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뉴스페이스 오디세이

6월 16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가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를 우주 공간에서 밀어내고 있다.

우주 관광 로켓 '뉴셰퍼드' 좌석 경매 때 쓴 자료 화면 ©블루오리진
3분에 312억 원. 인류 최초 상업적 우주 관광 티켓의 가치와 가격입니다. 우주 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티켓이 2800만 달러, 우리 돈 312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세계 159개국에서 7600명이 입찰에 몰려든 경매는 7분 만에 끝났습니다. 낙찰자는 다음 달 20일, 블루오리진의 창시자이자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전 대표 제프 베조스와 함께 ‘뉴셰퍼드(New Shepard)’에 탑승합니다.
 

뉴셰퍼드 타고 3분 지구 감상


뉴셰퍼드는 ‘준궤도 관광용 로켓’으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앨런 셰퍼드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앨런 셰퍼드는 1971년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에 착륙해 골프공을 친 것으로도 유명하죠. 준궤도 관광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킬로미터에 있는 ‘카르만라인(Kármán line)’까지 올라가는 것을 뜻합니다. 탑승자들은 이곳에서 3분 정도 무중력 상태로 머물며 지구를 감상하게 됩니다.
뉴셰퍼드 내부 모습 ©블루오리진
뉴셰퍼드는 높이 18미터의 로켓과 돔 모양의 우주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6명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좌석마다 널찍한 직사각형 모양의 창문이 달려 우주 경계선에서 지구를 잘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중력을 체험한 뒤에는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낙하를 시작해 고도 26킬로미터 지점부터 낙하산으로 지상에 착륙할 계획입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0분에 불과합니다. 인류가 상상만 해오던 우주여행은 한 달여 뒤 실현됩니다. 훈련받은 우주 비행사들만 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이제는 일반인도 경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인 첫걸음입니다.
 

“우주, 먼저 갑니다” 첫 테이프 끊는 베조스


위대한 첫발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먼저 떼게 됐지만, 우주여행을 둘러싼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버진갤럭틱 등 3개 업체의 각축전이 치열합니다. 버진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버진갤럭틱은 올 연말 무렵 우주여행을 시작할 계획이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없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SF영화 〈애드 아스트라〉엔 버진갤럭틱이 운영하는 민간 달 왕복선이 나옵니다. 서울과 LA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기처럼 미래엔 지구와 달을 오가는 민간 우주 항공기가 상업화될 거란 상상이죠.

다만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쏘아 올려 10킬로미터 고도까지 올라간 뒤 지상으로 다시 내려와 직립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재사용할 수 있는 왕복 우주선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주 발사체는 한 번 쏘아 올리는 데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000억 원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이뤄져야 우주여행의 대중화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상용화하는 목표 시한을 2026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블루오리진이나 스페이스X가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사용하는 것에 집중하는 반면, 버진갤럭틱은 비행기를 우주선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비행기에 대한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주 진출을 꿈꾸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당초 올 상반기 창업주인 브랜슨을 ‘스페이스십2(Spaceship2)’에 태워 우주여행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늦춰졌습니다.
민간 우주 산업 경쟁자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 ©블루오리진, Photo by Britta Pedersen-Pool/Getty Images
3개 업체 가운데서도 베조스와 머스크의 라이벌 의식은 불꽃이 튑니다. 스타십이 지상 착륙에 성공한 날, 블루오리진은 7월 우주 관광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스페이스X로 향하는 세간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으리라 추측됩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 착륙선 제조업체로 스페이스X를 선정하자 블루오리진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머스크는 “궤도까지 올라가지도 못한다[Can‘t get it up (to orbit) lol].”라는 내용의 비꼬는 트윗을 보란 듯이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우주정책연구소의 존 로그즈던 명예교수는 두 우주 개척자에 대해 촌철살인의 평가를 남겼습니다. “머스크는 먼저 떠벌린 뒤 결과물을 만들고, 베조스는 일을 먼저 한 뒤 결과물을 자랑한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이 두 사람이 경쟁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경쟁은 미국인의 삶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상업화에 방점 찍힌 민간 우주 산업 경쟁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국가 간 벌어지는 달과 화성 탐사 경쟁은 희토류 등 자원과 안보 확보에 무게가 실려 있다면, 민간에서 벌어지는 우주 산업 경쟁은 ‘상업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혁명을 ‘뉴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릅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며 상업화가 촉진되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등이 등장하며 포문을 열었고, 이후 다양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시대 때만 해도 우주 산업은 미국과 소련 사이 체제 경쟁의 전장이었고, 소련의 붕괴 후에는 산업 경쟁력이 추락하면서 ‘올드스페이스(Old Space)’로 밀려났습니다. 이 빈자리를 민간 기업들이 자금과 기술로 채우며 이제는 우주 산업을 대중화하고 상업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매튜 바인치를 교수는 민간에서의 우주 산업 활성화가 새로운 상업 우주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우주 관광과 관련해 해당 기업들이 “시민을 우주로 데려갈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캐나다 시장 조사 기관 캐너코드의 통계에 따르면 오는 2030년이면 우주 관광 시장이 무려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8조 92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5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팔콘9 ©Photo by Paul Hennessy/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블루오리진이나 스페이스X 등이 2000년대 초 처음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우주여행 같은 이슈들은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안 이야기로 취급됐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일부 실현 가능한 일이 되어 하나씩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머스크와 베조스가 꿈꾸는 화성 이주와 우주 택배 사업도 몇 년 안에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6월 16일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제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지금 댓글로 남겨 주세요.

*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우주에 투자합니다》, 《우주 전쟁》과 함께 읽어 보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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