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라이벌리즘
 

7월 1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플랫폼 전쟁 최후의 승자는 카카오가 될 것인가 아니면 네이버가 될 것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카카오가 네이버를 추월했습니다. 라이언이 브라운을 이겼습니다. 브라이언이 이 선배를 앞섰습니다. 라이언은 카카오톡의 대표적인 이모티콘 캐릭터입니다. 브라운은 네이버라인 이모티콘의 센터입니다. 브라이언은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영어 이름입니다. 카카오는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씁니다. 이 선배는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의 사내 호칭입니다. 네이버는 님문화입니다. 이해진 GIO는 이런저런 공식 직함 중에서도 선배라고 불리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밝힌 적이 있죠. 

지난 6월 15일이었죠.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는 67조 원, 카카오가 68조 원으로 골든크로스를 기록했죠. 보름 가까이 지난 6월 30일 현재 카카오의 시총은 72조 원입니다. 네이버는 68조 원입니다. 코스피 시총 순위에서 카카오 3위, 네이버 4위 구도가 고착되는 분위기입니다. 라이언 3등, 브라운 4등인 거죠. 

대역전극입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라이언의 시총 순위는 9등이었습니다. 브라운이 6등이었죠. 2020년 12월 30일 기준 카카오의 시총은 34조 원이었습니다. 불과 반년 만에 라이언의 몸무게가 2배 가까이 불어난 겁니다. 플랫폼 라이벌 브라운의 체중까지 능가해버린 겁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워낙 뜨겁습니다. 3위 카카오와 4위 네이버의 시총을 더하면 2위 SK하이닉스의 시총 93조 원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주가는 미래의 창입니다.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보단 디지털 플랫폼을 한국 경제의 미래라고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죠.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함께 동서학개미들의 구루로 불립니다. 강방천 회장의 2020년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면 카카오의 비중이 제일 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강회장은 이미 라이언의 대역전극을 예측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강방천 회장은 라이언이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카카오는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갖고 있어서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 강회장의 말입니다. 
 

라이언과 브라운의 동업 

이번 대역전극이 실로 대역전극인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그걸 이해하려면 브라이언과 이 선배의 질긴 인연을 살펴봐야만 합니다. 두 사람의 과거를 이해하는 건 두 회사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대한민국 IT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필수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대한민국 IT역사의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는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 같은 학번입니다. 나이는 김범수가 이해진보다 한 살 위죠. 재수를 했습니다. 두 사람은 졸업하고 나란히 삼성SDS에 취업합니다. 창업은 김범수가 한 해 빨랐습니다. 1998년 한게임을 창업했죠. 이해진이 네이버컴을 창업한 건 1999년이었습니다. 한게임은 이름 그대로 인터넷 게임 회사였고 네이버컴은 당시로선 생소했던 검색엔진 회사였죠. 

2000년 4월에 이해진과 김범수는 네이버컴과 한게임을 합병하기로 결정합니다. 2000년 4월 3일은 주식 역사에서 잊지 못할 날짜입니다. 닷컴버블붕괴가 시작된 날이니까요. 하루 만에 나스닥 지수가 8퍼센트 넘게 폭락했죠. 일주일뒤인 4월 10일엔 다시 6퍼센트 넘게 폭락했죠. 2000년 4월의 닷컴버블붕괴의 아비규환도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장의 아수라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국내 벤처 시장에선 돈이 씨가 말랐죠. 창업자들은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해야만 했습니다. 이해진과 김범수가 회사를 하나로 합치기로 결단한 이유죠. 

이게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요즘도 인공지능의 승패는 빅데이터 확보 여부에 달려있죠.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도 검색엔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느냐에 달려있었습니다. 이용자가 더 자주 더 많이 검색할수록 검색의 결과값이 더 정교해졌기 때문이죠. 당시 김범수의 한게임은 천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국민게임 맞고 덕분이었죠. 한게임 이용자 천만 명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와 이해진의 네이버컴이 보유한 검색 기술이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냈던 겁니다. 

합체 완료된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이름은 NHN이었습니다. NHN의 대표 서비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게임 서비스 한게임이었죠. 당시 포털사이트 1등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한메일을 앞세운 다음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죠. 그런데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완성체 NHN은 무서운 속도로 다음을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게 유명한 전지현 광고입니다. 유명 배우 전지현이 날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등장하는 광고 말입니다. 네이버 검색을 상징하는 녹색창이 만들어진 것도 이 무렵이죠. 결국 포털 경쟁에서 네이버는 다음을 추월해버립니다.

20년이나 지났지만 전지현 광고를 하면 업계 1등을 먹는다는 속설은 여전합니다. 마켓컬리도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었죠. 어쨌든 네이버가 다음과의 경쟁에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 결정은 네이버컴과 한게임의 합병이었습니다. 김범수의 한게임이 이해진의 네이버한테 결정적인 도움이 됐던 겁니다. 


브라이언과 이 선배의 결별  

김범수 대표는 2007년 NHN을 떠납니다. 당시 공식 직함은 NHN 공동대표였죠. 그때 김범수 대표는 밀려나듯 미국 실리콘벨리로 떠났죠. 네이버와 한게임은 모든 것이 이질적이었습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흥행 산업입니다. 콘텐츠는 리스크 헷징이 어렵습니다. 무엇이 잘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에선 대박과 쪽박이 수시로 교차하죠.

검색은 본질적으로 광고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산업입니다. 광고는 수요 예측과 수요 창출로 작동합니다. 광고주에 대한 영업력을 높이고 소비자에 대한 행동분석력을 강화하면 예측 가능성도 증가합니다. 리스크 헷징이 용이하죠.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에 일단 비즈니스 모델만 완성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NHN 안에선 사내 정치가 어마무시했다고 전해집니다. 이해진 사단과 김범수 사단의 인간적 기질 차이도 상당했다고 하죠. 한마디로 케미가 안 맞았던 겁니다. 따지고 보면 그런 기질 차이는 게임과 검색이라는 사업의 종특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율을 따지는 야구선수와 골득실을 따지는 축구선수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어쨌든 하늘 아래 2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는 법입니다. 이 선배와 브라이언도 그런 사이였던 거죠. 

1등 네이버의 수훈갑이었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던 김범수는 실리콘벨리에서 절치부심합니다. 주요 IT 콘퍼런스들엔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빠짐없이 참석하죠. 이때 김범수 도박설도 퍼졌었죠. 유명 IT 콘퍼런스가 라스베가스에서 많이 열렸거든요. 이 무렵 브라이언은 2010년대를 지배할 미래 기술의 단서를 쫓고 있었습니다. 쉽진 않았죠. 그래서 김범수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냥 놀기로 말이죠. 미국으로 가족들까지 불러서 아주 작심하고 놉니다. 아내와 아들과 딸과 새벽까지 게임을 하면서 제대로 놀았다고 하죠.

어쩌면 바로 이런 점이 브라이언과 이 선배의 결정적 차이점일수도 있습니다. 이해진 글로벌총괄책임자는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한 이후 한번도 논 적이 없습니다. 직함도 직위도 여러 번 바뀌었고 최전방 일본에서 사업도 벌였지만 네이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적은 없죠. 역설적으로 이게 네이버의 모바일 전환이 늦어진 이유입니다. 김범수가 놀면서  미국에서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사용자로서 체험했다면 이해진은 여전히 경영자로서 한국에서 모바일 시대의 전환을 관찰했던 거죠. 이렇게 인생에선 제대로 놀아줘야 할 때도 있는 겁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범수가 결국 찾아낸게 바로 카카오톡이었죠. 김범수가 카카오톡을 처음 선보인 건 2010년 3월입니다. 카톡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비스는 아닙니다. 창업 초기 카카오 직원이라고는 김범수와 대학 후배인 공동창업자 이제범 사장 그리고 개발자 1명과 업무직 1명까지 4명이 전부였습니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다 안됐죠. 한게임을 성공시켰다고 해서 네이버를 1등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다음 창업도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는 거죠.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회의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무료 문자 서비스였습니다. 

카카오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수식어가 아닙니다. 카카오톡이 첫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0년 3월입니다. 아이폰용이었죠. 그땐 아직 삼성전자가 제대로된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전이었거든요. 태초의 갤럭시인 갤럭시A가 출시된 건 한 달 뒤인 2010년 4월입니다. 갤럭시S 시리즈가 처음 나온 건 또 1년이 더 지난 2011년 4월입니다. 김범수는 스마트폰도 없는데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었던 겁니다.

당시 일본에 있던 이해진이 라인 메신저를 만든 건 2011년 6월입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통신망이 마비되는 걸 경험하면서 라인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하죠. 브라이언은 당시 이 선배보다 1년 넘게 시대를 앞섰던 셈입니다. IT업계에서 1년은 강산이 수십 번도 더 바뀔 수 있는 시간이죠.

그렇지만 이해진도 해외 시차를 고려하면 전혀 늦은 게 아니었습니다. 라인은 출시 19개월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으니까요.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죠. 이 선배는 여세를 몰아서 대만과 태국과 인도네시아까지 해외 영토를 확장합니다. 아직 작은 기술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카카오로선 꿈도 못 꿀 일이었죠.  

게다가 카카오톡은 매달 많게는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서버 비용 때문이었죠. 카카오톡엔 수익 모델이 없었습니다. 모든 걸 김범수가 개인 돈으로 감당했죠. 이미 부자였지만 그래도 상당한 출혈이었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사용자가 늘어났거든요.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였죠.

그런데 초창기 카카오톡에서 유일하게 돈이 벌린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입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였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고 있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알고 보면 카카오톡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서비스입니다. 카카오의 2021년 1분기 실적을 보면 톡비즈 부분이 급성장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톡비즈입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카카오에 이커머스 시장을 선물했습니다. 


카카오의 다음 점프 

김범수는 카카오를 다음 다음 다음 단계로 바로 퀀텀 점프 단축시킬 묘수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다음이었습니다. 2014년 10월에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합병합니다. 브라이언이 이 선배와 연합해서 만년 2위로 내려앉게 만든 그 다음 말입니다. 당시 카카오와 다음을 합친 시가총액은 7조 8000억 원 정도였습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5조 원이었죠. 이쯤되면 2021년 6월 라이언이 브라운을 추월한게 얼마나 대단한 역전극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한테 고배를 마셨던 두 명의 패자가 하나가 돼서 마침내 승리한 겁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IT 역사가 총망라돼 있는 대역전극인 거죠.

2014년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 인수를 통해 김범수가 노리는건 역시나 네이버의 포털 시장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브라이언한테 포털은 온라인 시대의 유물이었습니다. 모바일 시대엔 전혀 다른 전선들이 생겨날 거라고 봤습니다. 카카오가 앞으로의 미래 전쟁에 대비하려면 대규모 개발 병력이 필요했습니다.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진짜 목적은 다음의 숙련된 개발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다음 인후 이후에 무서울 정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커머스, 핀테크, 모빌리티, 콘텐츠 분야로 전선을 확대하죠.

이때의 뒷얘기도 많습니다. 당시 카카오한테 엔지니어가 아닌 다음 인력들은 솔직히 핵심 인재는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합병 이후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카카오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음 출신 인재가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입니다. 다음 다이렉트 출신의 금융맨이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핀테크 전략의 주력입니다. 8월 5일 IPO를 앞두고 있죠.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18조 5289억 원입니다. 

다음 개발자 군단을 앞세운 카카오는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나갑니다. 2021년 6월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는 100개가 넘습니다.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2위죠. 1위는 SK그룹입니다. 이건 브라이언의 경영 스타일과도 일맥상통합니다. CEO 100인 양성이 경영자로서의 목표라고 말한 적도 있죠. 그래서인지 카카오의 창업과 인수 속도는 거의 세포분열 수준입니다. 카카오 시총이 단시간에 이렇게 빨리 커진 건 100개가 넘는 계열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지주회사인 카카오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장이 만개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매출이 커졌기 때문도 있죠. 게다가 2021년 들어선 계열사의 상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부풀려지고 있고요. 카카오뱅크는 한때 장외시장에서 40조 원 벨류로 평가받은 적도 있습니다. 페이 서비스를 하는 또 다른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15조 대어로 통하죠. 웹툰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페이지는 7조 원 안팎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 재계엔 시대마다 숙명의 라이벌들이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과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이 있죠.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과 LG전자의 구본무 회장도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이 꼼꼼한 내실형 경영자라면 정주영 회장은 호방한 확장형 경영자죠. 이걸 네이버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으로 옮겨볼 수 있습니다. 김범수는 전형적인 확장형 경영자입니다. 이해진은 전형적인 내실형 경영자죠. 이들의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기업 구조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세포분열을 하는 동안에 네이버는 오히려 계열사 숫자가 감소했습니다. 2017년에 75개였던 계열사 수가 2020년엔 오히려 47개로 줄어들었죠. 여기서 숫자의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브라이언이 자회사 만들어서 대표를 맡긴 다음 권한을 주는 임파워먼트 경영자이고 이해진 선배는 서비스 말단까지 직접 챙기는 디테일 경영자여서 일어난 차이입니다. 김범수와 이해진의 캐릭터 차이가 카카오와 네이버의 외형을 결정한 거죠. 김범수 의장은 2015년엔 당시 35세였던 임지훈 대표를 CEO로 선임한 적도 있습니다. 파격이었죠. 브라이언이 어떤 경영을 추구하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죠. 

또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네이버는 2000년대부터 국내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였습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규제와 견제를 받았죠. 네이버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나 포털 사이트 언론 독점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마다 이해진 의장을 국감장에 세우지 못해서 안달이었죠. 이해진 GIO가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더 집중했던 건 글로벌 진출에 대한 개인적 야망도 컸지만 이런 배경도 있습니다. 덕분에 네이버는 오히려 국내 계열사 숫자는 줄였죠. 네이버에 대한 규제는 카카오한텐 기회였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앞세워 핀테크 시장에서 네이버를 앞설 수 있었던 건 그런 기회를 잘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라이벌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찬스를 놓치지 않은 거죠. 바꿔 말하면 이제 시총에서 네이버를 앞선 카카오도 네이버만큼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을 거란 뜻입니다. 네이버가 2010년대에 겪은 규제와 견제를 카카오는 2020년대에 겪을 공산이 큽니다. 더군다나 2020년대는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니까요.

동시에 두 회사 모두 효율성을 높이려다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관련해선 북저널리즘도 《지금 판교는》에서 짚었습니다. 이해진 GIO는 지난 6월 30일 전사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이 회사를 창업한 저와 경영진에게 있다”고 인정했죠. 사회적 책임과 회사적 책임이 모두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이런 역사적 경험 차이는 네이버 주가가 카카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숨은 원인으로 이어집니다. 카카오는 잘 나가는 사업 영역을 분사해둬서 잘 나가는 티를 냅니다. 네이버는 잘 나가는데도 네이버 안에 숨겨서 티를 덜 냅니다. 임파워먼트 경영의 브라이언과 디테일 경영의 이 선배가 만들어내는 차이입니다. 규제와 견제라는 비포장도로를 달려본 네이버와 아직은 주로 포장도로만 질주해온 카카오의 기업문화가 만들어내는 차이점입니다. 
 

추수하는 카카오, 파종하는 네이버  

규제 경험의 차이는 카카오가 네이버에 비해 핀테크 분야에서 앞설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카카오 시총 70조 원 가운데 핀테크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모바일 메신저와 핀테크는 궁합이 좋습니다. 게다가 온라인광고 시장에 비해 디지털 침투율이 낮습니다. 간편결제 시장의 디지털 침투율은 15퍼센트 정도입니다. 반면에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절반을 넘었죠. 카카오 주가가 네이버 주가보다 더 빨리 오르는 이유입니다. 시장은 핀테크에서 카카오한테 먹을 게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보는 겁니다. 게다가 시장지배력도 카카오가 더 높죠. 두 회사의 격차는 페이 결재액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카카오페이의 결재액은 67조 원입니다. 네이버페이는 26조 원이죠.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핀테크에서 밀리기만 한 건 아닙니다.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스를 통해서 대출과 페이 시장에서 알짜 수익을 거두고 있죠.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네이버통장도 만들어서 여신서비스도 개시했습니다. 카카오가 금융규제당국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서 직접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면 네이버는 어떻게든 직접적인 규제는 피하면서 수수료 장사를 하려고 합니다. 규제 비포장도로를 달려본 기억 때문이겠죠. 규제회피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연 내실형 이선배답죠. 

물론 양쪽 모두 핀테크의 최종 모델은 테크핀입니다. 기술 기업이 금융 산업에 진출한 게 아니라 기술 기업이 금융을 지배하게 되는 모델인 거죠. 이미 핀테크의 핵심은 빅데이터의 확보와 분석과 적용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데이터 핸들링입니다. 이젠 언뜻 금융 정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개인 정보도 금융사가 금융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얼마든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정보를 모으고 분석할 능력을 갖춘 테크핀들입니다. 반면에 기존 은행들한텐 턱없이 부족한 능력이죠.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한참 앞선 또 다른 분야는 모빌리티입니다. 선발주자였던 타다가 공중분해되면서 사실상 카카오 독주 체제가 굳어진 분야죠. 카카오는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안엔 흑자 전환이 될 걸로 봅니다. 이걸 바탕으로 나스닥 상장까지 노리고 있죠. 카카오모빌리티가 한국의 우버가 되는 겁니다. 반면에 네이버한텐 아직 내세울만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없습니다. 사실 모빌리티는 자칫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타다가 나쁜 선례죠. 2010년대를 규제와의 전쟁으로 보내야 했던 이해진 선배 입장에선 유독 조심스러운 분야일 수밖엔 없을 겁니다. 


최종 보스는 콘텐츠 

사실 브라이언과 이 선배가 정말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분야는 따로 있습니다. 콘텐츠 분야입니다. 콘텐츠는 숙명의 라이벌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의 NHN 동업자 시절과 직결되는 분야입니다. 콘텐츠를 가진 김범수와 플랫폼을 가진 이해진의 사내 경쟁은 결국 이 선배의 승리로 끝났죠. 김범수가 모바일 시대의 플랫폼인 카카오톡에 집중했던 이유입니다. 플랫폼과 콘텐츠의 싸움에선 플랫폼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걸 뼈져리게 깨달았으니까요. 

반면에 동등한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의 라이벌 대결에선 얘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플랫폼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건 콘텐츠입니다. 양쪽 모두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있죠. 일단 2020년 기준으로 콘텐츠 부분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 쪽은 카카오입니다. 매출 2조 원을 기록했죠. 콘텐츠는 역시 브라이언의 전공분야입니다.

반면에 네이버는 매출 7000억 원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그림이 좀 달리 보입니다. 카카오한텐 무려 1조 원을 들여서 인수한 멜론이라는 캐시 카우가 있죠. 여기에 드라마 제작사 6곳에 케이팝 기획사 4곳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되는 웹툰에다가 일본에선 2016년 웹툰 서비스 픽코마까지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렸죠. 일본 시장에서 픽코마는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앞섰습니다. 카카오페이지의 《나 혼자만 레벨업》은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죠. 카카오의 콘텐츠 라인업들은 지금 당장 핫한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덕분에 카카오의 콘텐츠 분야 영업이익률은 매년 1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오히려 콘텐츠 분야에선 적자 상태입니다. 그런데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일단 메타버스 분야에선 나스닥의 로블록스와 비교되는 제페토가 있습니다.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수는 2억 명이 넘습니다. 절대 다수가 10대죠. 가상현실 카메라앱인 스노우도 사용자수가 2억 명이 넘죠. 역시 10대들 사이에선 선풍적인 인기죠. 운동화에 열광하는 10대들을 스니커헤드족이라고 부릅니다. 네이버의 크림은 스니커헤드족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한정판 신발 거래 플랫폼입니다.

한마디로 네이버는 MZ세대 이후 세대를 선점하고 있는 겁니다. 불과 5년 뒤면 소비 시장의 주력이 될 세대죠. 이용자 절반이 10대인 로블록스의 시총은 50조 원에 달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앞으로 다른 모든 플랫폼을 흡수하는 올인원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세계에서 공연을 보고 쇼핑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공부를 하고 일도 하는 세상이 올테니까요. 이미 직방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이용해서 가상출퇴근을 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에서 카카오가 현재를 점령했다면 네이버는 미래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카카오는 지금 수확기고 네이버는 지금 파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네이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이유죠. 이건 메타버스처럼 네이버가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을 아직 시장이 제대로 이해하고 주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범수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지분 인수에 적극적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네이버한테 선수를 빼앗긴 10대 시장에서 전세를 역전하려면 10대 시장의 가장 중요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케이팝이죠. 


또 하나의 승부처 SM

이수만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8.73퍼센트를 매각하려고 합니다. 아직 매각 대상은 미정이죠. SM엔터테인먼트는 명실상부 케이팝의 종가집입니다. 요즘 메타버스에선 트레비스 스콧 같은 팝스타의 공연도 펼쳐지고 있죠. 음악은 현실에서든 가상에서든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데는 최고의 콘텐츠입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음악공연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죠.

위버스와 유니버스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음악공연 플랫폼입니다. 공연자와 팬들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하나로 묶는 이른바 팬테크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음악 소비 경로는 기존의 음원 플랫폼에서 위버스나 유니버스 같은 플랫폼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된지 오래입니다. 위버스는 국내 음원 시장 점유율이 30퍼센트가 넘었죠. 위버스는 하이브의 작품입니다. 네이버가 위버스를 운영하는 하이브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41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죠. 네이버와 하이브가 한 배를 탄 겁니다. 기술을 가진 네이버와 콘텐츠를 가진 하이브가 손을 잡는 구도입니다. 게다가 하이브는 저스틴 비버가 소속된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습니다. 덕분에 위버스의 판을 북미 시장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죠.

카카오는 NC소프트와 손을 잡고 유니버스를 만들어서 반격에 나선 상태입니다. 최근엔 카카오의 멜론과 유니버스를 연동시키기 시작했죠. 여기에서 이수만 회장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위버스와 유니버스의 승패를 좌우할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수만 회장도 이미 과거 SM, YG, JYP의 3각 케이팝 구도가 깨졌다는 건 인식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플랫폼과 연합하지 않으면 낙오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한다면 이해진과 방시혁 연합군 대 김범수와 김택진과 이수만 연합군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웹소설 플랫폼 전쟁에선 장군멍군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로 웹툰과 웹소설에서 글로벌 1등 구도를 만들었죠. 웹툰과 웹소설은 결국 드라마와 영화가 된다는 점에서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핵심 IP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원천 기술을 네이버웹툰과 왓패드가 쥐고 있는 셈이죠. 영화나 드라마는 할리우드가 장악했지만 카카오와 네이버는 그 앞단의 비쥬얼 스토리 IP 시장을 장악하려는 겁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을 기반으로한 《스위트홈》은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11개국에서 1등을 했죠. 《신의 탑》 역시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여신강림》은 북미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죠. 그러자 카카오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50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브라이언 역시 웹소설 IP를 선점해야 비쥬얼 스토리텔링 산업의 파이프라인을 지배한다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요. 2007년 NHN을 떠나 미국에서 머물 때 실컷 놀면서 즐겼던 것들이 바로 게임과 만화였습니다. 지금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 경험들이었던 셈이죠.


라이벌은 나의 힘  

라이언과 브라운의 경쟁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포털과 게임에서 출발한 브라이언과 이 선배의 동업 관계는 지금은 이커머스, 핀테크, 모빌리티, 콘텐츠까지 전방위적인 라이벌 관계로 진화했습니다. 결국 오프라인의 모든 것들이 온라인화됩니다. 결국 모든 것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말입니다. 플랫폼 전쟁의 승자가 미래의 주인이 됩니다.

플랫폼 라이벌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김범수 의장이 확장형 경영자답게 모든 분야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면 이해진 GIO는 은둔의 경영자답게 각 분야의 최고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유통에선 대한통운과 손잡고 콘텐츠에선 CJ그룹과 손잡는 식입니다. 결국 어그러지긴 했지만 이커머스에선 신세계와 손잡고 이베이 인수에도 발을 들였었죠.

카카오 시총이 네이버 시총을 추월한 건 승패의 결과가 아니라 승부의 시작입니다.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 카카오뱅크가 상장하면 지주사인 카카오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네이버는 아직 감춰둔 패를 전부 보여 주지 않았죠. 아직 라이언과 브라운 가운데 마지막에 웃는 쪽이 누가 될지는 속단하기 이릅니다.

경쟁이야말로 성장의 핵심 동력입니다. 라이벌 관계인 두 사람 두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대한민국 IT혁신의 동력이란 건 분명합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란 말이 있죠. 흥정이 서로한테 윈윈이니까요. 그런데 비즈니스에서만큼은 라이벌끼리의 싸움이야말로 서로한테 최고로 윈윈인 고도의 흥정이 아닐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선 카카오와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 그리고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GIO의 라이벌 경영에 관해 분석해 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토스, 내일의 역사》, 《중국의 '만리 상점'과 이커머스의 미래》, 《지금 판교는》《구글, 중년의 위기》《테크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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