠팡처럼요.

내면적 이유가 진짜 문제였습니다. 토스의 대주주들이 벤처캐피털 일색이었던 거죠. 토스뱅크의 대주주는 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토스의 창업주 이승건 대표가 2013년에 세운 회사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8전 9기 끝에 성공시킨 서비스가 토스죠. 무명 생활이 길었던 스타트업인 만큼 모험 자본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토스벤처스굿워터캐피탈의 비바리퍼블리카 지분이 상당해졌습니다. 둘 다 미국에 기반한 한국계 벤처캐피털들이죠. 벤처 자본은 여느 금융 자본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죠. 그래서 이름부터가 모험 자본인 거죠. 그런데 은행은 고위험 고수익 비즈니스여선 안 됩니다. 은행이 망가지면 금융 위기가 터지니깐요. 미국의 2008년 금융 위기나 한국의 2011년 저축은행 사태처럼요. 규제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토스가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봤습니다.

홍민택 대표가 말한 44퍼센트는 2023년까지 토스뱅크가 포용할 씬파일러(Thin Filer)의 비율입니다. 씬파일러는 금융 이력 부족자를 말합니다. 금융 거래 실적이 별로 없어서 말 그대로 파일이 얇은 사람들이죠. 씬파일러는 대체로 금융 소외 계층입니다. 금융 거래 실적이 없는 건 돈이 너무 많아서 은행 거래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돈이 너무 없어서 은행 문턱을 넘을 수가 없어서니까요. 흔히 시중 은행이라고 불리는 제1금융권에서 씬파일러들은 철저하게 소외당해 왔습니다. 시중 은행들은 직장이 빵빵하거나 담보가 당당한 고객들만 고객님으로 우대해 왔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2030세대들이나 당장 사업 자금이 필요하지만 담보로 내세울 건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시중 은행은 잔인하게 외면해 왔습니다. “은행은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빼앗는다.” 일본 대형 은행들의 패권 전쟁을 그린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죠. 우리나라 은행들 역시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은행한테 툭 하면 우산을 빼앗기거나 은행이 우산을 아예 빌려준 적도 없는 금융 소외 계층의 규모는 무려 1300만 명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하죠.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본래 목적은 미친 듯이 단순한 편리함이나 라이언이 아로새겨진 귀여운 체크카드가 아닙니다. 씬파일러들에게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주고 태풍이 오면 천막을 쳐주는 든든한 은행이 돼주는 것이 존재 이유죠. 그런데 토스뱅크보다 4년이나 앞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스스로의 역할을 망각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카카오뱅크가 비판받은 이유죠. 국회 정무위 소속인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전체 신용 대출 가운데 93.5퍼센트가 신용 등급이 1등급부터 4등급 사이인 고신용자 대상이었던 겁니다.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5퍼센트 남짓이었습니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4등급은 고신용자가 아니라 중신용자로 봐야한다고 설명했죠. 카카오뱅크의 통계에 따르면,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19퍼센트 가까이가 됩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래 매년 씬파일러 대출 비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규제 당국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토스뱅크의 귀환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토스
여기서 토스뱅크한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겁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전체 대출에서 씬파일러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34.9퍼센트로 맞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토스뱅크는 이르면 9월에 출범합니다. 4분기 동안에만 카카오뱅크의 씬파일러 대출 비중을 뛰어넘겠단 말입니다. 결과적으론 2023년까지 전체 대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44퍼센트를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2023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는 32퍼센트입니다. 전체 대출의 3분의 1수준이죠.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 봐도 토스뱅크의 공약이 매우 급진적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토스뱅크가 재수생으로서 금융 당국에 무엇을 약조했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보다 더 공격적인 씬파일러 대출 확대가 토스뱅크의 등장 배경인 겁니다.

보통 규제 당국하면 답답한 공무원 조직을 연상시킵니다. 머리카락을 뽑았다가도 그 자리에 다시 꽂을 사람들 같은 인상이죠. 금융 규제 당국은 좀 예외입니다. 기획재정부 중심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죠. 금융은 규제 산업입니다. 규제 당국이 못하게 하는 건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거꾸로 금융 당국이 하고자 하는 건 절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핀테크 강국 대한민국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과 테크를 결합하는 핀테크 육성에 있어서는 두 기관 모두 다른 나라 금융 규제 당국들과 무한 경쟁하는 입장이죠. 우리나라는 핀테크 산업 육성 경쟁에선 뒤처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전성시대인데도 말이죠. 미국의 기업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610개 가운데 핀테크 기업은 94개에 달합니다. 전체 610개 유니콘 기업의 가치 평가액은 2조 330억 달러입니다. 핀테크 유니콘의 기업 가치는 3770억 달러죠. 전체의 2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유니콘 핀테크는 비바리퍼블리카 그러니까 토스가 유일합니다. 정작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뱅크 시험에서 재수생 신세가 됐죠. 토스밖엔 없는데 말입니다.

지금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단연 주목받는 기업은 브라질의 누뱅크입니다. CB인사이트 순위에서도, 핀테크 기업 가운데 기업 가치 2위에 올랐죠. 지난 6월 9일엔 워런 버핏이 5억 달러를 투자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습니다. 우연이지만 토스뱅크가 인허가를 받은 날입니다. 누뱅크의 성장 원인이 바로 씬파일러 대출입니다. 브라질은 5대 금융 재벌이 전체 금융 대출의 80퍼센트 이상을 주무르는 나라입니다. 이쯤 되니 금융이 절대적인 공급자 위주 시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브라질의 신용카드 연체 이자율은 300퍼센트에 달합니다. 이쯤 되면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지붕까지 떼어가는 지경입니다.

데이비드 벨레즈 누뱅크 창업자는 말하자면 브라질의 이승건입니다. 2013년 누뱅크를 창업했습니다. 이승건 대표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 때와 같은 해죠. 이승건 대표가 송금 시장부터 접근했다면 데이비드 벨레즈는 곧바로 씬파일러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5000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의 씬파일러들을 거꾸로 두터운 잠재 시장으로 본 거죠. 누뱅크는 신용카드의 연회비와 가입비를 없앴습니다. 중저신용자들한테 저금리의 대출을 제공했죠. 누뱅크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 대륙 전체로 시장을 확대했습니다. 누뱅크 가입자수는 4000만 명에 달합니다. 누뱅크는 씬파일러 시장이 금융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금융 당국한테도 토스한테도 누뱅크가 벤치마크입니다. 토스뱅크 인가는 그 첫 단추인 셈이죠.

금융 당국의 큰 그림은 또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감독기관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뭇매를 맞은 건 코로나 탓도 큽니다. 코로나는 보건 위기이면서 금융 위기입니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한테 깊은 내상을 입혔습니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지난해조차 비대면 유통 플랫폼들과 수출 대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경제와 길거리 경제의 온도차가 너무 커진 겁니다. 이제까진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길거리 경제를 구제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손실보상법이 대표적이죠.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부 재정은 공적 자금입니다. 원칙적으로 납세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만 합니다. 코로나 피해는 국민 모두의 재난이었습니다. 길거리 경제가 더 아팠던 건 사실이지만 정부 재정을 거리에 집중 투입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국민적 합의란 길고 지루한 정쟁을 뜻하죠.

금융은 경제의 혈관입니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빠르게 흐르게 해주죠. 길거리 경제의 주축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중저신용자들입니다. 2030 취준생들이나 직장 초년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씬파일러들에게 돈이 흐르게 하려면 유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누뱅크가 필요하단 말입니다. 포스크 코로나 시대엔 더 절실합니다.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죠. 기준 금리가 오르면 시중 대출 금리는 더 빨리 오릅니다. 문제는 1765조 원에 이르는 가계 빚입니다. 서민들 입장에선 자칫 코로나 때보다 포스트 코로나가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우산 대여료를 훨씬 더 비싸게 받아갈 참이기 때문입니다. 토스뱅크가 대비책이 될 수 있습니다.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들한테 합리적 이자로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비율이 무려 44퍼센트에 이른다면 금리 상승기라는 돈 가뭄에 토스가 단비가 될 수 있습니다. 너도나도 토스뱅크 대출로 갈아타거나 신규 대출을 받게 되겠죠. 토스뱅크는 유니콘 이상을 꿈꾸는 비바공화국에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하는 대한민국에도 필요하단 말입니다.


테크핀 씬파일러 전쟁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놓고 맞붙게 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이건 로켓사이언스가 아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에 대한 국내 핀테크 시각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인간을 달로 보내는 로켓과학은 거의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반면에 금융 이력 부족자나 금융 소외 계층의 신용을 평가하는 건 못하는 일이 아니라 안 했던 일에 가깝습니다. 씬파일러 대출은 은행의 고객 신용 평가 실력이 관건입니다. 비 올 때 우산을 빌려주는 건 좋지만 우산을 너무 많이 떼이면 우산장수도 감당이 안 됩니다. 씬파일러 대출에선 부실 대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 떼일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골치 아픈 일입니다. 시중 은행들이 안 했던 이유죠. 인간을 달로 보내는 일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금융 당국이 팔을 비틀자 이제야 시중 은행들도 마지못해 핀테크가 되려고 나서고 있죠. 바로 여기서 핀테크와 테크핀이 나뉩니다. 테크핀은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공식화한 개념이죠. 마윈에 따르면, 핀테크는 기존 금융사가 디지털 금융을 결합한 경우입니다. 테크핀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금융을 결합한 경우입니다. 한국의 시중 은행들도 핀테크로 변신했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기존 테크 회사들이 금융으로 확장하는 속도는 어마어마했죠.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파이낸셜입니다. 네이버는 더 이상 검색 광고 회사가 아닙니다. 네이버는 이미 테크핀 회사입니다. 2020년 네이버의 매출만 봐도 드러납니다. 검색 광고 매출은 절대치에선 높지만 성장률은 5퍼센트 남짓입니다. 반면에 커머스와 핀테크 분야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특히 핀테크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무려 66.6퍼센트에 달합니다. 폭발적이죠. 일단 네이버페이 덕분입니다. 37.6퍼센트 성장한 커머스가 네이버페이 성장의 원인이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쇼핑을 할 때 네이버페이를 쓰면 편리하고 저렴합니다. 그런데 커머스 말고 다른 요인이 더 있습니다. 대출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해줍니다.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신용평가사와 네이버 데이터를 결합해 개발한 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으로 기존 대출 상품이 품지 못한 중소상공인들의 대출 문턱을 낮췄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신청자의 40퍼센트가 승인을 받았다. 금융 이력이 없는 씬파일러는 신청자 중 52퍼센트가 승인받았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입점 중소상공인의 거래 이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지 못 되는지 손바닥 보듯이 알 수 있단 말입니다. 부실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죠. 네이버는 씬파일러 대출이 절대 로켓사이언스가 아니라는걸 입증했습니다.

토스는 네이버처럼 자체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으로 금융 이력 부족자나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려고 합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단순하게 신용등급이 위험한 고객들도 도전적으로 심사해서 숫자를 맞추겠다는게 아니다.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신용 평가 모델을 다시 만들어서 중저신용자도 고신용자의 높은 등급으로 변환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토스뱅크만의 신용 평가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로켓사이언스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관건은 평가 알고리즘이 아니라 빅데이터입니다. 토스가 확보한 빅데이터의 양과 질입니다. 토스앱의 회원 수는 2000만 명입니다. 월간 이용자는 1000만 명입니다. 국내 씬파일러의 규모는 1300만 명 정도입니다. 일단 데이터의 양은 충분해 보입니다. 반면에 토스는 네이버와 달리 커머스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토스로선 씬파일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 거래 데이터는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토스가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부를 흡수한 목적입니다.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부의 가맹점은 8만여 곳에 달합니다. 지금은 토스페이먼츠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토스페이먼츠로 토스도 전자 결제 시장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와 경쟁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진짜 경쟁은 페이 경쟁이 아닙니다. 뱅크 경쟁이죠. 토스도 토스페이먼츠를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소상공인 거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겁니다. 이건 향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지난해 연말에 카카오페이가 토스페이먼츠와의 거래를 중단해 버린 이유죠.

앞으로 펼쳐질 테크핀들의 씬파일러 대출 전쟁은 결국 빅데이터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1300만 명 중저신용자 시장에서 누가 먼저 우량 고객과 불량 고객을 가려낸 다음 우량 고객을 선점하느냐가 승부처인겁니다. 빨리 대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시에 대출 이후에 부실화를 최소화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네이버파이넨셜한텐 커머스가 이점이라면 토스한텐 2030세대 개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강점입니다. 토스 사용자의 60퍼센트 정도는 2030세대의 개인들입니다. 미친 듯이 심플한 직관적 사용자 환경으로 2030 금융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토스는 개인 금융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토스는 각종 캐시백 혜택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잔돈을 되찾아 준다고 약속하고 있죠. 대신 개인은 미친 듯이 심플하게 만들어진 절차 몇 번으로 개인 금융 정보만 제공해 주면 됩니다. 토스의 목적은 개인 신용 데이터 확보입니다. 이것이 테크핀 전쟁의 분수령이니까요.
 

미친듯이 심플 

토스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영업 손실은 산술급수적으로 줄고 있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포스트 코로나엔 씬파일러 대출 시장은 대폭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시중 은행의 문턱이 높아질 테니까요. 부동산과 증시 그리고 가상화폐에 얽히고설킨 빚투 열풍도 돈의 수요를 키울 공산이 큽니다. 코로나 위기로 개점 휴업 상태였던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도 코로나가 끝나고 장사를 재개하려면 대출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씬파일러 시장은 기회이자 위험의 땅입니다. 토스뱅크는 이 시장을 가장 공격적으로 공략하려는 인터넷전문은행입니다. 사실 토스 입장에서도 절실합니다. 토스는 간편 무료 송금 서비스로 성공했습니다. 토스는 2019년 말 보편화된 오픈뱅킹의 모델이 됐죠. 한마디로 은행 간 장벽이 허물어진 겁니다. 정말 토스가 금융의 역사를 바꾼 겁니다. 오픈뱅킹 덕분에 토스도 혜택을 봤습니다. 무료 송금 서비스의 비용이 줄어든 거죠. 덕분에 토스는 2020년 2분기에 창사 5년 만에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대신 오픈뱅킹 도입은 토스의 차별점이 희미해졌다는 뜻도 됩니다. 금융권의 메기 역할은 톡톡히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업 기회가 줄어든 거죠.

금융의 메기 노릇을 했지만 규제 혁신이 오히려 위기가 된 건 뱅크샐러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월 본격 도입될 마이데이터 때문이죠. 뱅크샐러드는 여기저기 흩어진 개인 금융 정보를 하나로 모아서 자산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한때 토스 못지 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죠. 마이데이터는 여기저기 흩어진 개인 금융 정보의 주인이 은행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전제로 시작됐습니다. 내 데이터는 내 것이란 거죠. 그렇다면 테크핀들은 개인한테 동의를 받는다면 개인 신용을 관리해 주는 사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뱅크샐러드가 규제를 하나하나 넘어가면서 어렵게 만든 비즈니스 모델을 앞으론 누구나 모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21군데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선정했습니다. 뱅크샐러드 가게가 스무 곳 넘게 생기게 된 셈이죠. 토스와 네이버도 그중 하나입니다. 결국 뱅크샐러드는 KT와 매각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KT는 케이뱅크에 이어 뱅크샐러드까지 더해서 테크핀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죠.

토스의 강점 중 하나는 미친 듯이 심플한 유저 경험에 기반한 강력한 팬덤입니다. 애플과 흡사하죠. 토스가 토스피드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게 유지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토스의 팬덤이 피도 눈물도 없는 핀테크 시장에서 토스의 방패니까요. 토스가 토스뱅크와 토스증권까지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전략을 선택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고객들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의 말입니다. 토스는 계속 미친 듯이 심플해야 하니까요. 토스는 언제나 끊김 없는 심리스(seamless)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게 토스입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토스한텐 해자가 없습니다. 대명사였던 간편 송금 시장은 이미 보편화됐습니다. 페이 시장에선 후발 주자죠. 토스증권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빠르게 마케팅 비용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토스증권은 4월과 5월에 걸쳐서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를 펼쳤습니다. 덕분에 토스증권 계좌 수는 300만 개를 돌파했죠. 국내 주식 투자자의 숫자는 900만 명 내외로 봅니다. 동학개미의 3분의 1이 토스증권에 가입한 거죠. 엄청난 성과지만 그만큼 출혈도 컸을 공산이 큽니다. 300만 명한테 주식을 나눠준 셈이니까요. 토스증권 역시 미친 듯이 심플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매력적이죠. 해자는 아닙니다. 토스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는 아니란 거죠.

반면에 토스뱅크는 다른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이라는 전략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비대면 대출이 부실 심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신용 리스크도 있죠. 소비자의 해지가 용이하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인터넷 뱅크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개인 정보 유출 같은 보안 사고는 그야말로 재난입니다. 이런 운영 리스크는 늘 상존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보호해 줄 해자는 없고 한 번의 실수로도 천길 낭떠러지까지 떨어질 수 있는 리스크만 많은게 디지털 금융 시장입니다.


토스의 해자 

토스의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토스의 해자다. ©토스
토스 특유의 소비자 중심 문화는 해자가 사라진 이종격투기 금융 시장에서 토스의 결정적 경쟁력일 수 있습니다. 애당초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만들었던 토스의 문화 말입니다. 이젠 업계의 전설이 된 1차 긴급 재난 지원금 간편 서비스를 뚝딱 만들었던 토스 특유의 문화 말입니다. 테크핀 시장에선 인슈어테크 시장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험 시장 말입니다. 토스 역시 토스인슈어런스를 선보였죠. 토스가 운영하는 보험 대리점입니다. 토스는 보험설계사를 정규직화하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보통 보험설계사는 고객이 가입한 보험금의 수수료로 먹고 삽니다. 고객이 비싼 보험에 가입할수록 보험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도 커지죠. 당연히 고객에게 비싼 보험을 권하게 됩니다. 토스에서 보험설계사는 정해진 급여만 받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되는 거죠. 토스의 방식이 정답은 아닙니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선 많이 팔고 비싸게 팔면 기대할 수 있었을 인센티브도 사라진 셈이니까요. 분명한 건 이것이 금융을 대하는 토스의 기본 자세라는 사실입니다. 무료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만들었던 때처럼 지금도 토스는 소비자 중심 문화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토스뱅크가 경쟁할 씬파일러 대출 시장에서도 토스 특유의 태도는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금융 시장은 치사할 정도로 냉정합니다. 1퍼센트 남짓한 대출 금리 차이로도 어제의 고객이 이웃의 고객이 됩니다. 돈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대신 금리가 엇비슷하다면 고객은 더 친절한 우산장수과 단골 거래를 할겁니다. 테크핀 기업들은 저마다 각자의 장점을 활용해서 씬파일러 시장을 공략하려고 합니다. 빅데이터의 양과 질 그리고 신용 평가 모델의 정밀도가 대동소이하다면 토스의 고객 중심 문화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고객 경험을 통해 플라이휠을 만들었던 것처럼 토스도 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 그러니까 서비스로서의 은행 운영을 선보여서 내부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토스의 리스크 

초기 스타트업 시절의 비바리퍼블리카 사무실 ©토스
사실 토스의 약한 고리는 따로 있습니다. 토스뱅크의 지주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5월 말에 유상 증자를 실시했습니다. 규모는 4500억 원으로 정리됐죠.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 가치는 무려 8조 원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대박이죠. 정작 이번 증자로 이승건 대표의 지분은 확 줄어들었습니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이승건 대표의 지분율은 19.94퍼센트였습니다. 이번 유상 증자가 마무리되면 이승건 대표의 지분율은 10퍼센트 안팎으로 희석됩니다. 토스뱅크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의 지분 구조가 다른 것이 약점입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알토스벤처스나 굿워터캐피탈 같은 벤처캐피털 위주라면 토스뱅크는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그리고 중소기업중앙회 같은 금융투자자 중심이죠. 벤처 자본과 금융 자본의 이해관계는 많이 다릅니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벤처 자본이 성장주의라면 금융 자본은 안정주의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습니다. 두 마리 토끼가 늘 반대 방향으로 튄다는 게 문제죠.

그런데 여기에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 구조까지 복잡해진 겁니다. 일단 산업은행이 800억 원 규모로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 예닐곱 군데가 신규로 참여하게 됩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유상 증자는 필연입니다. 자회사 토스뱅크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니까요. 토스뱅크는 향후 5년 동안 1조 원까지 자본금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금융 당국의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이 대략 10퍼센트 내외라는걸 감안하면, 토스는 10조 원까지 대출 여력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대신 이승건 대표의 지분은 그만큼 빠르게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지분 구조 역시 더 복잡해지겠죠. 그동안 토스를 혁신을 주도해 온 이승건 대표의 리더쉽이 약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과 같죠. 배민이 성장할수록 김봉진 의장의 지분도 아주 빠르게 희석됐습니다. 배민도 토스도 모두 알토스 벤처스가 초기 투자한 스타트업들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토스뱅크의 IPO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질 겁니다. 엑시트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경쟁사 카카오뱅크는 이미 기업 가치 40조 원을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치열한 씬파일러 대출 전쟁의 포화가 거치고 나면 아마 더 치열한 논공행상이 펼쳐질 겁니다.

토스 내부의 여전한 성장주의가 토스의 숨은 약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토스의 금융 혁신은 기존 금융권이 하지 않았던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토스뱅크 단계에선 오히려 토스의 이런 호전성이 발목을 잡을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혁신이 혁신을 망치는 거죠. 토스 내부의 준법 경영이 위험 수위에 다달았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이젠 금융지주회사인데 여전히 스타트업식 사고를 한다는 겁니다. 토스의 컴플라이언스 경영은 결국 올해 하반기부터 펼쳐질 씬파일러 대출 전쟁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스뱅크가 내부 통제 장치를 잘 유지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룬다면 이런 우려는 기우가 될 겁니다.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는 앞서 고속 성장한 네이버도 카카오도 모두 겪은 일입니다. 심지어 네이버는 이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서 판사 출신의 김상헌 대표를 최고경영자로 선임했었죠. 김상헌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도 하마평에 올랐었죠. 얼마 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부회장으로 영입됐습니다. 지금까지 115만 명이나 시청한 토스 다큐멘터리에서 이승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규제를 바꾸고 규제를 부순다기보단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축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승건 대표도 이미 2015년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업무 보고에서 열변을 토하던 스타트업 경영자가 아닌 겁니다. 토스의 성장 단계에서 무엇이 리스크인지 이미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토스의 사업 영역이 신용이 생명인 금융이라는 걸 고려해야만 합니다. 금융은 신용이 무너지면 끝입니다. 158년 전통의 금융사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죠. 그 결과 어마어마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고요.
 

토스의 역사 그리고 금융의 미래

토스의 발상지 ©토스
포스트 코로나에서 펼쳐질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 전쟁은 결국 은행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외환 위기 이전에만 해도 국내 시중 은행의 대명사는 조한제상서였습니다. 조흥, 한일, 제일, 산업, 서울은행까지 5대 시중 은행을 부르는 말이었죠.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대신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같은 대형금융지주사들의 시대가 도래했죠. 그런데 지금은 이들 금융 3대장의 시가 총액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평가액을 합친 것보다도 낮습니다. 3대장의 시총은 60조 원에도 못 미치는 반면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평가액은 각각 40조 원과 16조 원이니까요.

코로나 경제 위기는 다시 한번 금융의 판을 바꿀 변곡점입니다. 이번 승부처는 마이데이터와 씬파일러입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시중 은행들을 테크핀의 정보 하청업체로 만들 가능성이 있죠. 씬파일러 대출 시장을 장악한 인터넷은행들은 결국엔 시중 은행들의 덧밭인 고신용 시장까지 먹어치울 겁니다. 결국엔 부동산 대출 시장까지 잠식하겠죠. 토스는 어느 작은 오피스텔의 641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때부터 기업 가치 7조 원대 유니콘이 된 지금까지 토스는 금융의 역사를 다시 써왔습니다. 토스가 쓰려는 내일의 역사는 아직도 새로 쓰여지는 중입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선 토스의 미래와 금융의 내일을 전망해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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