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마법사들 프리미어리그의 잔디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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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윌리엄 랠스턴(전리오 譯)
에디터 신기주
발행일 2021.07.08
리딩타임 23분
가격
전자책 4,8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완벽한 그라운드에 대한 영국의 집착은 축구를 어떻게 바꾸었나.
잔디테크놀로지는 어떻게 스포츠의 승패와 인기를 좌우하나. 


잔디테크가 발달하기 전엔 축구공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느렸고, 너무 튀는데다, 너무 예측할 수 없었다.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들이 추구하는 빠른 템포의 패싱 게임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구단주들과 감독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11명 영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곤 12번째 선수인 잔디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TV중계로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거둬들이게 되면서 진흙탕 축구장은 깔끔한 당구장처럼 진화해갔다. 잔디테크의 창시자 스티브 브래독의 등장으로 잔디관리 분야는 잔디 테크놀로지 산업으로 도약했다. 영국의 잔디테크는 어떻게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를 좌우하게 됐나. 

* 28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 영어 원문은 [팟캐스트]로 즐길 수 있습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저자 소개
윌리엄 랠스턴은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스 라이터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에디터 신기주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잉글랜드, 잔디테크의 실리콘밸리
잔디는 축구장의 12번째 선수   
TV중계와 당구장 같은 축구장    

2. 스티브 브래독, 잔디테크의 창시자
가위로 잔디를 깎는 잔디의 신  
잔디산업의 태동 

3. 대자연, 잔디테크의 최대 변수
우리 잔디가 물 마실 시간 
우리 잔디를 못살게구는 눈보라 

4. 웸블리, 잔디테크의 시험대 
최고이지만 최악인 그라운드  
축구장은 거대한 화학 실험장   
 
5. 유로2020, 잔디테크의 결승전 
축구공보다 축구화  
완벽한 그라운드라는 꿈   

에디터의 밑줄

“그가 오기 전에만 하더라도 구장의 그라운드에서는 공이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느렸고, 너무 튀는데다, 너무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럽 최고의 명문 구단들이 추구하는 빠른 템포의 패싱 게임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구단주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11명 영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콜더우드의 말이다. ‘그들에게는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후에서의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그라운드였습니다.’”

“잉글랜드의 그라운드 관리 분야 하나만 따져도 그 가치는 10억 파운드 이상이며,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잔디의 씨앗을 만드는 종자 애호가에서부터 잔디를 더욱 푸른색으로 만들어주는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과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을 포함해서 2만7000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다. 웨스트요크셔(West Yorkshire)에 있는 스포츠 잔디 연구소(Sports Turf Research Institute)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R&D 시설로, 이곳에서는 물이 다양한 유형의 모래층을 얼마나 빠르게 통과하는지부터 잔디 줄기의 촘촘한 정도가 골프공이 구르는데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에서 개발된 잔디 관리 기술은 테니스, 골프, 럭비는 물론이고 잔디 위에서 이뤄지는 모든 프로 스포츠 분야에서 적용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을 이끈 것은 막대한 자금력과 전 세계적인 팬들을 가진 축구였다.”

“그러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수영선수들이 해수욕할 때나 입는 반바지를 착용하지 않고, 프로 사이클 선수들이 다리의 털을 깎는 것처럼, 최정상의 축구팀들은 승리와 패배를 가를 수도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집착하게 된다. 2016년 펩 과르디올라(Pep Guardiola)가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잔디의 길이를 19mm로 깎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그가 이전에 이끌었던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Bayern Munich)에서 요구했던 것과 같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그라운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23mm 길이로 깎는데 합의했는데, 잔디가 짧으면 좀 더 쉽게 닳을 수 있었고, 맨체스터의 추운 기후를 고려하자면 회복되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라운드가 형편없다면 실력 차이를 줄이는 역할로 작용하는데, 최고의 팀들이 발휘하는 빠른 패스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축구에서는 고르지 못한 그라운드 조건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그라운드 상태는 사실 오랫동안 끔찍한 수준이었다. 비라도 내리면 그곳은 진흙탕으로 변했다. 겨울의 추운 날씨가 되면, 그 진흙탕은 얼음판으로 변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그 얼음판은 다시 건조하고 먼지 날리는 흙구덩이로 변했다. ‘사람들이 웸블리 구장에 오는 걸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곳이 잉글랜드에서 유일하게 잔디로 조성된 그라운드였기 때문일 겁니다.’ 콜더우드의 말이다.”

“브래독이 세부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은 전설적일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전직 조수 한 명은 그가 만약에 할 수만 있었다면 심지어 가위를 들고 잔디를 잘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고국에는 잔디에 대해서 영국과 같은 ‘비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잔디라는 건 ‘그저 친구들과 바비큐를 구워 먹는 장소일 뿐’이라고 한다.”

“그는 웸블리의 그라운드가 자신에게는 또 한 명의 아이와도 같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실제 아이들처럼 살아서 숨을 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라운드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흔히 들을 수 있는데, 그라운드가 ‘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거나 ‘배가 고플 시간’이라고 언급할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영국은 강수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온화하기 때문에 잔디가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이처럼 푸르고 쾌적한 대지에서도, 그라운드 관리자들에게 날씨는 여전히 가장 큰 적으로 남아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토니 스톤스에게 그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그라운드 관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 관리자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의 말이다.”

“만약 세계 최고의 스포츠 그라운드를 만들 장소를 찾고 있다면, 웸블리 스타디움의 내부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스탠들리는 자신의 직업이 마치 상자 안에서 잔디를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코멘트
볼을 받고 볼을 주고 볼을 받고 볼을 준다. 전설적인 축구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 철학이다.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한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통해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것이 펩의 전략이다. 과르디올라 축구의 키워드는 슛이 아니라 패스란 말이다. 이런 펩의 점유율 축구도 잔디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진흙탕 속에선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빠르게 볼을 주고 받고 주고 받을 수가 없다. 완벽한 잔디 상태야말로 최고의 축구 기량의 선결 조건이다. 스티브 브래독은 영국 잔디 관리 분야의 거장이다. 스티브 브래독은 잔디 관리를 잔디 테크놀로지로 격상시킨 혁신가다. 펩 과르디올라조차 스티브 브래독한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 7일 잉글랜드는 사상 처음으로 유로2020 결승전에 진출했다. 잔디테크 전문가들이 최고이면서 최악의 그라운드로 꼽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이번에도 잉글랜드에게 완벽한 홈그라운드의 역할을 해줬다. 잉글랜드의 승리이자 영국 잔디테크의 승리다. 전 세계 수십억 관중을 열광시키는 프로축구는 스포츠 바깥 분야에서도 혁신을 일으켰다. TV나 카메라 같은 영상 장비 분야가 대표적이다. 언제나 대중의 함성이 혁신의 원동력이다. 축구가 잔디를 키웠고 잔디가 축구를 도약시켰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신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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