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는 엄격한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구 통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중국은 이내 복병을 맞이합니다. 인구 증가율 감소, 고령화 가속화, 생산 가능 인구
[3] 감소 등 인구 왜곡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겁니다. 2000년대에 접어 들어 인구 감소는 본격적인 논의 대상이 됩니다. 2011년 발표된 인구 조사 결과 중국의 합계 출산율
[4]은 1.4까지 떨어졌고, 이에 따라 202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처음 제기됐습니다.
이 중에서 생산 가능 인구의 급감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이뤄온 인구 배당 효과 이른바 ‘인구 보너스(bonus)’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 10억 58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중국 생산 가능 인구수는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줄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인구 오너스(onus)’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인도는 여전히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과 달리 청년층 즉,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다시 한번 인구 보너스를 얻기 위해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습니다. 내수를 키우고 자국 시장을 열어 미국과 패권을 다투겠다는 시 주석의 ‘쌍순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차라리 드러눕자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의 야심 찬 새 인구 정책에도 단기간 내 출산율 반등은 힘들어 보입니다. 이전과는 시대가, 정책의 대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5년 만에 세 자녀로 산아 정책을 완화한 게 방증입니다. 이번 발표 이후 웨이보 등 중국 SNS에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세 자녀 출산을 고려하는지 묻는 온라인 설문에는 30분 만에 3만여 명이 몰렸는데 이들 가운데 90퍼센트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설문 결과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중국인들이 세 자녀 정책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앞서 일본이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가 겪는 청년들의 취업, 주거, 육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녀 교육비와 노인 부양비는 중국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여기에 헤이하이즈는 여전히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살기 어렵습니다. 고학력에 직장을 구한 샤오황디는 어려서부터 누려온 자유와 풍요로움을 버리고 노인 넷에 아이 셋을 부양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세 자녀 정책 발표 이후 오히려 정부에 반감이 커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최근 당평(躺平,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의미) 운동이
유행입니다. 한 달에 200위안(3만 5000원)으로 하루 두 끼를 먹으며 일하지 않고 산다는 어느 네티즌 이야기가 시작이었습니다. 막막한 현실에서 자포자기하면 편하다는 속내가 담긴 이 운동에 청년들이 열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SNS 검색 금지, 토론방 폐쇄 등 강도 높게 제재하고 있지만, 관련 이미지와 밈은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인구 패권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