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시장 조사 전문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만 19세에서 49세까지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리뷰 영향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9퍼센트가 “소비자 리뷰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3년 전 진행한 같은 조사 결과와 비교해 소폭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20대 91.3퍼센트, 30대 85.5퍼센트, 40대 84퍼센트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리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더 컸습니다.
리뷰가 제품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제품 구매 시 항상 소비자 리뷰를 확인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78.6퍼센트였습니다. 이어 “소비자 리뷰가 부정적이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69.4퍼센트에 달했습니다. 10명 중 7명꼴입니다. 특히 40대 응답자와 자녀가 있는 기혼 응답자에서 리뷰 평가가 나쁜 제품을 피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습관적으로 리뷰를 확인하고 신뢰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광고에 현혹되지 않은 채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소위 말하는 ‘호갱’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포털에 검색어 몇 개만 입력하면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지만, 그 많은 양이 때로는 선택을 더 어렵게 합니다. 이때 가장 유용한 게 누군가의 사용 후기입니다. 특히 이전에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상품이라면 리뷰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집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보고서
돈으로 사는 가짜 리뷰
이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리뷰의 신뢰도입니다. 모든 리뷰가 실제 소비자 손끝에서 작성되는 건 아닙니다. 리뷰는 하나의 상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다시 말해 리뷰는 돈이 됩니다. 개인 사업자들은 온라인 광고 대행사에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내고 리뷰를 삽니다. 최근에는 일부 대행사가 커머스 업체와 결탁해 아르바이트생에게 빈 택배 박스를 보낸 뒤 실제 구매자인 척 리뷰를 남기게 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기 위해 악성 글을 올렸다는 혐의였습니다. 조사 결과 홍보 대행사를 끼고 50여 개의 아이디로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는 식의 리뷰를 100일에 걸쳐 79건 게재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이미 2009년과 2013년에 같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전적이 있었습니다.
유통 업계도 리뷰와 전쟁을 치릅니다. 이제 진짜 리뷰와 가짜 리뷰를 구분, 처리하는 게 주요 업무로 꼽힐 정도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리뷰 장사하는 대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났을뿐더러 대형 플랫폼의 경우 사람이 모든 리뷰를 하나하나 검토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가짜 리뷰를 골라내는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아직까진 효과가 100퍼센트 검증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별점 테러 금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