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노인 무임승차 제도 도입 당시의 우리나라 노인 인구 비중은 전체의 4퍼센트가 채 안 됐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지하철은 서울에만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공짜 지하철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적었습니다. 노인들에게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시될 게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UN 기준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퍼센트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퍼센트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퍼센트를 초과하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릅니다. UN은 2000년 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202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는 불과 26년 만에 벌어진 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속도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보다도 무려 10년이나 빠르게 일어난 수준입니다.
특히 작년은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1955년생이 65세가 된 해였습니다. 1차 베이비부머는 727만 명 규모로 현재의 65세 이상 인구와 규모에
맞먹습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노인 인구는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경제 성장을 이뤘던 한국이 이제는 가장 늙은 나라로 변해갑니다. 1970년 62.3세였던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2019년 기준 83.3세까지 늘었습니다.
노인과 적자는 정비례
신분당선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하철 운영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인 무임승차가 적자를 일으킨다고 말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개 도시 철도 운영 기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도시 철도 무임승차 인원은 4억 8000만 명이며 무임 손실액은 6455억 원에
달합니다. 주목할 건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전체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 가운데 노인 비중이 70퍼센트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현재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 전체 인구 가운데 노인 비중은 대략 20퍼센트
입니다. 즉, 지하철을 이용하는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으로 돈을 내지 않습니다.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한 시점에서 적자 폭은 더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경영 합리화를 위해 정원 감축, 대규모 명예퇴직, 지하철 역명 유상 판매, 디지털 광고 도입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적자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지하철 운영 기관의 비정상적인 수익 구조도 만성 적자에
한몫합니다. 서울교통공사의 1인당 운임 요금 그러니까 지하철 요금은 1250원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지하철 운영을 위한 1인당 수송 원가는 2067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탑승 인원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작년만 놓고 보면 한 명의 승객을 태울 때마다 817원씩 손해가 발생했다는 계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임승차가 불붙은 적자에 기름을 부은 꼴입니다.
무임승차 폐지가 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