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중공

6월 30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 공산당. 그들이 바라는 중국몽(中國夢)은 실현될 것인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축하를 위한 대규모 공연이 베이징의 한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렸다. ©Photo by Kevin Frayer/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이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맞이합니다. 거리마다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홍기와 100주년을 축하하는 내용의 붉은 현수막이 걸려 나라 전체가 거대한 붉은 물결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혁, 발전, 안정을 조화롭게 완성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위상 달라진 중국 공산당


중국 공산당은 100년 전인 1921년 7월, 탄생했습니다.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서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 때만 해도 마오쩌둥을 포함한 대표 13명에 당원은 53명에 불과했습니다. 공산주의가 중국 전역에 확산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21년 현재, 중국 공산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와 두 번째로 큰 경제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25년 전만 해도 미국은 중국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식 정치와 경제가 서구 자본주의의 약점을 대체할 수 있을까 봐 우려합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글로벌 중심 무대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공산당을 이루기까지 5명의 주요 주석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마오쩌둥은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고,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노선 채택으로 사회주의 시장 경제 건설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이후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진핑 주석 시기에는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부흥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림자도 물론 있습니다. 마오쩌둥의 경우 문화대혁명 기간 300만 명의 당원을 숙청했고, 덩샤오핑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해 시민 수천 명이 숨졌습니다. 시진핑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켜 홍콩의 민주화를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산당원, 충성스런 엘리트? 사회주의 특권층?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 공연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원은 2019년을 기준으로 9200만 명 정도입니다. 성인 인구의 8퍼센트를 차지합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것이 당원 수를 팽창시킨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당원이 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지원자의 6퍼센트 미만이 당원 자격을 얻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당원이 되기 위해선 여러 단계의 심사와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정식 당원이 되려면 예비 당원이 먼저 되어야 하는데, 입당 신청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학교 성적과 일상생활 등을 평가하고 당원 투표를 거친 뒤, ‘열성분자’와 ‘발전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검증합니다. 이 모든 절차를 통과해야 예비 당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비 당원의 지위는 최대 2년 동안 지속됩니다. 3개월마다 사상 검증 보고서를 제출하고 정치 연구 세션과 자원봉사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정치적 신뢰성도 조사한 뒤 정식 공산당원이 될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은 당원 전체가 당의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매우 충성스러운 엘리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1세 이상 당원이 29.8퍼센트로 가장 많지만, 30대가 20퍼센트, 40대와 50대가 각각 19퍼센트, 17퍼센트로 중장년층 당원이 고루 분포해 있습니다. 젊고 유능하고 충성도가 높은 당원들이 포진해 중국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산당에선 입당 신청자가 많은 것을 오히려 경계합니다. 당비를 낼 수 있다면 대부분 받아들이는 다른 나라 정당들과는 대조적이죠. 당 간부들은 최근 추세가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보다는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가입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공산당원이 되면 승진과 출세의 기회가 보장되는 만큼 기회주의적인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1인 통치 장기화 꿈꾸는 ‘시황제’

지난 3월 열린 중국 공산당의 전국인민대표대회 ©Photo by Kevin Frayer/Getty Images
2012년 말부터 집권 중인 시 주석은 어느덧 9년째 집권 중입니다. 10년마다 국가 주석을 교체해 왔던 규정을 손질해 3연임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내년 당 대회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5년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갈수록 권력이 시 주석 1인에게 집중되고 있어 그를 ‘시황제’라고 빗대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시 주석은 전 주석들처럼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절 1인 지배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격대지정’이라는 관례를 만들었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이 관례를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직 후계를 지정하지 않고 있어 관례를 깨고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7상8하’라는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을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하도록 한 불문율도 깨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8세인 시 주석은 7상8하대로라면 올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3연임도 물 건너가겠죠. 독일의 한 연구소는 시 주석의 행보가 “당에 관한 비전과 중국을 위한 국가 계획을 수립할 시간을 더 번 것”이라면서도 “시 주석이 사라지는 순간 지도부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G2로 성장했지만 ‘격 갖추기’ 과제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집회 중인 홍콩의 젊은 시위자들 ©Photographer: Hollie Adams/Bloomberg via 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내부 문제로는 빈부 격차와 인구 감소, 인권 문제 등이 거론됩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지니 계수는 0.467이었습니다. 지니 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임을 뜻하는데요, 0.4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지니 계수가 “지난 20여 년간 0.46~0.49를 오갔다”며 “중국 젊은이들은 빠른 경제 성장에도 커지는 불평등에 절망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립 이념대로라면 모두가 평등해야 할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심한 빈부 격차가 존재하고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14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수 1위인 중국이지만, 인구 증가율 감소가 요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 조사 결과 생산 가능 인구인 15~39세 인구 비중은 줄고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제 성장률 둔화를 비롯해 연금 적자 문제로도 직결됩니다. 중국 미래 세대에게 큰 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세 자녀 출산 허용’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상황입니다. 인권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장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 민주화 탄압 등은 국제 사회가 오랫동안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권 탄압 부분은 특히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G2로 성장했지만, G2로서의 ‘격’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대목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비호감 국가’라는 오명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 3월, 미국의 한 여론 조사 기관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의 가장 큰 적국이 어디냐는 질문에 45퍼센트가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한국과 호주, 영국 등 9개국에서의 부정 평가도 높은 편입니다. 앞서 내부 문제로 언급했던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와 감시, 소수 민족과 홍콩에 대한 탄압을 비롯해 타국에 공세적인 ‘늑대 전사 외교’ 등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호감 이미지는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져 중국 내부에서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중국 공산당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판을 흔드는 자기 합리화》, 《중국의 쌍순환 전략》, 《시노믹스가 온다》와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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