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재발명
 

7월 5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비혼주의자 둘이 지속 가능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밀레니얼이 원하는 건 다양한 가족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진: 손호정
6월 27일, 조금 다른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지속 가능 결혼식’입니다. 비혼주의자인 박재용과 서새롬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결혼을 택했다고 말합니다.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요. 방식도 독특했습니다. 청첩장 대신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결혼식은 유튜브로 생중계했습니다. 웹사이트엔 두 사람이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물론 메시지를 남기고 축의금을 내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그것도 카카오페이와 페이팔 그리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요.
 
서울시가 무상 대여하는 공원에서 열린 결혼식은 장식용 꽃을 포함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물품을 최소화해 진행됐습니다. 신랑과 신부 입장이나 화촉 점화, 주례 같은 절차는 없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앉는 별도의 혼주석도 없었죠. 두 사람은 이번 결혼식의 혼주는 ‘결혼 위원’들이라고 말합니다. 웹사이트엔 결혼 위원회 10명의 프로필도 나와 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과 앞으로의 삶에 의견을 내고, 공동체를 구성할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은 결혼으로 결합하는 게 혈연으로 묶인 가족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결혼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둘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밀레니얼의 결혼과 출산, 육아는 몇 가지 단어로 뭉뚱그려 다뤄집니다.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시각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밀레니얼 안에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일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지 못하는 기존 제도를 거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지속 가능 결혼식을 올린 서새롬, 박재용 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결혼과 육아,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읽습니다. 팟캐스트와 인터뷰 텍스트로 함께 만나 보세요.
37:45
 

비혼주의자 둘의 결혼

 
두 분은 비혼주의자였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셨나요?
 
서새롬: 여전히 비혼주의자예요. 현재 법이나 제도에서 말하는 혼인, 결혼의 의미는 너무 좁다고 생각하고, 그런 혼인이라면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저희는 결혼식을 하면서 두 사람의 결합, 혹은 조금 더 함께 해보겠다는 의사를 공표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결합식’ 같은 새로운 단어를 쓸까 생각도 했는데, 오히려 지금 결혼의 의미가 너무 좁으니까 의도적으로 결혼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런 결혼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결심한 건, 그냥 용기를 냈어요. 한번 해보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박재용: 저는 사회 문화적인 제도로서 이성 간의 결혼이란 건 여성에게 일종의 부당 계약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남성인 입장에서 결혼하자고 말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을 항상 했죠. 여성이 저에게 결혼하자고 한다는 건 상상 못하고 있었고요. ‘젠더 위계의 스테레오 타입을 따르는 게 아닌, 다른 형태를 만들기 위한 결혼을 여성이 나에게 하자고 제안한다면?’ 하는 생각은 못 해봤던 거죠. 그러던 차에 새롬 님이 저에게 결혼하자며 날짜와 장소를 정해서 알려 주셨어요. 그래서 이렇게 됐죠. (웃음)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방식의 결합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그러면 두 분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결합은 어떤 것이었나요? 기존 결혼과 어떻게 달랐나요?
 
새롬: 저희 두 명이 각각의 개인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형태를 추구했던 것 같아요. 일종의 대안 공동체처럼 두 사람이 함께하는 걸 법이나 제도에서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활 동반자가 저희가 생각하는 결혼에 가까웠던 거죠. 그래서 저희는 결혼식은 올렸지만 법적으로 혼인을 신고하지는 않았어요. 결혼식을 통해서는 우리가 얼마간 함께하기로 했고, 그 방향이 좀 더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걸 알렸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종속되는 형태잖아요. 호주제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결혼하면 누군가의 아내나 남편이 되고, 자식들은 엄마나 아빠의 성을 따라서 가계도 아래에 가족이 생겨나고요. 이게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컸어요. 결혼식은 저의 가족과 가족처럼 여기는 친구들에게 이 사람을 소개해 주는 자리, 이 사람이 여태껏 만나온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였어요.
 

혼주는 부모님이 아니라 결혼 위원입니다

지속 가능 결혼식에 참석한 결혼 위원 ©유튜브 결혼식 생중계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두 가족이 만나는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여러 의무가 생기기도 하고요. 두 분은 그걸 단순히 가족의 결합으로만 본 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 친구들의 결합으로 보신 것 같아요.
 
재용: 네. 그래서 결혼 위원회라는 것도 꾸리게 됐어요. 개인 대 개인의 만남, 두 개인이 속한 공동체끼리의 만남이라면 결국 이건 커뮤니티 이벤트인데, 일반적인 결혼의 혼주 자리를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우리가 재생산을 한다면 아이의 대모, 대부가 되어 줄 사람이자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하고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추렸어요. 그분들에게 우리 결혼의 자문 위원이 돼줄 수 있냐고 요청했고 다들 흔쾌히 수락해 줬어요.
 
보통은 부모님이 혼주가 되고, 청첩장에도 누구 누구의 딸, 누구 누구의 아들이라는 게 써 있는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새롬: 결혼식에서 신부는 아버지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걷고, 신랑에게 인계해 주고 이런 것들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나를 낳아 주시고 키워 주신 건 맞지만,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건 내가 여태껏 만났던 사람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관심사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함께했던 사람들이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결혼의 명예로운 자리에는 그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들과 계속 사귀고 함께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갈 거라고 믿기도 했고요.
 
결혼 위원은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재용: 결혼 과정을 차례로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모든 절차를 새로 만들면서 하다 보니까 마지막까지 정말 바쁘더라고요. ‘우리 지금 이렇게 하고 있어. 잘하는 거 맞아?’를 묻는 미팅을 줌(Zoom)으로 몇 번 했어요. 결혼식 당일엔 축의금을 받는다거나, 보통 가족들이 하는 일들을 많이 해줬어요.
 
새롬: 결혼 위원을 선정한 게 결혼식을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미래에 우리가 조언을 구했을 때 지혜를 모으는 사람이 되어 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지켜봐 줘’의 의미가 더 컸어요.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해리 포터의 숨은 지지자인 시리우스 블랙 같은 거죠.
 
결혼식을 유튜브 영상으로 봤는데, 기존 결혼식 절차 중 없는 게 많더라고요. 신부·신랑 입장, 혼주석, 화촉 점화 같은 거요. ‘내 결혼식엔 이런 건 없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셨나요.
 
새롬: 일단 신부를 물건 전달하듯이 인계해 주는 건 안 하고 싶었고요. 축하를 받는 자리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도와주고 함께해 줬던 사람들한테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피로연에선 ‘제가 별 건 없지만 춤을 준비했어요’ 하면서 춤도 췄거든요. 마을 잔치나 축제 같은 느낌이었으면 했죠. 신랑 신부가 수동적으로 의례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가 돼서 앞으로 나아가려 했고요.
 
재용: 결혼식엔 정체와 유래를 알 수 없는 세리머니가 많잖아요. 그런 요소들은 없었으면 했어요. 저는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사회 제도를 돌아보고, 문화를 톺아보는 작업을 해요. 그렇다면 더더욱 결혼 같은 중요한 삶의 의례를 유래가 불분명한 기존 방식대로 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새롬: 꽃 장식처럼 그날 하루만 쓰고 버려지는 요소도 안 쓰기로 했어요. 단순히 사진이나 그 자리가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한 다음 버리는 건 안 하는 데에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지속 가능한 결혼이란

©사진: 손호정
결혼식의 키워드가 지속 가능함이었죠. 온라인 청첩장을 보니까 지속 가능성에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관계의 지속 가능성이나 환경 측면의 지속 가능성이기도 하고, 두 분이 다음 세대를 만들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이해했어요.
 
새롬: 환경, 관계, 이야기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비혼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가 되게 난감했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너무 미약한데 인류와 환경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까가 큰 문제 의식이었어요. 재생산도 할 수 없을 거고, 인류는 이렇게 점점 소강 상태로 접어들 거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삶을 살아가고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들이 희망이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더라고요. 그러면 나도 임신과 출산, 육아를 통해 새로운 인간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주변 친구들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서 결혼식을 했고요.
 
그게 두 분이 결혼하시게 된 이유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이를 낳는 건 결혼이라는 형태가 아니어도 가능하잖아요. 왜 결혼을 택하셨나요.
 
새롬: 꼭 결혼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저는 우스갯소리로 혼자 낳을 수 있으면 낳고 싶다고도 하는데요, 저한테는 존경하고 깊게 사랑하는 파트너가 옆에 있었고 이 친구랑 육아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결혼은 우리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 서로의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고요.
 
저희 집은 삼남매인데 남동생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어요. 싱글 대디로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아이가 벌써 아홉 살이예요. 첫째 조카를 공동 육아하면서 가족 모두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됐어요. 그냥 엄마, 아빠, 아이가 아니라 아이 주변으로 공동체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도 경험했고요. 결혼식에는 이런 의미가 내포돼 있었어요. ‘우리 둘이라는 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볼 거야. 아이를 낳을 거고 육아를 할 거야. 육아엔 여러분의 이야기와 관심, 사랑이 필요해. 아이들은 희망이고, 그 희망을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의 몫이야.’
 
재용: 저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혈연으로만 묶여 있지 않아요. 피로연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퀴어인 친구가 자기는 이런 대안적인 결혼식 말고 정말 흔해 빠진 보수적인 결혼식을 대대적으로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신랑이 신부를 들었다 놨다 하고, 부모님 보면서 울고, 축가로 발라드를 부르는 식으로요. (웃음) 그들도 우리의 가족이고, 만약 우리 아이가 태어난다면 삼촌, 이모가 될 거예요. 그때의 가족이란 건 주민등록상으로 연결된 가족은 아니겠죠.
 
새롬: 되게 다채롭고, 다양한 가족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의 정의도 계속 달라지고 있어요. 두 분이 생각하는 가족은 혈연으로 묶인 집단이 아니라, 친한 사람과 친구들로 범위가 넓어진 사람들인 것 같아요.
 
재용: 네. 지금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정말 오래 살잖아요. 1920년에 태어난 사람이 세 번 정도 살 분량을 한 삶에서 사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1920년도의 김아무개에게 어울렸을 법한 가족 시스템을 저희한테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가족

 
앞으로의 가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새롬: 저희도 잘은 모르겠어요. 답이 있어서 결혼을 한 게 아니라, 계속 고민해 보겠다는 선언에 가까운 시작이라서요. 그런데 강하게 드는 확신은 혈연이 중심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 생활양식의 공동체가 아닐까 합니다.
 
재용: 이미 그런 현상은 벌어지고 있어요. 이미 50, 60대 분들이 자그마한 공동체 주택이나 작은 단지를 지어서 이주하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저희 결혼식에서도 재밌는 일이 벌어진 게, 원래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없으니 많은 부분을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보려고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궁금해서 의견을 받는 기능을 넣었고요. 그런데 웹사이트다 보니까 저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나게 많이 전달이 됐더라고요. 저희 둘을 모르는 분들도 메시지를 남겨 주셨어요.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고 있어요. 다들 이런 방향을 생각하던 와중에 조금이라도 비슷한 방식을 실제로 했기 때문에 다들 좋아하는구나 싶어요. 이걸 보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이루는 게 반복되면 그게 자연스러워지겠죠.
 
새롬: 저희 둘은 이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이니까 흔해 빠진 결합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됐습니다’가 아니라, ‘둘은 여전히 둘입니다’가 저희 결혼식의 핵심이었어요.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은 거기까지였던 거고요. 지속 가능한 관계란 무엇인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이었던 거죠. 저희가 한 게 너무 좋아서라기보다는, 흔하고 뻔한 결혼식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시도를 담았기 때문에 보신 분들이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각자 나름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행보는 비혼식이 될 수도 있고, 동성 간의 혼인이나 반려동물과의 세리머니가 될 수도 있겠죠.
 
결국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과 육아 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거네요.
 
재용: 이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바라는 대로요.
 
두 분이 결혼하셨지만 여전히 비혼주의자인 이유도 거기에 있겠네요.
 
재용: 맞아요. 기존의 사회 문화적인 제도로서의 결혼을 반대하는 게 비혼이라면 여전히 우리는 비혼주의자라고 말하는 거죠. ‘우리가 결혼해 봤는데 너무 좋아’는 절대 아니고요.
 
새롬: 저는 지금 상황에선 모두가 비혼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혼인 제도가 정말 이상한 제도기 때문에요. 그러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저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보라, 슬아에게 제 이야기를 하면서 너네 둘이 우리 또래의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 이유기도 해요.[1] 혼인하지 않고 출산하고 싶은 여성도 있을 거고, 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면 같이 육아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출산과 육아가 오로지 한 개인과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부 제도나 지원이 정말 필요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많이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에서는 밀레니얼은 결혼하지 않아, 출산하지 않아, 삼포 세대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제 주변 사람만 봐도 각자의 생각이 달라요. 세대 담론으로 묶이지 않는 거죠.
 
지난주에 결혼식을 하셨으니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어요. 두 분은 함께하는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새롬: 사실 달라진 게 없어요. 저희는 동거도 2년을 했고 지금도 같이 살고요. 여전히 우리는 서로가 필요할 때 곁을 내어 주지만, 열심히 각자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거든요.
 
재용: 결혼식에 왔던 동료 한 분이 저희 결혼식을 ‘멋진 말 바꾸기’라고 표현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지 않을까요. 하나하나 우리 방식대로 다르게 정의내려 보고,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 같아요. 그게 수월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태어날 아이는 어떤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새롬: 그 아이다울 수 있는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어요. 부모로서, 아이의 첫 번째 보호자로서 그 점을 염두에 둘 것 같아요. 함께 살아갈 세상이 더 망가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할 것 같고요.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계속 묻고 같이 그려 볼 것 같아요.
 
재용: 믿을 만한 어른들이 꽤 있는 세상이요.

가족의 의미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눈 서새롬, 박재용 님처럼 기존의 가족 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원하는 가족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가 대표적입니다. 제도적인 변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들어 비혼이나 동거 등도 법 제도 안의 ‘가족’으로 포괄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필요한 가족은 무엇일까요.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에서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밀레니얼의 다른 시각을 살펴봤습니다.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확장해 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를 완성합니다.
 
오늘 데일리 북저널리즘은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1]
이길보라 감독, 이슬아 작가는 서새롬의 결혼식을 신문 칼럼뉴스레터에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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