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지금은 한국에서 유학 중인 홍콩인 A씨와 《빈과일보》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A씨는 홍콩 민주화를 위한 한국 내 집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말아 달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반중(反中)’ 성향이라는 이유로 언론사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빈과일보》가 중국 정부의 언론 탄압 표적이 된 상황이 너무나 슬픕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빈과일보》의 논조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홍콩 현지 언론 환경에서 필요한,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습니다.
《빈과일보》뿐만 아니라 언론을 탄압하는 현지 분위기를 직접 전해 들으면 상황이 훨씬 심각할 것 같습니다. 홍콩보안법이 생기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
보안법 시행 전에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제 주변 사람 대부분이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또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요. 안보법이 발효된 이후에는 그런 움직임이 감소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해 신중해진 분위기였어요. 아무래도 저는 한국에 머물고 있어서 현지의 자세한 일상 변화는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올해 톈안먼 32주년 추모만 봐도 사람들이 저항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확신합니다.
《빈과일보》를 수사하는 이유로 ‘가짜 뉴스와의 전쟁’, ‘체제 전복적 조직’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던데 타당한 근거로 보이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말이 안 됩니다. 신문을 폐간하고 편집장을 비롯해 운영진을 잡아들이기 위한 트집을 중국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빈과일보》는 민주주의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매체이고, 2019년 홍콩 시민들의 저항을 이끈 주역인데 가짜 뉴스라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시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빈과일보》 신문을 전부 사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던데, 언론 탄압을 멈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빈과일보》에서도 시민들의 지원이 그저 상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신문사 자산도 동결시켰고, 언론 탄압을 멈추지 못할 겁니다. 앞으로는 더 교묘한 방식으로 검열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빈과일보》 운영진 구속은 눈에 보이는 탄압이지만,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억압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민들이 신문을 구매하며 저항하는 행위는 보안법 시행 이후 시위 활동이 줄어든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용기 있고 중요한 행동입니다. 이런 움직임들이 모여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2019년 민주화 시위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의 저항이 여전하다는 것을 인지해 더 억압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국제 사회의 비판과 문제 제기가 중국 정부에 압박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최근 G7이 모여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어요. 국제적 비판에 대한 답변이라고 봅니다. 물론, 중국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일정 부분 영향은 끼치겠지만, 홍콩의 민주화에 진정성 있는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입니다.
중국 정부의 언론 탄압, 앞으로 더 심해질까요?
이미 상당히 나쁜 상황이지만, 더 나빠질 거라고 봅니다. 중국 정부는 주요 매체를 사들이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더 찾을 것입니다. 《빈과일보》의 사례는 처벌 수위가 셌지만, 그보다 조금 약하게 통제하는 방법 마련에도 나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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